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강한 눈빛이 인상적인 탕준상, 이제 막 19살인 그이지만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지난 2010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시작으로 이미 수많은 뮤지컬 무대에 선 탕준상이며 드라마 역시 흥행작이 쏟아진다. 배우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듯한 탕준상은 드라마 '무브 투 헤븐'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극본 윤지련·연출 김성호)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해당 작품은 1인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는 요즘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아픈 사연 속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얘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또 어딘가에서는 이들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사'라는 흔치 않은 직업군의 주인공을 작품에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무브투헤븐 탕준상 /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제공
그루는 아스퍼거스 증후군이 있는 인물로 아버지 정우(지진희)와 함께 살았다. 정우는 누구에게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유품정리사였고 그루는 증후군을 앓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유품정리사 일을 함께 도우며 성장하고 살아갔다. 하지만 정우가 심장마비로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고 정우의 이복동생이자 양아치 기운이 다분한 불법 경기 복서 상구가 갑자기 후견인이 된다.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루는 보통 사람들보다 말을 빨리했고 감정의 표현은 적었다. 극 중 상구는 그런 그루에게 "A.I 로봇 같다"는 말을 할 정도. 해당 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도, 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도 어느 것 하나 연기를 하기 쉽지 않았을 터, 탕준상이 해당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됐다.
탕준상은 "저는 작품을 선택했다는 입장보다는 감독님께서 저를 선택해 주셨다"고 전했다. 과거 드라마 '나랏말싸미'에서 어린 중으로 등장했던 탕준상은 "제가 염불을 외우는 장면을 보고 그루와 비슷한 점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셨다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긴 대사를 쉼 없이 이어가는 그루의 대사와 연기에 대해 "정말 신기하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암기할 게 많기는 했지만 금방 외워졌다.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죽어도 안 외워지는데 연기를 할 때 대본은 정말 잘 외워지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긴 대사를 외우는 것보다 배우로서 어려웠던 건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점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탕준상은 그루를 표현하기 위해 다수 작품들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외국 영화들을 보면서 해당 증후군을 갖고 있는 인물들을 연구했다.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할지, 몸은 어떻게 쓸지. 한국 작품으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인물을 참고하면 연기가 비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알렸다. 남다른 노력과 시간이 담겼음이 느껴졌다.
앞서 탕준상이 말했던 것처럼 그루를 연기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에피소드와 성숙의 단계를 거쳐 9부와 10부에서 아버지의 유골함을 안고 수족관에 가서 그제야 품에서 놓는 장면들이 정말 슬프고 연기하기도 어려웠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촬영할 때에도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근데 그루 역할상 감정 표현이 제한되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알렸다.
여러 어려운 지점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사히 '무브 투 헤븐'을 마칠 수 있었던 건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배 이제훈과 동료 배우들 덕이었다고. 탕준상은 "아버지 역으로 잠깐 호흡을 맞췄던 지진희 선배도 정말 너무 감사했다. 대선배라 어렵지만 먼저 다양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훈) 형은 연기적인 기술이 대단하다. 섬세하고. 형한테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인 기술들을 많이 익혔다"며 "지금도 잘 배워서 써먹고 있다"고 알려 눈길을 끌었다.
어린 나이에도 이렇듯 다양한 직업, 성격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한 탕준상은 '무브 투 헤븐'으로 또 한 번 대중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진 만큼 탕준상은 최근 첫 방송을 한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 주연으로도 등장하며 쉼 없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저는 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그는 "'라켓소년단'에 나오는 해강 역은 그루와는 완전히 또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며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친구니까 많이 사랑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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