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신선한 소재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작 베일을 벗은 영화 '파이프라인'은 낯이 익다. 뻔한 전개가 흐르고 있는 배관은 이미 녹이 슬었다.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제작 곰픽쳐스)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도유 업계 천공기술자 핀돌이(서인국)는 대기업 후계자 건우(이수혁)가 제안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핀돌이는 땅굴 설계자 나과장(유승목), 용접 담당 접새(음문석), 굴착 담당 큰삽(태항호), 그리고 감시자 카운터(배다빈)와 한 팀을 꾸려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경찰 만식(배유람)은 도유 범죄가 계획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핀돌이의 뒤를 쫓는다. 도유꾼들을 방해하는 것은 만식뿐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연이어 발생되며 계획이 틀어진다. 과연 6명의 도유꾼들은 거금이 걸린 도유 범죄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파이프라인 / 사진=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제공
'파이프라인'의 특징은 참신함이 아닌 기시감이다. 기름을 빼내 한탕을 노리는 도유꾼들은 보석을 훔쳐 일확천금을 꿈꾸는 영화 '도둑들' 속 도둑들을 떠오르게 한다. 또 한 팀을 꾸려 팀워크를 발휘하는 모습은 한마음으로 범죄를 소탕하던 '극한직업' 속 캐릭터의 호흡을 연상시킨다.
팀 구성 역시 어딘가 낯이 익다. 총괄 팀장을 비롯한 다수의 기술자, 이들을 보조하는 여성 멤버로 구성된 팀은 평범함 그 자체다. 처음 서로를 경계하던 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전개도 뻔한 클리셰다.
도유 과정에서 뜻밖의 사고들도 일어나지만 충격적이진 않다. 예상이 가능한 흐름이기 때문. 게다가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장면도 있다. 흔한 범죄 오락 영화과 신파를 오가는 '파이프라인'이다.
그나마 신선한 건 '도유 범죄'라는 소재다.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돌린다는 이야기는 새롭다. 실제 도유 사건을 바탕을 하되 과장적인 요소가 더해져 시각적 효과도 높였다. 팔뚝만한 핀으로 송유관을 뚫는 장면이 그 예다. 또한 도유 과정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CG 장면도 눈에 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흠잡을 데 없다. 서인국은 뻔뻔하고 무서울 게 없는 핀돌이로 완벽 변신했다. 음문석은 웃음 사냥꾼이다. 능청맞고 유쾌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파이프라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유빈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파이프라인'은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새로움보다는 기존 범죄 오락 영화의 흥행 요소를 한데 모아둔 듯한 '파이프라인'은 오는 26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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