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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소중한 너' 이 시대의 헬렌 켈러를 위하여 [무비뷰]
작성 : 2021년 05월 10일(월) 11:30

내겐 너무 소중한 너 / 사진=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일상을 살 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이 많다. 나와 달라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청각장애인이 그렇다. 관련 교육도, 복지도 턱없이 부족한 이들을 그저 헬렌 켈러로만 알고 있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이들에 대한 관심 촉구와 나아가 따뜻한 감성을 전달한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제작 파인스토리)는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거 없던 재식(진구)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아이 은혜(정서연)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면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을 다룬다.

작품은 생활고를 겪는 소속사 대표 재식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재식의 소속사에 소속된 행사 도우미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재식은 자신에게 빚진 그의 전세 보증금이라도 받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행사 도우미의 딸은 시청각장애인인 은혜다. 재식은 전세 보증금을 받기 위해 은혜의 아빠인 척 위장한다.

그러나 보증금보다 행사 도우미의 빚이 더 많았다. 전세 보증금은 넘어가고, 살길을 찾던 재식은 과거 행사 도우미가 이모에게 수 천만 원을 빌려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그는 은혜를 데리고 이모를 찾기 위해 시골로 떠난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 / 사진=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컷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가족이 돼 가는 재식과 은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위안이 돼 주며 누구보다 큰 정을 나누는 재식과 은혜다.

이 과정에서 재식과 은혜의 변화가 눈여겨볼 만하다. 까칠하던 재식은 진짜 아빠로 거듭나고, 작은방 안에 갇혀 있던 은혜는 세상과 만난다. 은혜는 작은방, 그것도 책상 아래에서만 생활한다. 앞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은혜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장소다. 또 일하는 엄마가 나가면, 식탁 위에 놓인 빵만 먹는다. 재식은 은혜를 책상 아래에서 나오게 만들었으며, 빵 대신 다른 음식을 먹이는 데 성공한다. 은혜가 첫 번째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이다.

은혜가 두 번째 알을 깬 건 재식에게 글자를 배우면서다. 재식이 은혜에게 글자를 가르치겠다고 결심한 건 순전한 이기심 때문이다.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면, 아빠인 척 행세하는 게 수월해진다는 이유다. 목적을 갖고 글자를 가르치기 시작한 재식은 전세 보증금을 뺏기고 아빠 행세를 할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은혜에게 더 많은 글자와 단어를 가르치기 위해 애쓴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이에게 글자를 어떻게 가르칠까. 먼저 사물을 만져보게 한 후 손바닥에 글자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어떤 교육법보다 소통이 중요하며 마음이 통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재식과 은혜는 손바닥을 통해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게 되며 마음을 나눈다. 이런 모습은 따뜻한 감성을 만들기 충분하다.

마치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시청각장애인인 헬렌 켈러는 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을 졸업했고,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미국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법 제도 마련을 위해 힘썼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시청각장애인 복지를 위한 법률이 부족하다. 작품은 이 시대의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모습을 은혜와 재식을 통해 보여주며 사회적 경각심을 상기시킨다. 특히 극중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에 비해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 시설이 부족하다는 장면을 넣으면서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이를 소화한 배우 진구와 정서연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정서연은 성인 연기자도 어려운 시청각장애인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한 마디 대사 없이, 눈빛 없이도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또 진구는 극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으며 서사를 완성한다. 변화하는 재식의 모습 역시 유려하게 표현한다.

따뜻함이 강조되는 연출도 돋보인다. 자칫 어린 시청각장애인의 이야기는 신파 감성으로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담백하다. 신파적인 요소나 대사보다는 순간의 소통과 감정에 집중한다. 관객들의 심적 부담감은 덜어주면서 큰 공감을 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에서도 관련 법을 제정 준비 중인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작품에 대한 관심이 중요한 순간이다. 12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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