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데뷔 10년 차를 맞은 배우 공승연은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연차에 맞는 배우인지 고민하던 공승연은 처음으로 장편 영화에 도전했고, 값진 배우상까지 수상했다. 드디어 터닝포인트를 맞은 공승연이다.
2012년 드라마 '아이러브 이태리'로 데뷔한 공승연은 이후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풍문으로 들었소' '육룡이 나르샤' '내성적인 보스' '써클: 이어진 두 세계' '너도 인간이니?' '꽃파당: 조선혼담공작소'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공승연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을 통해 첫 장편영화에 도전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극중 공승연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 있는 진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공승연에게 첫 장편영화임과 동시에 처음으로 배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의미가 남다를 터. 공승연은 "첫 장편 영환데 좋은 일이 생기고 개봉까지 이어지게 돼 기쁘다. 내가 데뷔 10년 차를 맞았는데, 연차에 맞는 배우인지 늘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응원과 격려를 많이 받아서 향후 10년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아는 감정 표현도 많지 않고, 무표정한 인물이다. 그간 발랄한 모습을 주로 보여준 공승연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공승연은 "사실 감독님이 대본을 보내줬을 때 과연 진짜 나를 캐스팅하려고 하시는 게 맞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캐릭터는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위주로 했는데. 심지어 난 아직 영화를 시작하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나오는 게 맞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감독님은 그동안 내 연기를 봤고, 같이 하고 싶다고 응원해 줬다. 처음에는 겁이 나고, 왜 나여야 하는지 궁금한 거 투성이였다"고 전했다.
이어 "극도로 혼자 있는 진아를 이해하기 위해서 감독님께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감독님과 최대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다. 감독님도 나의 매력을 얘기해 주면서 응원해 주고, 궁금한 걸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시더라. 촬영 전에 충분히 이야기가 돼서 현장에서는 크게 질문을 안 했다. 느끼는 거 그대로 표현하면서 편하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공승연은 진아와 닮은 점으로 혼자 산다는 걸 꼽았고, 그 외의 부분은 전혀 달랐다고 전했다. 공승연은 "진아와 크게 교집합은 없다. 나는 관계를 단절하기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거 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더 진아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닮은 점은 혼자 산다는 것과 어떻게 하면 혼자 잘 살지를 고민한다는 거였다. 내 안에 있는 것들과 감독님이 말해주신 걸 가져와서 진아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혼자 길을 걸을 때 핸드폰을 하고 사람들과 눈을 최대한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지 않냐. 시선이 불편해서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는 부분은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승연이 생각하는 '혼자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면서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성심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시간을 가지면서 재충전을 하고, 이 에너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거다. 이게 혼자 잘 사는 법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아직도 어떻게 혼자 잘 사는 게 좋은지는 모르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승연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은 도전이었다. 장편영화, 어두운 얼굴을 가진 캐릭터, 무채색의 옷과 표정 모두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공승연은 "새로운 나의 얼굴이다. 모든 게 다 새로웠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에게 몰입감을 주면서 작품을 끌고 나갈 수 있을지도 도전이었다. 길게 작품을 끌고 가면서 지치기도 했고, 스스로 이게 맞나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라는 매체도 너무 하고 싶었는데, 사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디션에서도 많이 떨어졌다. 우연하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 앞으로 또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첫 장편영화 도전은 첫 배우상 수상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 공승연은 "그전에 받았던 상들은 아이콘상, 뉴스타상이었다. 그래서 이번 연기상은 더 감회가 남달랐다. 그동안 연기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응원과 격려로 느껴졌다. 나도 이제 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은 기분"이라며 "수상 소감도 모범 답안을 정해놓고 갔다. 상을 받으면 멋지게 소감을 말해야지 마음먹었는데, 무대에 올라 '안녕하세요'를 말하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더라. 이렇게 눈물이 줄줄 나올 줄 몰라서 소감을 말하는 내내 진땀을 뺐다. 그동안 연기했던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10년 만의 첫 배우상 수상이다. 인정받으려고 이를 악물었던 시간들이었다. 공승연은 "정말 인정받고 싶었다. 내 자존심이기도 했다. 일을 시작한 김에 끝까지 해보자는 오기였다. 날 응원해 주는 사람들과 부모님께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는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내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꿈과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승연은 이를 동력으로 한계를 넓히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저하고 겁을 냈던 작품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앞으로 겁내지 않고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나 여기까지야', '나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한계를 넓히고 더 과감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공승연의 터닝포인트였다. 그는 "딱 요즘이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배우로서 사람들 앞에 나서고,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상도 받고 영화 개봉도 하지 않냐. 내년이면 30대가 되는데 지금을 기점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더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승연은 마음 한편에 있는 불안함을 내비쳤다. 혹시라도 연기를 하지 못할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그는 "사실 내가 연기를 계속하면 좋겠지만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연기를 하려고 하는데, 내가 못하게 되더라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는 계속하게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공승연은 나아간다. 차근차근 목표를 세워 스크린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다. 공승연은 "차근차근 내 필모를 쌓고 싶다. 지금까지는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면, 나중에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크린과 잘 어울리는 사람 말이다"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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