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지진희는 거침이 없지만 그래서 더욱 여유롭다. 온화하고 다정한 얼굴 뒤 가려졌던 털털한 성격은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이다. 그의 매력은 '언더커버'에서도 통했다. 따뜻한 가장부터 거친 비밀 요원의 모습까지 모두 소화해낸 지진희다.
지진희는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극본 송자훈·연출 송현욱)에 출연했다. 동명의 BBC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언더커버'는 오랫동안 이석규라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안기부 요원 한정현(지진희)이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며 아내 최연수(김현주) 등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가장 먼저 지진희는 '언더커버' 시청률을 자체 평가했다. 그는 "'언더커버'가 금, 토요일 밤 11시 방송이었는데 그 시간대에 비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며 "또 막판에 시청률이 올랐다. 그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도 있고 넷플릭스 영향도 받는 최악의 상황이었는데도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시청률이 상승한 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언더커버'는 보기엔 쉽지 않은 시간대와 내용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재밌다. 그래서 입소문이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화려하진 않지만 액션도 있고 시대적 이야기도 있다. 또 남자가 가정일을 하고 여자가 바깥일을 하는 이야기들이 요새 많지 않았다"며 "아마 회차가 더 길었으면 시청률도 더 높았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요인은 지진희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기도 했다. 특히 지진희는 '언더커버' 속 액션에 마음을 뺏겼었다고. 그는 "이 나이에도 액션을 할 수 있고 남성적인 부분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젊은 군인이나 요원은 아니지만 은퇴한 요원의 이야기가 재밌게 느껴졌다. 힘이 빠진 그가 가족을 위해 보여 주는 액션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액션 연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진희는 "액션이 재밌었지만 아프기도 했다. 드라마 영향으로 손가락도 안 붙는다. 봉고차에서 싸우는 신을 찍다가 문에 새끼손가락이 부딪했다. 그런데 쉬지 못하고 촬영을 하다 보니 손가락이 붙지 않더라. 엄지손가락은 꺾여 있다. 그래도 일상생활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상에도 불구, 지진희는 대역 없이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그는 "대역을 쓰면 내 행동과 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액션을 했다"며 "물에 빠지고 바다에도 빠지고 옥상에도 올라가고 생쇼를 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오가는 날씨 속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가장 추운 날 찍었다. 비를 뿌렸는데 비가 다 얼었다. 여름엔 또 너무 덥더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코로나 때문에 장소 섭외도 힘들더라. 그래서 촬영을 못 하고 나오거나 하루에 한 신을 찍었던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작품에서 동고동락한 배우들과 의지하며 출연을 무사히 마쳤다. 특히 그는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애인있어요'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 김현주를 향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배우들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김현주랑은 서로 잘 아니까 연기에 대해 '좋다' '아니다' 등 피드백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며 "김현주는 역시나, 언제나 늘 그랬듯 잘 해줬다. 배울 점도 많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작품을 통해 미래가 기대되는 후배들도 만났다. 바로 한정현과 최연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과 한선화가 그 주인공. 지진희는 "두 배우의 매력을 느꼈다. 그들이 잘 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매칭도 정말 좋아 캐스팅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가 굉장히 기대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지진희는 올 한해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더커버' 외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에 출연한 그는 올 하반기 방송되는 tvN 새 드라마 '더 로드: 1의 비극'을 촬영 중이다.
그는 "배우들은 선택받는 입장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며 "그런데 다행히 운 좋게 올해 세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무브 투 헤븐' 쪽에서도 연락이 먼저 왔는데 내용이 너무 재밌더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인터뷰 내내 배우들을 향한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구보다 배우에 대한 긍지가 높은 그였다. 그는 "얼마 전 배우 안내상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착한 사람만이 이 업계에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게 착하다는 뜻보다는 환경에 적응하고 순종한 사람들이 참고 버텨냈다는 이야기"라며 "이번에 김현주도 그렇고 함께 했던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신인 배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배우 층이 굉장히 얇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그러나 신인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배우 층이 두꺼워지고 연예 산업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력자들이 버티고 있으니 다음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배 배우들의 공통점은 나보다 다 훌륭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좋은 배우란 없다. 다들 좋은 배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지진희는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비밀 요원' 한정현이었던 그는 후배 양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선구자'처럼 느껴졌다.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지진희가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보여줄 다채로운 모습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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