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뮤지컬계 정상에 올랐지만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스스로의 잠재력을 뛰어넘어 한계 없는 비상을 보여 주고 있는 뮤지컬 배우 정선아의 이야기다.
정선아는 지난 3월부터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아기염소'로 출연해 3연승을 거머쥐었다. 뮤지컬계를 휩쓸었던 그는 '네버 엔딩 스토리' '헤븐' '롤린' 등 가요곡을 선보이며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지난 9일 '5월의 에메랄드'와의 치열한 접전 끝, 아쉽게 패배하며 도전을 마무리했다.
가장 먼저 정선아는 3연승을 이룬 소감에 대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꿈같다"며 얼떨떨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그동안 뮤지컬로만 인사를 드리다가 이렇게 방송을 하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내 주셔서 뜻깊었다. 큰 사랑을 받은 느낌"이라며 "그동안 왜 내가 방송을 하지 않았을까, '복면가왕'에 왜 이제 나왔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정선아는 제작진의 꾸준한 러브콜로 인해 '복면가왕'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예전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과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간 하지 않았던 (가요) 장르라 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뮤지컬 '위키드'를 하게 되면서 다시 제의를 받게 돼 출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역시 출연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음악 방송을 보게 됐다. 그런데 그 방송들이 희망이 되고 힐링이 됐다"며 "이전에는 저를 만나기 위해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면, 이제는 제가 시청자를 만나러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왕을 향한 도전은 쉽지 않았다. "걱정되는 부분도 정말 많았다"고 밝힌 그는 "'위키드' 공연을 하면서 방송을 병행한다는 게 체력적으로 걱정이 됐다. 또 제가 뮤지컬만 계속 해와서 가요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고민도 됐다"고 언급했다.
고민을 깨부수기 위해 더욱 연습과 훈련에 매진한 정선아다. 그는 '위키드' 공연을 하면서도 시간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가요 보컬 레슨에 임했다. 그는 "레슨을 통해 기량도 업그레이드됐다.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이제 어떤 노래를 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선아가 '복면가왕'을 통해 얻은 것은 자신감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딱딱했던 이미지를 깨고 쾌활하고 친근한 매력도 알리게 됐다. 정선아는 "제가 뮤지컬에서는 차가운 역을 많이 맡아 많은 분들이 제게 다가오는 걸 어려워하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뮤지컬에서는 캐릭터의 모습으로 사람들과 만났다면 '복면가왕'에서는 정선아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제가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분들에게 한발 다가갔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복면가왕'에 출연하며 방송의 힘도 깨닫게 됐다. 그는 "공연을 못 보는 분들이 안방에서 저를 볼 수 있다는 것에서 기쁨을 느꼈다. 또 저라는 배우를 몰랐다가 알게 된 분들이 SNS을 통해 메시지도 보내 주셨다. 그분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응원을 해주시더라. 뮤지컬도 중요하지만 TV를 통해 나를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여건이 된다면 방송에서도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정선아는 2002년 뮤지컬 '렌트'를 시작으로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던 18살 어린 소녀는 어느덧 자라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가 됐다.
정선아는 "정말 경주마처럼 달려왔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많은 작품들을 했다. 눈을 깜빡인 것만 같은데 지금까지 왔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저 혼자 큰 건 아니다. 어릴 땐 제가 잘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에 자만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스태프, 동료들이 절 끌어줬기 때문"이라며 함께 달려온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년이 지났지만 뮤지컬을 향한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제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데 이유는 없다. 저는 어릴 때부터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다"며 "지금 생각하면 어린 시절 느꼈던 뮤지컬에 대한 첫사랑의 감정이 정말 강했다. 지금도 그 감정을 바탕으로 계속 뮤지컬을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미 뮤지컬계 정상에 올랐지만 정선아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그는 "책임감 있고 뮤지컬을 끌고 갈 수 있는, 주축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거창하게 어떤 배우가 될 것인지 생각도, 다짐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구체적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책임감 있게 많은 후배들을 이끌어주고 선배들을 존경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