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2021년 상반기는 영화계에는 영화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영화제 수상은 물론,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배우상을 안겼다.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성과다.
'미나리'는 1980년대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나리'는 지난해 1월 열린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전 세계 약 100개의 상을 휩쓸었다.
그중에서 배우 윤여정이 약 30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비롯해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콜럼버스,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디스커싱필름, 미국 흑인, 피닉스, 온라인 여성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등이다.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윤여정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으로 불리는 미국 배우 조합상(SAG)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아카데미 수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당시 할리우드 각종 시상식 결과를 점치는 사이트 골드더비도 윤여정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할 거라고 점쳤다. 골드더비에 따르면 윤여정은 전문가와 편집자, 일반 회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 27명 중 24명으로부터 수상자로 지명됐고, 골드더비 편집자 11명, 지난해 오스카상을 정확히 예측한 '톱 24' 회원, 지난 2년 동안 아카데미상 예측 정확도가 높았던 '올스탑 톱 24' 회원의 표도 모두 휩쓸었다. 일반 회원의 77%도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예측했다.
세계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도 "'미나리'의 윤여정은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 안에서 빛난 할머니였다. 우리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를 불렀을 때 그 자리에 윤여정이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초미의 관심을 받은 윤여정이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윤여정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미나리'로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사람들이 나를 축구선수나 올림픽 국가대표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부담감 속 4월 26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LA의 유니온 스테이션, 돌비극장에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현장에는 '미나리'의 주역인 배우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앨런 김, 노엘 조, 정이삭 감독이 참석했다. 앞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마침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윤여정이 호명됐다. 한국 배우 역사상 최초의 아카데미 배우상 수상이었다.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저를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며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국 배우에 대한 손님맞이가 친절하다. 그리고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다.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 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외신 반응 역시 뜨거웠다. 로이터는 "윤여정이 수십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주로 재치 있으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호평했다. 이어 유럽 매체들은 "팬들은 (윤여정의) 솔직한 순간을 좋아했고, 일부는 그를 '절대적인 전설'이라고 불렀다"면서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미나리 제작에 대해 진심으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챔피언이라니"라며 윤여정의 수상 장면이 판에 박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미나리'는 선댄스 영화제로 포문을 열고 미국 아카데미로 레이스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미나리'의 레이스는 끝났으나 여운은 길었다. 국내에서는 '미나리'가 개봉 약 두 달 만에 역주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윤여정 수상 낭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해외 극장가에서도 '미나리'가 화제였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폐쇄됐던 이탈리아 영화관들이 재개장한 첫날인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미나리'는 현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안사통신은 개봉 당일 새벽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내다봤다.
윤여정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윤여정의 데뷔작인 '화녀'가 재개봉된 데 이어 故 김기영 감독의 유작이자 과거 윤여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미개봉작 '죽어도 좋은 경험'도 개봉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상반기, '미나리'의 연이은 낭보는 국민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 '기생충'에 이어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영화계를 빛낸 것. 윤여정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