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그야말로 무르익은 작품이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청년을 거쳐 어느덧 중년이 된 사람들의 직장인 생존기를 그렸다. 여기에 더욱 섬세해진 감정 표현과 성숙해진 연기력까지 담겼다.
23일 MBC 새 수목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극본 정도윤·연출 최정인)가 첫 방송됐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격변하는 직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n년 차 직장인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로,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퇴사'와 '이직' 등 현실 밀착형 이야기를 담는다.
이날 방송에서는 인원 감축이 시작된 진하시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대부분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강요받았고, 22년 차 엔지니어 최반석(정재영)은 창인에 위치한 사업부 개발 1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러나 개발 1팀 한세권(이상엽) 팀장은 자신보다 나이, 경력이 많은 최반석을 탐탁치 않아 했다. 게다가 최반석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의 현장 경험을 저평가하는 듯한 발언까지 듣게 됐다.
결국 한세권은 최반석을 인사팀으로 이동시켰다. 이를 알게 된 최반석은 회사 옥상에서 한세권과 말다툼을 벌였다.
그 시각 본사에서 창인시 인사팀 팀장으로 발령난 당자영(문소리)이 등장했다. 그는 옥상에 올라와 전 남편이었던 한세권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미치지 않고서야'는 제대로 무르익었다. 청년이 아닌 중년들의 생존기, 농익은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을 가득 채웠다.
'중년'의 직장 생활에 초점을 맞춘 '미치지 않고서야'는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공감을 자아냈다. 청춘을 회사에 바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희망퇴직. 김영수(최덕문)는 퇴사를 제안받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냉담한 현실에 짓눌려 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내는 그에게선 중년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최반석의 직장 생활 역시 너무나 현실적이다. 자신보다 현장 경험이 나이가 어린 팀장은 자신을 압박한다. 새로 들어온 회사에서 직장 동료들과 어우러지지 못한 최반석은 '혼밥'을 하기도 한다. 회사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를 연기한 정재영은 최반석 그 자체였다. 그는 표정 연기만으로도 직장인들의 애환을 제대로 표현했다. 인원 감축이라는 현실에 절망한 동료를 안타깝게 바라보기도 하고, 부당한 처우가 계속되자 분노를 표출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이상엽의 열연이다. 전작에서 다정다감한 모습이 돋보였던 이상엽은 '빌런'으로 재탄생했다. 무심한 말투는 물론, 최반석을 깔보는 눈빛과 감정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미치지 않고서야'는 현실을 반영한 듯한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무겁고 어둡기만 한 분위기다. 냉혹한 현실들로만 채워져 있다 보니 밝음과 유쾌함이 없다. 그러나 새로운 이야기가 채워질 시간은 많다. 과연 '미치지 않고서야'가 풍성하고 공감 가득한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