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상 잊을 수 없는 사건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여전히 피해자는 괴롭고, 가해자는 숨어 있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가해자들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피해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영화다.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제작 영화사 혼)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작품은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는 오채근이 과거 군대장이었던 박기준(박형근)과 만나며 시작된다. 박기준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을 진압한 '투 스타' 군대장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의 가해자였던 박기준은 반성은커녕 호의호식하면서 살고 있다. 오채근은 이런 박기준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
또 오채근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식당 종업원인 광주 출신 진희(윤유선)의 아버지를 만난다. 진희의 아버지는 5.18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다. 오채근은 진희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박기준을 향한 복수를 다짐한다.
아들의 이름으로 / 사진=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컷
영화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반성하지 않는 5.18 민주화운동 가해자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것이다. 극중 "반성하지 않는 자는 살 가치가 없다"는 대사처럼 숨어 있는 가해자들의 반성과 고백을 촉구한다. 이와 함께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반성의 무게를 일깨운다.
대개 복수를 소재로 삼는 작품들은 카타르시스를 향해 달려간다. 시련과 고난이 쌓이고, 복수와 단죄를 통해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 그러나 '아들의 이름으로'는 이런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복수는 있지만 카타르시스는 없다. 실제 사건이고 아직 피해자들이 있는 만큼 극적인 카타르시스 대신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를 넣은 것이다.
다만 영화적 서사나 전개가 허술하다. "가해자들은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 전달에만 치우쳐 전체적인 흐름이나 서사는 놓친 격이다. 마치 경주마처럼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질주하다 보니 우연한 상황이 겹치고 전개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채근이 대리기사를 하면서 우연히 박기준과 만나고, 또 어쩌다 만난 진희의 아버지가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있다. 아무리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지만, 억지 상황에 가까운 듯하다.
작품을 이끄는 배우 안성기의 연기는 역시 훌륭하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눈빛, 담담한 듯한 대사 전달 등은 집중력을 높인다. 역시 안성기는 안성기였다. 뿐만 아니라 안성기의 화려한 액션신은 감탄을 부른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액션은 70세의 안성기의 열정이 돋보이게 만든다.
또 연기자가 아닌 실제 식당 주인, 광주 출신 등이 작품 곳곳에 배치되면서 생생함을 전달한다. '아들의 이름으로'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는 메시지를 한 번 더 표현하는 대목이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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