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풀 3D 작품인 '아야와 마녀'는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광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영화 '아야와 마녀'(감독 미야자키 고로·제작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10세 말괄량이 소녀 아야의 판타지 어드벤처다.
작품은 보육 시설에 맡겨진 아기 아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아야는 일본어로 '조종한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아야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주변 사람들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면서 성장한다. 이렇게 열 살이 된 아야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마법사 벨라와 맨드레이크에게 입양돼 미스터리한 저택에 입성한다.
저택은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문, 비밀의 방 등 신비로운 공간이다. 벨라는 아야에게 "단지 일손이 필요해 데려왔을 뿐"이라고 못 박았으나 영악한 아야는 자신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야는 벨라를 골탕 먹일 작전을 세운다.
'아야와 마녀'는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인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풀 3D 작품이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2D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기대 속 뚜껑을 연 '아야와 마녀'는 실망스러웠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도전과 혁신이라고 자부했으나 캐릭터, 서사, CG 기술 등 각기 방면에서 아쉬운 감이 있다.
아야와 마녀 / 사진=영화 아야와 마녀 스틸컷
가장 문제가 된 건 캐릭터와 서사다. 주인공인 아야는 영악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쟁취하려 한다. 문제는 사랑스럽지가 않다. 주인공이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주변인을 이용하는 건 익숙한 구조다. 다만 이 안에는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필연적인 사건이 존재한다. 아야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이는 사건의 거대한 줄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야가 왜 마법을 배워야 하고, 왜 벨라를 골탕 먹여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 또 아야의 엄마가 왜 아야를 보육 시설에 맡겼는지, 아야의 엄마와 벨라가 무슨 관계였는지 암시만 나왔을 뿐 명확한 설명은 없다. 결말도 흐지부지 마무리된다.
마치 속편을 예고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아야와 마녀'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는, 시리즈물의 초반부를 보는 느낌이 강하다. 싱거운 전개는 지루함을 더할 뿐이다.
CG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이미 3D 애니메이션이 보편화된 세계 흐름에 발맞췄다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디즈니에서는 이미 2005년 '치킨 리틀'로 첫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데 이어 '라푼젤' '모아나' '겨울 왕국' 등을 선보인 상황이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운데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제 막 3D로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관객들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더 거쳐야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야와 마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화려한 첫 3D 데뷔작이란 수식어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크다.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가 아쉬운 부분을 충족시킬 작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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