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티파니 영이 자신을 지우고 '록시 하트'로 무대에 섰다. 그룹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지우고 욕망의 화신으로 돌아온 티파니 영이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재즈의 열기와 냉혈한 살인자들이 만연하던 시대, 미국의 쿡카운티 교도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티파니 영은 '시카고'에서 정부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를 맡아 매혹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먼저 티파니 영은 자신을 '뮤지컬 신참'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소녀시대이자 솔로로 겪었던 앨범 재킷, 화보 등은 모두 티파니 영을 표현하는데 집중한 반면, '시카고'에서는 티파니 영을 지운 록시 하트를 완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를 두고 "자켓 촬영하는 날, 너무 긴장해서 몸살이 났다. 아직 신참이다.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고 집중도 많이 했다"면서 여전히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시카고'에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스타가 되길 원하는 록시 하트 역은 소녀시대로 롱런한 티파니 영과 다소 차이가 있을 법도. 그러나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몸짓을 자랑하는 티파니 영은 오롯이 록시 하트다. 화려한 무대 세트 없이 연기와 노래로만 승부하는 '시카고'인 만큼 티파니 영은 맘껏 뛰어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티파니 영은 2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록시 하트 역으로 캐스팅 됐다. 티파니 영은 오디션 지원부터 참여까지 스스로, 또 철저히 준비해오며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열정에 대해 티파니 영은 "운이 좋았다. 너무 감사할 정도로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 제겐 준비성과 연습밖에 없었다. 새벽 4시부터 빨간 립스틱에 점을 찍고 망사 스타킹을 신고 오디션 현장에 갔다. 오디션 현장에서는 후회 없을 정도로 준비를 했다. 이만큼 준비했기에 자부심을 느꼈다. 연습량이 제 자부심"이라면서 록시가 되기 위한 열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티파니 영은 힘들게 오디션을 통과했지만 연습 기간 내내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함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시카고'의 동료, 선후배들이 큰 지지대가 됐다. 티파니 영은 "선배들이 저를 붙잡고 '너는 록시야"라고 불렀다. 제가 제 자신을 믿지 않을 때 들었던 선배들의 그 한 마디 때문에 꽃처럼 피어났다. 덕분에 믿고 따르겠다는 안정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20대 초반 '페임'으로 무대에 섰던 티파니는 어느덧 30대의 나이로 '시카고'에 도전하게 됐다. 긴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된 무대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터. 이에 대해 티파니 영은 "나이 숫자만으로도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페임' 이후 10년 동안 그룹으로서, 솔로로서 활동뿐만 아니라 포멀한 연기 트레이닝을 받았다. 많은 걸 공부한 상태로 작품에 임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자신의 건강을 언급한 티파니. 그는 "가장 먼저 퍼포머 아닌 사람 티파니로 건강해졌다. 아티스트로서도 많이 건강해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해졌다. '시카고'의 록시 하트를 맡을 때에는 에너지가 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유지하는 유지해야 하는 방법도 알았다. 좋은 타이밍에 만났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점으로 어느덧 6회차를 거친 티파니 영. 첫 회차 때보다 한결 편해졌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게 느껴진다고. 그는 "아직도 긴장감, 텐션이 있는 작품이다. 김경선 선배님은 '시카고'를 21년 동안 하셨는데 여전히 편하지 않다더라. 내게 긴장을 놓지 말라고 강조하셨다. '시카고'는 큐 사인이 정확한 공연이다. 노래는 많이 편해졌지만 사운드와 리액션 핑퐁이 어렵다. 아무리 회차를 해도 몸이 절대 편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티파니 영만의 록시 허트는 어떤 캐릭터로 해석됐을까. 이에 대해 티파니 영은 "내 안에 이런 감정, 야망이라는 감정을 처음 알게 되고 눈을 뜨는 록시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이고 싶었다. 특히 가수 생활에 익숙해진 탓에 카운트와 악기에 맞추는 습관을 버려야 했다. 보다 유연하고 인간미 있는 리액션을 취해야 했다. 또 록시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이기에 리액션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려움도 있었다. 이에 대해 티파니 영은 '센터 병'을 언급해 듣는 이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소녀시대 활동 당시 9명의 동선에서 티파니는 항상 배려심 넘치는 동료였다. '센터 병'이 없기에 늘 다른 멤버가 무대에서 이동할 때 배려해주며 뒤로 빠지곤 했다고. 하지만 '시카고'에서는 티파니 영의 배려가 걸림돌이었다. 안무 연습을 하던 중 다른 배우에게 동선을 배려해준 후 핀잔을 받았다는 티파니 영. 그는 "아직도 록시 할 때만큼은 센터병에 걸려야 했다. 아직도 저도 모르게 다른 배우 줄을 맞추고 있더라"면서 웃어보였다.
재미 교포 3세인 타파니는 영어가 모국어인 만큼 후천적으로 많은 노력을 통해 한국어를 익혔다. 다만 아직까지 능숙하지 않아 생기는 해프닝도 있었다. 티파니 영은 "제가 대사 중에 발음이 꼬이는 줄 알았는데 아이비가 달려와 오타라고 정정해줬다. 덕분에 한국어도 많이 공부하게 됐다. 표현하고 싶은 게 될 때까지 방법을 찾는다. 다행히 현장에서 통역사 분들도 있었다. 대본 속 교수형이라는 단어도 찾아봐야 했다. 빌리 대사 중에 제가 잘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 영어 대본도 보면서 함께 공부했다. 연습실에서 제 대본 보면 옆에 영문으로 쓰여 있어서 다들 신기해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티파니 영에게 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그는 우직하게 연습량으로 악조건을 이겨냈다. 고강도의 본 연습이 끝난 후에도 티파니 영은 홀로 남아 연습에 매진했다.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티파니 영의 소신이기 때문. 캐릭터를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티파니 영은 자신의 록시 하트를 완성시켰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두고 '비욘세'라고 칭했다. 그는 "열정이 가득한 비욘세 에너지로 무대에 선다. 스스로 연습 벌레라는 수식어에 프라이드를 느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장인 정신의 고지식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되짚었다.
이러한 성실함은 2007년부터 시작한 소녀시대 활동으로부터 다져졌다. 그는 "무대는 선물이다. 리스펙을 갖춰 올라가야 한다. 커리어를 쌓고 싶은 크리에이터라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후배들 활동을 볼 때 당연히 연습을 항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사실 티파니 영은 긴 아이돌 생활 내 3번이나 성대결절을 겪어야 했고 목소리의 변화를 겪으며 가수라는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왔다. 무리한 일정로 몸을 혹사시키며 티파니는 자신을 더욱 아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으로 잠시 떠나 스스로를 케어하는 기간을 가졌다. 티파니 영은 미국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다시 받으며 퍼포머로서의 기강을 다졌다. 힘든 순간에도 노래에 대한 열정으로 역경을 이겨냈다는 티파니 영이다.
"퀄리티를 좋게 내는 것에 대한 목숨을 건다. 좋은 퀄리티란 단순히 좋거나 비싼 것이 아니라 정성이다. 음을 신경 쓰고 대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한 단어에 대한 리스펙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퀄리티를 욕심내는 티파니, 아티스트로 기대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작품, 음악이 기대가 되고 멋진 메시지를 선택했다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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