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평범한 20대들의 캠퍼스 이야기를 담았다. 무리 속에서 잘 어울리는 '인싸', 그저 열심히 학업에 충실하자며 취업을 걱정하는 평범한 학생, 그리고 현실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업을 이어가는 이들까지, 다양한 20대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공감도를 높였으나 서사는 진부했다.
15일 첫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극본 고연수·연출 김정현)은 멀리서 보면 청춘일지도 모를, 20대들의 고군분투 리얼 성장 드라마로 첫 방송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1, 2부 각각 2.6%, 2.3%를 기록했다. 이는 전작인 '오월의 청춘' 마지막 회 시청률 4.6%, 5.6%보다 2% 이상 낮은 수치로 시청자들이 다소 빠져나간 형태로 막을 올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명일대 경영학과 인기 남이자 신입생인 여준(박지훈)과 평범하게 성실히 대학 생활을 이어가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받지 못해 고민하는 대학생(김소빈), 그리고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여가와 연애 등을 포기한 남수현(배인혁)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여준은 돈을 많이 갖고 다니며 신입생임에도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인싸' 중의 '인싸'였다. 어디서나 웃는 얼굴을 하고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친근하게 대했지만 어쩐 일인지 남수현은 그에게 유독 차갑게 굴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여준은 선배인 남수현에게 시답지 않은 말을 걸기도, 또 살갑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여준의 모습이 모두 가식이란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남수현은 줄곧 냉담한 표정을 보였다.
한편 김소빈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적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고 인턴, 수상 경력조차 없어 현실을 고민하는 취준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교수님 아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갔지만 여준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신입생인 여준에 비해 모든 게 급했던 김소빈은 여준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면 안 되냐"고 부탁을 했다. 이런 소빈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것인지 여준은 "나랑 친해지면 양보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고 이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또 김소빈과 남수현의 또다른 관계도 형성됐다. 김소빈은 선배인 남수현과 그룹 프로젝트를 했지만 자신의 메일을 읽지 않은 남수현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남수현이 실수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과를 전했고, 둘 사이에서도 묘한 기류가 흘러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세 사람의 각자의 관계가 형성됐다.
그러던 중 방송 말미, 사건이 발생했다. MT를 떠났던 때, 여준은 한 동기와 마찰을 빚었고 이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여준은 동기에게 주먹으로 예기치 못하게 맞게 됐고, 순간 여준의 과거 가정 폭력 장면 등이 오버랩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무표정한 여준의 형이 명일대를 찾아와 "다음 주부터 이 학교에서 일을 하게 됐다. 아는 척하지 말아라"라고 해 밝은 가면을 늘 쓰고 있는 여준의 숨겨진 사연에 이목이 집중됐다. 성장드라마인 만큼 각자 인물들이 어떤 사연 속 결핍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지에 귀추가 주목됐다.
20대 청춘들의 성장드라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워너원 출신 박지훈, 대세 여배우 강민아, 라이징 스타 배인혁이 주연으로 등장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세 사람 모두 지상파 주연이 처음이었지만 꽤 안정적인 연기로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박지훈은 해맑은 얼굴과 살가운 말투로 밝은 모습을 잘 표현하면서도 혼자 있거나 마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무표정으로 돌변하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또 강민아는 취업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여느 학생과 같은 모습으로 성실히 공부하고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는 김소빈 역을 잘 소화해 냈다. 배인혁 역시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무엇인가 포기하고 지내는 듯한 모습의 학생 역을 잘 대변했다. 차가운 눈빛,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말투는 캐릭터를 더욱 구체화시켰다.
다만 캐릭터성은 공감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첫 회에서는 주연 박지훈, 강민아, 배인혁의 관계와 성격을 뚜렷하게 보여주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또 20대 청춘들의 행복하지만은 않은 현실을 다루며 청춘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20대 청춘들을 세 카테고리. '취준생' '인싸(활동적이고 대외활동을 잘하는)' '아르바이트 전전하며 학업과 생계를 이어가는 학생'이라는 진부한 상황을 내세워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청춘들의 삶이 더 이상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알려진 사실이며, 심지어는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주제는 구시대적 청소년 드라마라는 생각까지 들게끔 했다.
또 서사 역시 결핍을 가진 청춘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는 특별할 것 없는 뻔한 이야기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돼 지루함을 안기기도 했다.
끝으로 20대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연령층 시청자들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김정현 감독이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학생들과 캐릭터들이 더 등장한다고 알린 만큼, 앞으로의 회차가 진부함을 떨쳐내고 새롭게 전개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