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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투헤븐' 이제훈, 선한 마스크로 쾌감을 주는 배우 [인터뷰]
작성 : 2021년 06월 02일(수) 09:00

이제훈/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선하고 차분함이 느껴지는 외모의 소유자 이제훈. 하지만 작품을 할 땐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과감하게 변신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연기는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배우 이제훈은 작품 속에서 늘 새롭고 신선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극본 윤지련·연출 김성호, 이하 '무브 투 헤븐')는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과 비슷한 발달장애)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죽음'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소외된 사람들은 뒤처리를 해줄 사람조차 없어 부패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뒤처리가 힘든 만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 역시 환대 받지 못하는 게 현실. '무브 투 헤븐'은 우리의 삶과 불가분 관계인 죽음을 다루고 처리하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직업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배우에게도 쉽지 않을 선택이었을 터, 이제훈의 작품 선택 이유에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이제훈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북받치는 마음에 주체가 안돼서 정신을 못 차렸다. 근데 감정적인 부분들로 작품을 선택하는 건 옳지 않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다시 차분하게 글을 읽었는데 이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무브 투 헤븐'이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통해 남겨진 사람에게 전달되는 뭉클한 교훈이 있는 내용인 만큼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들이 깊게 들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알렸다.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4년 차인 배우 이제훈. 경력에서 오는 내공 덕인지 그는 매작품에서 역할 그 자체란 평가를 받는다. 이번 '무브 투 헤븐'에서 맡은 상구 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훈/ 사진=넷플릭스 제공


극 중 상구는 사실 처음부터 유품 정리사가 아닌 양아치 기운이 다분한 불법 격투기 유명 선수였다. 큰 금액을 받던 상구는 위험천만한 경기를 펼쳤고 마지막 경기에서 아꼈던 동생을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실수를 범하고 교도소 생활을 한 인물이다. 그루의 삼촌이자 후견인이지만 그루의 아버지와 배다른 형제였던 만큼 그루에게 좋은 후견인이 되어줄 수 없었다. 해당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이제훈은 "겉으로나 내면으로나 상구를 최대한 이해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며 "외형적으로는 유명 복서였던 만큼 헬스장에서 일주일에 6번 2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는 이복형 정우 형을 애증하고 아끼는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어딘가 외로운 상구를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무브 투 헤븐'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매 회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훈은 "매회 에피소드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상구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저 개인 역시 매 회 여러 사연을 통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피소드에서 일을 하다가 죽은 청년,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 해외 입양된 어떤 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이 등장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회면이나 사연들을 통해 본 이야기들인데 이런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지점이 너무 뿌듯했다. 앞으로 어떤 태도로서 사람들을 볼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도 영향이 미친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게 의미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의 진정성이 담긴 연기, 그리고 자연스러운 인물 표현, 또 대중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주제들을 다뤄서일까. '무브 투 헤븐'을 향한 호평이 쏟아졌다. 해외에서도 열렬한 반응이 이어지며 '이 작품을 통해 K-드라마의 정서를 또 한 번 전한 것 같다'는 찬사가 나왔다.

이제훈은 이런 반응에 대해 "인간의 삶을 조명하고 해결하는 부분에서 누구나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경험하게 된다. 그 부분이 이 드라마를 보는 데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다"며 "유품 정리사를 보고 조금 더 많이 보게 됐다. 이번 역할을 통해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도 조금 더 깊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작품을 대하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는 "신인 때는 '내가 얼마만큼 잘할 수 있을까'를 주안점으로 두고 작품을 바라봤는데 이제는 작품이 어떻게 남겨질까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가치 있는 작품을 찍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어떤 배우로서 소개되고 보이게 되고 남겨지게 될까에 대해 정말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좋은 작품들에 출연해 '좋은 배우였구나'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고 알렸다.

끝으로 그는 "혼탁해지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당연해진 것이 되어버린 현재지만 '무브 투 헤븐'은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며 "대중들이 그런 그루의 시각들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의심하고 증오하는 것보다는 따뜻하게 포용하게 안아주는 게 우리에게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걸 상구라는 친구를 통해서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고 이게 현실에서도 잘 이루어져서 모두가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인사를 전했다.

이제훈/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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