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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이 꼭 하고 싶었던 '다섯 마디' [인터뷰]
작성 : 2021년 05월 29일(토) 09:00

정승환 인터뷰 / 사진=안테나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가수 정승환은 신묘했다. 언뜻 내뱉는 말들은 가벼운데, 이상하게 곱씹을수록 맛을 내는 신기한 화법의 소유자였다.

정승환은 26일, EP '다섯 마디'를 발매했다. '다섯 마디'는 발라드로만 구성된 앨범이다. 앨범을 처음 구상하면서부터 '발라드 앨범'을 내려고 했다고.

그는 "'정승환' 하면 떠올리는 대표곡들이 '너였구나' '이 바보야'지 않나. 그런 곡들로 저를 인식하고 계셨던 분들한테는 작년 한 해 동안 제가 냈던 곡들이 좀 생소하셨을 거다. 그러다가 앨범을 구상하면서 제 스스로 제 색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정통 발라드인 것 같더라. 이걸로 승부수를 띄우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 첫 데뷔 앨범이 '이 바보야'가 타이틀 곡이었던 앨범 '목소리'였어요. 그때 당시에도 전곡이 발라드였는데 '버전 2를 내보자' 한 거죠. 이번 앨범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키워드가 '백 투 더 베이직'이었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정말 잘해버리자. 발라드로 승부를 보려고 데뷔 앨범보다는 업그레이드 된 걸 내고 싶었어요."

'다섯 마디'라고 제목을 짓게 된 이유도 있다. 말하지 못했던 그 한 마디가 쌓여서 '다섯 마디'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승환은 "단순히 곡 수가 다섯 곡이기도 하지만 곡들을 다 모아놓고 보니까 다 사랑 얘기더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제로 곡이 만들어졌을 때는 대부분 실제로 말하지 못해서 음악의 힘을 빌려서 말하는 거지 않나. 곡들을 쭉 듣다 '다섯 마디'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발라드여서 부담 없이 듣기 좋은 앨범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승환 인터뷰 / 사진=안테나 제공


타이틀곡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 오래된 친구를 향한 특별한 마음을 담은 고백송 '친구, 그 오랜 시간'이다. 정승환은 "멜로디만 쭉 들어보니 세레나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슬픈 정서가 있어서 어떻게 구체화시킬까 하다가 짝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친구이지만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보고자 해서 그 방향성을 잡고 가사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장 고생을 많이 한 곡이다. 가장 나중에 만들어지기도 했고"라며 "사실 앨범이 완성되기 전까지 타이틀이 없었다. '가장 힘 있는 트랙을 골라보자' 해서 '친구, 그 오랜 시간'이 결정됐다"고 털어놨다.

이번 앨범 크레딧에는 유희열, 김이나, 아이유, 노리플라이 권순관 등의 이름이 올랐다. "복 받았구나" 싶다며 정승환은 특히 아이유가 작사 작곡한 5번 트랙 '러브레터'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재밌는 게 원래 그 곡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아이유 선배님께서 진작에 공개를 하셨던 곡이다. 정식 발매는 아니고 '곡에 제목을 지어주세요' 그런 취지의 코너였는데 그 방송분을 보고 좋아서 제가 집에서 혼자 커버를 해서 SNS에 올렸다. 그게 계기가 됐다. '승환 씨가 불러보면 어떻겠냐'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언젠가는 아이유 선배님의 앨범으로 듣겠구나' 했는데 제 앨범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아이유는 정승환의 표현력에 만족했단다. 그는 "제 입으로 말하면 민망하니까 아이유 선배님의 의견을 빌리자면 본인이 의도하신 가사의 방향을 잘 표현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아이유) 특유의 시적인 표현이나 뻔하지 않은 작법이 저의 취향과 결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아마도 좋은 시너지가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승환 인터뷰 / 사진=안테나 제공


'목소리로 설명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 데뷔 앨범 제목을 '목소리'라 지었던 정승환은 이번 앨범을 통해 이 말을 다시금 되짚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초심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초심을 한 번 돌아보는 앨범이니 만큼 그때 마음을 자주 생각하려 했다. 정승환이라는 가수를 설명할 때 '목소리'라는 단어 하나로 충분했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인데 꿈은 크게 가져도 되니까"라고 웃었다.

데뷔 때를 생각하며 정승환은 "데뷔했을 무렵의 저와 지금의 제가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지금은 조금은 더 알게 되고 그때는 들리지 않던 것, 보이지 않던 게 들리고 보이게 되지 않았나 싶다. 보컬적인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디테일한 퀄리티를 올리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앨범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면 과거에는 유희열 선배님께서 총괄 프로듀서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통솔하셨다면 지금은 유희열 선배님께서 직접 하시는 거에는 못 미치겠지만 제가 지휘권이랄까. 그걸 갖는 게 저의 행보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도약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결과가 좋아야 할 텐데. 아직 세상에 나오진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띵반이 나왔다'고 한다"고 자랑했다.

발라드를 잘한다고 해서 '발라드'에만 갇힐 생각은 없다. 정승환은 "발라드가 저의 정의이거나 규정은 아니다.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 가진 색깔들을 확장하고 싶다. 다만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복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찬을 이어갔다.

정승환 인터뷰 / 사진=안테나 제공


어느덧 6년차 가수다. 그러나 정승환은 "특별한 목표나 꿈 없이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했다.

"너무 멀리 내다 보면서 가면 스텝이 꼬인다고 할까요? 제가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그냥 당장 눈앞에, 발끝에 놓여져 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잘 걸어가다 고개를 들면 '꽤 많이 와 있네' 제 인생이 지금까지 그랬어요. 데뷔 때에 비해서 어느 정도 이뤘고,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은 있어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승환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다섯 마디'를 남겼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가 돌아왔어요. 여러분이 예뻐하시던 승환이에요. 저 잊지 않으셨죠?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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