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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 우리는 같이 산다 [무비뷰]
작성 : 2021년 05월 18일(화) 10:00

혼자 사는 사람들 / 사진=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혼자 사는 삶은 겉으로는 평화롭다. 그러나 평화롭다는 이유로 외로움을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통을 단절시키면 편안하지만, 오해와 상처는 커지기 마련이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시대 속 삶의 태도를 어떻게 취해야 될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가 옆집 남자의 죽음 이후 변화를 겪는 이야기다.

작품은 혼자 사는 진아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콜센터 상담원인 진아는 늘 혼자다. 직장에서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담배를 피우고, 집에 와서도 혼자 TV를 보면서 일상을 보낸다.

이런 진아에게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의 교육이 주어지고, 진아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수진을 밀어내기만 한다. 아버지와의 대화도 어색하고 싫을 뿐이다. 그러던 중 진아의 옆집 남자(김모범)가 고독사한 채 발견되고, 진아는 자신의 일상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 / 사진=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1인 가구가 늘어난 요즘, 참 잘 나온 영화다. 혼자 사는 삶, 또 타인과의 소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혼밥', '혼술', '혼영' 등의 단어는 이미 널리 쓰인 지 오래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는 삶에 익숙해졌다.

익숙해졌다고 외로움도 없어질까. 혼자인 삶은 외롭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삶과 외로움, 그리고 소통까지 광범위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우선 진아의 삶은 공감되는 점과 공감되지 않는 점이 적절히 섞여 있다. 1인 가구의 일상은 깊은 공감을 사면서, 진아가 이상하리만치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점은 공감하기 어렵다.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하고,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TV를 보는 일련의 과정들은 충분히 공감을 살 만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극단적 소통 단절은 의문이 든다. 진아는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인물이다. 수진이 일을 가르쳐 달라고 다가와도 밀어내고, 아버지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전화를 하려고 해도 화만 낸다. 이는 과거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부터 비롯됐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 직장 상처에게 받은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방어기제를 세운 것이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바엔 멀어지는 것을 선택한 진아다.

꼬인 매듭을 풀지 않는 이상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곪아갈 뿐이다. 소통을 포기한 진아의 삶은 단조롭고 고요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일 정도다. 그러나 진아의 마음속은 답답함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 성훈(서현우)이 진아에게 "왜 계속 화가 나 있냐"고 말한 것처럼, 진아의 상처와 외로움은 안에서 커져 화로 분출되는 것이다.

참았던 것이 터지면서 진아의 마음속의 난장은 하나둘씩 정리된다. 진아는 그간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들여다보고,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하면서 놓아주기 시작한다. 이 정리는 곧 소통이고, 소통으로 진정한 결별을 만든 것이다. 끝맺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자신을 둘러싼 것에서 해방된 진아의 표정은 한결 가볍다.

진아는 여전히 혼자 산다. 혼자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조금씩 늘리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혼자 사는 삶보다 더불어 사는 삶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삶과 소통이 적절히 분배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들은 함께 살아가야 된다는 시대상을 적절히 녹여낸 것이다.

이는 1인 가구뿐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더라도 소통이 되지 않으면 섬에 갇힌 듯 외로울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 요즘 큰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쭉 이끌어간 배우 공승연의 연기는 신선한 충격이다. 그간 공승연은 밝은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이런 공승연이 표정을 지우고 무채색의 옷을 입고 스크린을 압도한다. 발견하지 못한 공승연의 새로운 얼굴이다. 혼자 러닝타임 90분을 끌고 가면서도 묵직함을 잃지 않는다. '혼자 사는 사람들'로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시켰다.

이처럼 삶에 대한 메시지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혼자 사는 사람들'은 19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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