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연기 철학과 무게, 그래서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배우 곽동연은 '빈센조'로 10년의 연기 내공을 꽃피웠다.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그려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곽동연은 걸어온 길보다 더 먼 미래를 보고 있었다.
곽동연은 2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에서 바벨그룹의 2인자 장한서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8개월 정도 촬영하고 끝이 나는데 촬영하면서 즐거웠고, 작품이 많이 사랑을 받아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곽동연은 형 장준우(옥택연)에 대한 열등감과 야망으로 가득한 빌런의 모습 뒤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반전 매력을 완벽하게 소화하는가 하면 다각도로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을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
곽동연은 "초반부에 빌드업하는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한서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잠깐의 장면으로도 보여드리고 시청자들을 설득시켰어야 했다"며 "형에게 억압받고 있지만 벗어나고 싶어 하고, 회장이라는 권위와 지위만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디테일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이 연기한 장한서의 매력으로는 '무식함'을 꼽았다. 그는 "장한서의 가장 큰 키워드, 매력으로 작용하는 게 무식함과 무모함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들이 형에게 대항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나고, 완전무결한 빌런이 아닌 허당끼도 있고, 빈틈투성이인 엉성한 빌런 같은 귀여움도 사게된 것 같다"며 "또 장한서의 서사가 풀리면서 인간적인 부분이 있는 캐릭터라서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끌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동연은 장한서라는 인물이 미움받는 빌런이 되지 않았으면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본을 천천히 따라가는 방법뿐이었다. 그는 "한서가 미워 보이는 건 원치 않았다. 한서의 사연이 드러나고 그 행동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사랑은 아니더라도 약간의 연민 정도는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기 위해서 더 애쓴다기보다는 대본이 이미 그렇게 설계가 돼 있어서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또 제가 인상이 비호감 상이 아니라서 그런 결과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곽동연의 노력은 완벽한 성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그 공을 제작진에게 돌렸다. 곽동연은 "제가 연기해서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재범 작가님과 김희원 감독님의 성향을 미뤄봤을 때 처음부터 한서라는 인물을 이렇게 설정하고 시작하신 것 같다. 두 분이 만들어주신 덕분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감독님이 신마다 변화하는 한서의 감정을 잘 짚어주셨다"며 장한서의 결말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에 들고, 성장하면서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곽동연은 탄탄하고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꽃피웠다. '빈센조' 안에서 '빌런'으로 그려졌던 장한서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는 자체만으로 곽동연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얼마나 높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곽동연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저는 이번에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제가 아직 먼지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자면, 제가 아는 100점 중에서 15점 정도 될 것 같다. 선배님들처럼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송중기, 김여진, 조한철을 보고 배운 게 많다고. 곽동연은 "촬영 현장에서 김여진 선배님이 대장 노릇을 해주셨다. 칭찬해 주시고, 다독여 주시고, 그 덕분에 편하게 연기했다"며 "김여진 선배님을 보면서 작품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접근하시는지 연기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조한철 선배님을 보면서는 상대가 어떤 애드리브를 해도 다 받아쳐주시는 순발력과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완전히 배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공을 엿본 것만으로도 소득이 있는 것 같다. 또 선배님이 너무 유쾌하게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두 선배님들이 기둥을 잘 잡아주시니까 저도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한 '빈센조'는 많은 배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작품을 사랑하고, 또 서로를 아껴주는 현장이었다고. 곽동연은 그 중심에 '송반장' 송중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송중기 선배님이 '빈센조'의 빈센조로서 모두를 아울러 주시는 배려심이 엄청났다. 덕분에 배우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촬영을 하면서 너무 편했다. 늘 리허설할 때 '동연아 어떻게 하고 싶어?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내가 다 맞춰줄게'라고 해주셔서 너무 즐겁고 재밌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너무 멋졌다"며 "나도 언젠가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매번 놀랐던 건 선배님 목소리였던 것 같다. 목소리가 주는 힘이 정말 크다는 생각을 했다. 들을 때마다 놀라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매 작품 배우고 또 흡수하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곽동연은 벌써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했다. 그는 "2011년 회사에서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배우의 꿈을 꿨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끝나고 2013년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하면서 생각이 깊어진 것 같다. 그때부터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등학생 때는 주인공을 하고 싶고, 멋있는 역할이 하고 싶었다.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 해야만 할 것 같은 캐릭터들이 최우선이 됐다"며 "실제로 '닥터탐정'이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역할은 자신이 있었다. 이 나이대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걸 놓치면서 빨리 주인공을 하고 싶고, 이런 마음은 없다.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작품, 또 작품에서 탐나는 역할이 작품 선택의 최우선 기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곽동연은 자신의 지난 10년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며 "허투루 하지는 않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연기는 제 꿈이자 제 일이다. 그래서 참 행복한 것 같다. 내가 꿈으로 가지고 있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게 쉽게 누리기 어려운 축복인데 저는 그 축복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면서 상처도 받고, 또 그걸 연기로 치유받는다. 이제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빈센조'를 행복했던 배움의 장이라고 밝힌 곽동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궁금증과 흥미를 안기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10년간 '연기 일지'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연기를 곱씹고,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보여준 모습보다 보여줄 모습이 더 많은 배우 곽동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