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샤큘'이 돌아왔다. 2010년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어느새 뮤지컬 데뷔 11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배우 김준수에게 '드라큘라'의 의미는 남다르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1897년 발행된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기반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애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김준수는 2014년 국내 초연부터 시작해 올해 네 번째 시즌까지 모두 출연했다. 압도적인 존재감과 막강한 티켓 파워로 초연부터 매 시즌마다 레드 컬러의 치명적인 비주얼, 폭발적인 가창력과 노련함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샤큘'로 활약했다.
'드라큘라'는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준수는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공연이 중단되기도 하고,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며 "지난해 '드라큘라'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갈 때는 코로나19 종식 후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직까지도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 게 아쉽지만, 또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오면서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을 만나는 게 너무 소중한 걸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큘라'를 네 번째 시즌째 출연하고 있는 김준수는 "지난해에 비해 세트나 대사, 분위기, 무대 장치가 변한 건 없는데 4연째다 보니까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며 "매번 어떤 공연을 올렸을 때 재연, 3연을 하다 보면 작품에 대해 갖지 않았던 의문이 생긴다. 공연을 하면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큘라'는 할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상대 배우에 따라, 그날 저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변형을 주는 것 같다. '이 대사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계속 변형하고 있다. 미세한 차이일 수 있겠지만 저도 와닿는 게 다르고 관객들에게도 작은 디테일이 많은 해석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 애드리브도 많이 넣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초연부터 유지해온 빨간색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드라큘라'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김준수는 "초연 때 빨간 머리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다 보니까 계속 빨간 머리를 하고 있다. 사실 이 색을 유지하면서 몇 개월씩 공연하는 게 쉽지는 않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계속 염색을 해야 한다. 베개에도 이염이 돼서 수건을 매일 깔고 자야 하는데 빨간 머리로 공연하는 모습을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고,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안 하면 초심을 잃은 듯한 느낌을 드릴까 봐 이번에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드라큘라'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김준수는 "몸 둘 바를 정도로 감사하다. 그래서 매회 공연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며 "모든 배우들이 다 매력 있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이끌어와주시지만 저만의 드라큘라는 더 사이코적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어 "드라큘라 특유의 시니컬하고 오싹하고 섬뜩한 걸 표현하고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며 "걸음걸이나 서 있을 때의 자세, 제스처 등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준수에게 '드라큘라'는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김준수는 "인생의 변곡점에 만난 작품은 '모차르트'다. 11년 전에 '모차르트'라는 작품에서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았고, 깊은 낭떠러지에 떨어진 상태에서 제2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리고 '드라큘라'는 제가 뮤지컬 배우로 불리는 걸 부끄럽지 않게 해준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모차르트'가 꿈의 시작이었다면, '드라큘라'는 꿈을 꽃피운 작품인 셈이다.
김준수는 "(출연한 작품 중) 더 사랑받고, 덜 사랑받은 작품은 분명히 있지만 저에게는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며 "그래도 4연까지 공연을 올린 건 '드라큘라' 뿐이기도 하고, '드라큘라'는 뮤지컬이라는 힘든 길을 지름길로 안내해 준 작품이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매번 공연할 때마다 저를 캐스팅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기 때문에 '드라큘라'를 할 때 마음가짐이 더욱 남다르다. 무게감이 생겨서 부담은 있지만, 저를 보러 와 주시는 분들께 감동적인 공연을 하기 위해 매회 노력하고 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수는 "또 이 작품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모차르트'는 약간의 천재성과 애틋함을 표현하고, '엘리자벳'은 말 그대로 죽음이라는 메시지에 걸맞은 모습을 표현하고, 또 '디셈버'는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라며 "출연한 작품마다 다 다른데 '드라큘라'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작품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다양한 모습을 한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11년 차 뮤지컬 배우 김준수에게 뮤지컬은 여전히 '도전'이다. 그는 "'엘리자벳'도, '데스노트'도, 또 '드라큘라'까지 스스로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작품이다. 근데 욕을 먹고 깨지더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다"며 "항상 도전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초연극이나 창작극을 임하려고 하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김준수는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드라큘라'는 8월 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8월 17일부터 김준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아더왕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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