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다음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던져야 할 것 같다"
김광현은 6일(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 홈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2탈삼진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김광현은 66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슬라이더(25개), 직구(23개), 커브(13개), 체인지업(5개)를 고루 섞었다.
3회까지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던 김광현은 4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 마이클 콘포토에게 볼넷을 던진 뒤 케빈 필라에게 3루수 방면 빗맞는 안타를 맞아 주자 1, 2루에 몰렸다. 다음 타자 제프 맥닐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김광현은 제임스 맥캔을 3루수 땅볼 타구로 유도했으나 그사이 3루주자 콘포토가 홈을 밟아 첫 실점을 내줬다. 이후 추가 실점은 없었다. 조나단 빌라르와 앨버트 알모라를 연속해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제임스 맥캔을 상대하기 전에는 '코치진의 마운드 방문 횟수 논란으로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어려움도 겪었다.
맥닐 타석에서 통역이 한 차례 마운드에 방문했고, 무사 만루가 되자 마이크 매덕스 코치도 심판진에게 '마운드 방문 횟수'를 문의한 뒤, 마운드로 올라갔다.
이때 메츠 더그아웃에서는 '한 이닝에 코치가 두 번 마운드를 방문한 것 아니냐'라는 항의가 나왔다.
만약 통역을 '코치진'으로 본다면 '한 이닝 코치의 두 차례 마운드 방문'으로 김광현이 강판해야 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논의 끝에 통역만 마운드에 오른 것을 '코치진의 방문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김광현에겐 이래저래 길엇던 4회였다. 4회에만 30개의 공을 던졌지만, 1실점으로 방어에 성공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현지 매체와 화상 인터뷰에서 "비디오 판독 2번 나온 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볼넷도 나오고 위기가 겹쳐서 이닝이 길어졌다. 그래도 이닝 길어지는 것은 비와서 경기 중단된 경험도 있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어서 집중하자고 되뇌었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팀이 2-1로 앞선 4회말 1사 1, 3루에서 대타 맷 카펜터와 교체됐다. 카펜터는 범타로 물러났다. 4이닝 투구에 그친 김광현은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지 못하고 이날 경기를 마쳤다.
그는 "조금 당황했지만, 팀이 이겼다. 아무래도 4회에 많이 던져서 바뀐게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이닝을 던졌어야 했는데 아쉽다. 힘이 조금 남아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적게 준 것에 만족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많은 구장에서 뛰어봤기 때문에 해가 지는 위치 등을 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4회에) 포수 쪽에 햇빛이 들어와 반사가 심하게 일어났다. 그러면서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주고 제구가 흔들렸다. 그 이닝이 우연치 않게 길어지면서 해가 졌다. 다음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던져야 할 것 같다"고 회상했다.
비록 5회초에 등판하지 못하면서 시즌 2승은 실패했으나, 팀은 승리했고 그의 평균자책점은 3.29에서 3.06으로 낮췄다.
김광현은 "선수 교체는 감독의 권한이다. 감독님이 알맞은 선택을 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팀이 이겼다. 다음 경기는 조금 더 적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구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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