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배우 김도훈의 발걸음에는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이 담겼다. 대본 속 한 단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한 김도훈의 눈빛은 빛이 났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생긴 김도훈이다.
김도훈은 2018년 영화 '게이트'를 통해 데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를 통해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었다. '목표가 생겼다'는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행복 망치기 프로젝트'를 계획한 19세 소녀 소현(김환희)의 발칙하고 은밀한 작전을 담은 드라마다.
가장 먼저 김도훈은 작품을 떠나보내며 아쉬운 심경을 털어놨다. "벌써 끝나서 아쉽다. 대본 자체를 재밌게 봤어서 좀 더 찍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그래도 종영 후 좋은 반응이 많아서 기분 좋은 2주를 보냈다. 이에 힘입어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목표가 생겼다'는 4부작으로 12부작, 16부작으로 구성되는 타 드라마와 비교해 호흡이 짧았다. 김도훈의 아쉬움이 더욱 짙은 이유다. 그는 "캐릭터로서도, 배우들로서도 친해지려고 하는데 끝이 나서 시간적으로 아쉽더라"며 "감독님께 농담 삼아 더 찍으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반면 4부작의 매력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하다. 그는 "긴 호흡의 드라마 같은 경우 이야기들을 연결하기 위해 다른 플롯들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4부작이다 보니 짧고 힘 있게 극을 만들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4부작의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훈은 극 중 재영(류수영)이 운영하는 행복한 치킨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19살 윤호 역을 맡아 소현과 풋풋한 로맨스를 그렸다.
김도훈은 윤호 역을 꿰차기 위해 직접 오디션에 참가했다. 당시 김도훈에게 주어진 대본은 짤막하게 발췌된 대사뿐. 이는 연기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을 돋우는 계기가 됐다.
"발췌된 대사만으로도 너무 재밌었어요. 윤호라는 친구에 대해 궁금한 게 더욱 많아져서 오디션임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께 궁금한 걸 많이 물어봤어요. '어떻게 연기를 해 볼까요'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해야 되나요' '감독님께서 생각하신 윤호에 대한 느낌이 있으신가요' 등이었죠. 감독님께서 굉장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연기 열정을 내비친 김도훈은 당당히 윤호 역을 거머쥐었다. 이후에도 윤호에 대한 탐색은 계속됐다. 김도훈이 윤호를 연기함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대목은 '윤호의 마음'이었다. 그는 "드라마 자체가 주인공인 소현의 감정선을 주로 따르다 보니 윤호의 감정 구간이 대본에 쓰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윤호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본 속 공백은 김도훈이 채워나갔다. 그는 "윤호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닌 친구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 친구의 생각이나 마음을 공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촬영장 갈 때는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하거나 괜히 따뜻한 사람인 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호 역은 김도훈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진중하고 이성적인 윤호 달리 김도훈은 장난기가 많고 궁금한 것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김도훈은 "윤호를 연기하며 좋지 않았던 습관과 제 성격을 돌아보게 됐다. 이를 고쳐보자 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윤호가 김도훈의 내적 성장을 도왔다면, 함께 호흡한 배우들은 그의 연기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
김도훈은 배우 김환희와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그는 김환희에 대해 "정말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다. 김환희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밝은 친구이지만 어른스러운 부분도 있다. 동생이지만 친구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환희가 경력으로는 선배라 촬영할 때는 의지를 많이 했다. 또 그 친구를 지켜보면서 '연기를 할 때는 저렇게 준비하는구나' 생각했고 많이 배우려고 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도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배우 류수영과의 촬영에서도 배울 것이 많았다. 김도훈은 "류수영 선배가 항상 새로운 걸 발견하시고 제안해 주신다. 저는 평소 계획하고 계산한 대로 연기하는 편이다. 그래서 연기가 어느 순간 재미없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선배들이 깨주시니까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윤호로서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촬영 전 미비하게 준비를 하면 배우, 스태프들의 시간을 뺏을까 봐 고민과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현장만 가면 걱정들이 싹 사라졌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목표가 생겼다'는 김도훈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는 "주연이었지만 제가 그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인 것 같지 않다.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좀 더 이끌어가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연이 된 후 좋았던 건 잠시였다.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윤호를 잘못 건드리면 너무 다운되거나 반대로 너무 밝을까 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전했다.
매 순간 걱정과 자책 속에 빠져 있던 김도훈을 일으키게 한 건 바로 연기와 응원이었다. "연기하다 재미를 느끼고, 연기하다 스트레스가 풀린다. 또 누군가가 해 주는 칭찬, 인정들이 잘해 보고 싶다는 욕심을 생기게 한다"고 말한 김도훈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거머쥐고 있었다.
연기를 향한 열정 역시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는 "체력 좋을 때 연기를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의 경험도 중요하다. 경험을 통해 내가 뭘 잘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차근차근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김도훈은 배우로서의 목표도 생겼다. 진심을 다하는 배우가 되기 위한 김도훈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처음 연기 배울 때 선생님이 해 주셨던 말이 있어요. '대본에 있는 문장, 단어에 진심을 다해야 된다'고 하셨어요. 연기를 하다 보니 진심을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앞으로 한 단어 한 단어 진심으로 대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