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맞이한 아나운서의 길. 그가 꿈꾸던 길이었지만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사랑하기에 그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본다. 6년 차 아나운서, 김선재의 궤도 변경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선재는 199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를 거쳐 지난 2015년 SBS 공채 20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김선재는 고등학생 때부터 방송반 활동을 하며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연한 미래일 뿐이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하고, 진로 고민을 시작했을 때도 아나운서라는 꿈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진로 고민 당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자신이 최소 10년 이상 할 수 있는 직업이냐는 것이었다. 김선재는 "주변에서 고시 공부를 많이 했다. 근데 저는 시험에 붙는다고 해도 10년 이상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운서가 되면 즐겁게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나운서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떠올리고, 꿈을 향해 한 발을 내디딘 김선재 아나운서는 단 한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SBS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아나운서 준비를 한지 1년도 안 된 시기였다.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던 도중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는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해 당당히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
그러나 합격의 기쁨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걱정과 부담감이었다. 김선재는 "아나운서 준비 기간이 정말 짧았다.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붙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초반에는 많이 우당탕했다. 출발선에서 다시 배워야 하는 셈이었다"고 밝혔다.
아나운서실의 모든 선배들이 김선재의 선생님이 됐다. 그는 "아나운서 팀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교육 담당 선배님도 계시고, 모든 선배님들이 교육을 잘 해주신다. 입사 초반에 붙어서 많이 알려주시고 제가 뉴스가 좀 부족하다 싶어서 요청을 하면 따로 수업을 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선재는 입사, 그리고 1년 차까지를 자신의 '흑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말투나 표정이 확실히 어색하다"며 "지금은 카메라 앞에서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근데 초반에 이상한 시도들을 많이 안 했으면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렇듯 그의 경험 하나하나가 곧 배움이 됐고, 또 실력이 됐다. 그는 "입사 때 SBS '모닝와이드'부터 '생방송 투데이'까지 생방송을 하면서 프롬프터도 없이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기대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데 실력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경험이 좀 쌓였고, 카메라 앞에서 편해지니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방송할 때 편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금이 좋다"며 "입사 초반에는 일로 생각하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재미를 찾았다"고 웃었다.
'10년 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선재는 벌써 6년 차 아나운서가 됐다. 그는 "그 이상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아나운서 팀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다"며 "어떻게 보면 특수한 형태의 직업이지 않냐. 프리랜서 같으면서도 한 회사의 직원이고, 또 방송인이기도 하다. 정체성이 복합적인 사람이라서 누굴 만나도 공감하기 쉽지 않은데 팀 사람들과는 공감할 수 있다. 또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선재는 현재 SBS 러브FM '책하고 놀자'를 진행 중이다. 최영아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장수 프로그램을 물려받아 3월부터 DJ로 나서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장수 프로그램인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라디오는 충성도가 높은 매체인데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또 제가 최영아 선배와 나이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니까 똑같이 따라 할 수도 없는 거고 제 색깔을 살리면서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근데 지금은 적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재는 프로그램을 위해 매주 몇 권씩 책을 읽고, '책하고 놀자'의 제작진들은 그에게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PD, 작가님들이 저에게 많이 맞춰주려고 하는 편이다. 저자 섭외나 어떤 책을 다룰지부터 제가 좋아할 만한 걸 선정해 주시기도 하고, 직접 추천도 많이 한다"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고, 인터뷰를 할 때도 제가 하고 싶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많이 풀어주시는 편이다. PD님이 울타리를 쳐주시고 제가 그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해주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선재는 최근 SBS 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녹화에도 참여했다. 그는 "녹화 프로그램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평소에는 제가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다 보니까 리액션만 하는 역할이 너무 좋고 색달랐다"며 "이야기에 몸을 맡기고 빠져서 듣게 되는 게 너무 좋았고, 장항준 감독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재밌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김선재 아나운서는 "다양한 형태의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히며 "장르를 따지지 않는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싶다. 신입 떄는 할 기회가 많았는데 부담감 때문에 잘 녹아들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다. 콘텐츠와 이야기가 많아지면 뉴스도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하면 '뉴스'를 떠올리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이에 아나운서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나운서에게 특정한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게 모두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김선재도 당연히 '더 나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답을 찾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선재는 "저는 입사 때부터 뉴스를 했고, 지금이 유일하게 뉴스를 안 하는 시기다. 제가 전달하는 사안에 대해 깊이 알아야 하고,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이 만들어 온 걸 잘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좀 더 경험치가 쌓이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뉴스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아나운서에 발 맞춰야 한다. 아나운싱만 연습하면 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새로운 것들을 해야 하고 전에는 아나운서의 역할이라고 할 수 없는 방송도 많고, 또 역할도 많아졌다"며 "아나운서의 장점을 살리면서 바뀐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과제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나운서들의 공통적인 과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현명하게 궤도를 변경 중인 김선재는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룬 지금 또 다른 '꿈'을 묻자 "퇴직할 때까지 저를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는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나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지금은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뜬금없는 데서 기회가 찾아와 잘 되는 것도 있고, 또 앵커가 된다고 해서 유명해지는 세상이 아니"라며 "흐름에 나의 몸을 맡기고 끊기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면 복받은 아나운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선재는 오래 일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의식이라고 했다. "아나운서라는 일이 즐거워요. 이 일 자체를 즐거워하기 때문에 계속하고 싶어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생명은 여전히 신뢰감이라고 생각해요. 이 사람의 말이 믿을 만하다는 걸 느끼게 하려면 제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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