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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순간' 지현우가 가장 빛났을 때 [인터뷰]
작성 : 2021년 06월 29일(화) 11:00

빛나는 순간 지현우 / 사진=명필름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국민 연하남'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 지현우가 또 다른 연하남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33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멜로다. '국민 연하남'으로 불리던 시절이 가장 빛났을 때라던 지현우의 도전이다.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지현우는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연하남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 '내사랑 금지옥엽' '천 번의 입맞춤' '인현왕후의 남자' '원티드' '슬플 때 사랑한다'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그가 또 한 번의 연하남으로 돌아왔다.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제작 명필름)을 통해 무려 33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고 고두심과 멜로 연기를 선보인 것.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현우는 극중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와 진옥을 설득하는 경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현우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느낌이 좋았다. 내가 느낀 이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선택하게 됐다. 진옥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단순히 해녀, 할머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한 여자로서 어렸을 때부터 물질을 하면서 딸을 잃고 병든 남편을 수발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누군가가 사랑을 주고 '곱다'라는 얘기를 했을 때, 진옥을 여자로 바라본다면 이런 감정이 충분히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 부분을 관객들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감정을 이해했기에 나이 차이는 부담이 없었다고. 지현우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로맨스는 개인적으로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우선 고두심 선생님과 연기를 하면서 선생님께 기대면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선생님에게서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지현우는 연기적 고민이 많았던 시기에 '빛나는 순간'을 만나 해소됨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촬영하는 동안에는 부담감과 고민이 엄청 많이 줄었다. 우선 제주도라는 공간이 많은 안정감을 준 것 같다. 고두심 선생님도 내가 기댈 수 있는 큰 나무처럼 의지할 수 있게 해주셨다. 감독님도 섬세하셔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물론 고민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짊어지기에 그렇게 무겁지 않음을 느꼈다"고 했다.

연기적 고민이 다소 흐려졌지만, 여전히 그의 고민은 진행형이다. 지현우는 "나는 아직 한참 먼 것 같다. 그냥 어느 한 지점에 다가섰다고 생각한다. 마라톤을 한 번 완주한다고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없다. 꾸준히 나의 길을 가는 중에 산이 있었는데, 그걸 넘어왔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빛나는 순간 지현우 / 사진=명필름 제공


극중 경훈은 진옥의 '손자뻘'로 묘사된다. 이런 두 사람이 이성 간의 사랑을 나누면서 위로한다. 지현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 같은 설정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그는 "진옥과 경훈은 각자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경훈의 여자친구는 3년 전 사고로 바다에서 사망한다. 제주도는 경훈에게 트라우마가 되는 공간인 셈이다. 그걸 깨보려고 다큐 촬영도 진행한다. 진옥도 딸을 바다에서 잃었다. 트라우마가 될 수 있지만 그걸 이겨내고 바다에 들어가는 인물이다. 진옥이 바다에 들어가서 4분 이상 잠수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경훈이 수영도 못하면서 구하러 들어간다. 결국 진옥이 경훈을 구해서 건져올리고 서로 눈을 바라보는데, 그때가 빛나는 순간이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거다. 그런 표현을 섬세하게 하려고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제주도 로케이션 촬영이 남긴 것도 크다. 지현우는 "경훈은 해녀를 취재하는 다큐 PD다 보니까 해녀를 잘 알아야 표현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쉬는 날에 해녀 작업장에 찾아가서 해녀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노래방 기계로 노래도 부르면서 놀았다. 나한테는 일이면서 동시에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겪어 보니 우리가 해녀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꼈다. 해녀를 생각하면 강하고 거칠게 생각하지 않냐.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고 대화해 보니 소녀 같았다. 거친 파도에서 일을 하니까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 파도 위에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무섭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정말 우리 어머니 같으시다. 매일 자연과 함께하니 더 순수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이후 17년 만에 '빛나는 순간'으로 다시 연하남 캐릭터에 도전한 지현우다. 그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방송 당시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빛나는 순간'으로는 '연하남의 끝판왕'이 될 거라는 평이다. 이에 대해 지현우는 "관객들에게는 그냥 영화 자체가 괜찮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진옥과 경훈의 마음이 애잔하고, 저런 감정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만 들어도 행복할 것 같다. '연하남의 끝판왕'이라고 농담하셨는데, 그렇게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그냥 작품에 방해가 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현우가 바라는 수식어가 있을까. 그는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건 어렵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되고, 겸손해야 된다. 고두심 선생님은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냐. 그렇게 되기까지 몇 십 년이 걸린다. 제일 중요한 건 진심이다. '척'하지 않고 마음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척'하지 않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떨까"라고 했다.

빛나는 순간 지현우 / 사진=명필름 제공


지현우는 데뷔 18년 동안 꾸준히 활동했다. 그는 그저 흘러간 것이 원동력이었다고 표했다. 그는 "흘러 흘러 온 것 같다. 정말 힘들 때는 팬분들이 보내준 손편지가 힘이 됐다. 연기를 할 수 있던 원동력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해본 경험도 없고, 고등학교 때부터 이쪽 일을 시작하지 않았냐. 그때는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은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그 10년이 지나니 또 10년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한 분야에서 최소 30년은 해야 뭘 조금 알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게 즐겁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현우는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꼽았다. 그는 "과거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가 빛나는 순간이다. 그때 신인으로 데뷔하고 나서 사랑을 큰 사랑을 받은 거다. 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순간이기도 하다. 또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두 달 동안 제주도에 있던 순간도 빛났다. 사실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빛나는 순간이라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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