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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데뷔 19년을 돌아보며 [인터뷰]
작성 : 2021년 05월 10일(월) 14:39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 사진=파인스토리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어느덧 데뷔 19년을 맞은 배우 진구는 현장에서 '선배'의 입장에 설 때 연차를 실감한다. 어려운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도 하고, 좋은 작품에 대한 욕망도 커졌다. 19년 동안 여러 번 맞은 터닝 포인트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이다. 이제는 좋은 작품이라면 다른 것을 재지 않고 출연하고 싶다는 진구다.

진구는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해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태양을 삼켜라' '광고천재 이태백' '순정에 반하다' '태양의 후예' '리갈하이', 영화 '비열한 거리' '기담' '식객: 김치전쟁' '혈투' '모비딕' '명량' '쎄시봉' '연평해전'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진구가 이번에는 따뜻한 감성을 담은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제작 파인스토리)로 관객들과 만난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거 없던 재식(진구)이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아이 은혜(정서연)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면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을 다룬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현실의 문제들을 다룬다. 진구가 처음 해당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사회적인 사명감 대신 따뜻한 영화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고. 그러나 작품을 촬영하면서 시청각장애인들의 아픔을 보고, 관심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진구는 "딱히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영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사명감이나 의무감은 없었다.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기회가 오고, 책이 와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요즘 연기자가 아닌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따듯한 영화를 찾아본다. 그래서 더 따뜻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망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막연하게 시각장애, 청각장애만 생각했지 헬렌 켈러처럼 두 가지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3개월 동안 찍고, 그런 분들에 대한 연기를 하다 보니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분들이 정말 사랑하는 가족과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감옥에 갇힌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 이런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사실 다른 분들처럼 봉사를 다니거나 하지는 못했는데, 이런 작품에 참여한 것만으로 그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촬영 후에는 그분들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진구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가 헬렌켈러법(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법) 제정에 작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영화 준비하기 전부터 이미 대한민국에는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법이 미흡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영화가 좋게 완성된다면 헬렌켈러법이 만들어지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더라. 그 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하는 법이다. 작은 노력이지만 이 영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시청각장애인분들이 복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 사진=파인스토리 제공


진구는 극 초반 거친 재식의 모습부터 은혜를 만나 따뜻해지는 모습까지 변화하는 감정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초반에는 욕도 많이 하고, 성인 연기자를 상대하면서 찌든 상황에 있는 재식을 표현하려고 했다. 짜증, 히스테릭한 감정이 노출되면서 거칠게 보이는 면도 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은혜와 함께 있는 장면이 많아지다 보니 재식도 그쪽으로 동화된다. 거칠어지다가 부드러워지는 거다. 이 영화가 의도한 부분이다. 은혜를 통해 지식이 변화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까칠한 남자가 어린이와 만나며 세상에 마음을 열고, 또 변화하는 서사는 흔히 볼 수 있다. 진구는 다소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에서의 차별점으로 스스로를 꼽았다. 그는 "전형적인 이야기긴 하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많이 선보이지 못했던 연기 톤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나를 접한 분들이 봤을 때는 새롭고 신선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가 그런 연기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차별점이지 않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재식은 형편이 어려운 소속사 대표다. 아무래도 진구가 같은 업계에 있는 만큼 참고한 상황도 많았다고. 진구는 "재식이 처음에 소속사를 차렸을 때는 대형 기획사를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만들었는데, 하나 둘 떠나가고 생활고에 시달린다. 사실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도 그렇게 큰 꿈을 안고 도전했다가 안 좋게 이별하는 대표를 많이 봤다. 그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진구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를 통해 8살 정서연과 긴 호흡을 맞췄다. 어린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터. 진구는 정서연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 온 덕분에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진구는 "정서연은 워낙 붙임성이 좋아서 낯도 안 가린다. 현장에서는 스태프, 연기자들을 많이 챙기고 애교도 많이 부리더라.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정서연이 많이 참아주기도 하고, 연기 연구도 많이 해왔다. 웬만한 성인 연기자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오는 자세에 많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아역 연기자는 성인 연기자에 감정의 폭은 더 크지만, 연륜이나 내공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선배 연기자가 부족한 부분을 커버해 주고, 끌어당겨주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정서연이 도움을 청하면 내가 여러 가지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런데 정서연은 내가 도와줄 필요도 없이 본인이 철저히 준비해 오고, 현장을 헤쳐가는 편이었다. 아역 연기자와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똘똘한 어린 연기자와 연기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칭찬했다.

재식과 은혜는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점차 가족이 돼 간다. 진구 역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혼인신고를 하고 피가 섞인 아이를 낳아서 꾸리는 가족도 가족이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니 내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들, 또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힘들 때 옆에서 버팀목이 돼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진구 / 사진=파인스토리 제공


진구는 어느덧 데뷔 19년 차다. 현장에서도 이제 연차를 실감한다고. 그는 "현장에서 나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예전보다 편하게 지내는 스태프들이 월등히 많아졌다. 또 여러 가지 소개하는 자리에서 내 순서가 빨리 온다. 이럴 때 연차를 실감한다. 19년이라는 숫자만 봐도 내가 꽤 오래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구가 19년 동안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후배들에게서 오는 자극이라고 전했다. 그는 "주변에 힘들게 연기하는 친구들을 굉장히 자주 보는 편이다. 그 친구들은 오디션 기회를 잡기 위해 프로필을 돌리고 힘들게 연습한다. 이들의 에너지가 오히려 내게 원동력이 된다. 나는 편하고 쉽게 연기하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연차를 되돌아본 진구는 19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터닝포인트를 꼽았다. 우선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데뷔작인 드라마 '올인', 영화 '비열한 거리', '마더'였다. '올인'으로 데뷔해 '비열한 거리'에 출연함으로 더 이상 오디션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됐고, '마더'로 봉준호 감독과 만났기 때문이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최근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 '요트원정대'였다. 진구는 "살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살면서 고난과 시련이 닥치겠지만 그 시련들을 슬기롭고 감사하게 이겨낼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진구는 앞으로 연기에 대해 전했다. 그는 "좋은 작품, 좋은 글이라면 작품의 심각성이나 책임감을 떠나서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도 좋은 작품이라 촬영했는데, 이게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장애인 복지에 대한 경각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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