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사극 명배우 정일우, 이재용, 명세빈 그리고 뉴페이스 유리, 신현수의 조화롭고 안정적인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보쌈'이란 참신한 소재 역시 통했다.
지난 1일 밤 첫 방송된 MBN 10주년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극본 박철·연출 권석장)는 첫 방송 시청률 3.1%(닐슨코리아제공)를 기록했다. 이는 MBN 첫 방송 역대 시청률로서 성공적인 막을 올렸다.
이날 방송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어린 아들 차돌(고동하)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는 '개차반' 바우(정일우)가 등장했다. 그는 친구 춘배(이준혁)와 함께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고 그중 하나가 보쌈꾼 일이었다. 보쌈은 조선시대 풍습으로 야밤에 과부를 보에 싸서 데려와 혼인하던 풍습이었다.
하지만 '개차반' 바우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원하지 않는 보쌈은 하지 않는 것. 의외의 윤리 의식과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편 광해군(김태우)의 딸 옹주 수경(유리)은 궁에서 지내던 시절부터 이대엽(신현수)을 좋아했으나 이대엽의 아버지 이이첨(이재용)과 광해군의 정치적 밀약으로 그의 형과 혼인을 하게 된 인물. 하지만 신혼 첫날밤도 못 치르고 남편이 죽었고 청상과부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옹주로서 고고함을 지켜야 했다. 시어머니(박명신)는 이런 수경을 탐탁지 않아했고 억압된 궁에서의 삶을 요구했다. 궁 밖에 나가는 건 단 하루, 남편의 기일에 가는 사찰이 전부였다.
수경이 궁 밖을 나선 이 날은 남편의 기일이었다. 궁에서의 유일한 수경 편인 이대엽과 해인당이씨(명세빈)의 배려로 수경은 시전 구경도 할 수 있게 됐다. 즐겁게 시전 구경을 하던 중 시전에선 싸움판이 벌어졌고 그 중심에는 바우가 있었다. 바우는 부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받을 돈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대신 싸움을 벌였고 웃통을 벗는 등 막무가내 식의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본 수경 옹주는 깜짝 놀랐고 이것이 두 사람의 강렬한 첫 만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춘배는 바우에게 큰돈을 받았다며 보쌈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술을 먹고 온 춘배는 보쌈해야 할 집을 바우에게 잘 못 알렸고 실수로 수경 옹주를 보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설상가상 보쌈을 의뢰했던 남성이 급살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고 보쌈한 수경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 엄마가 없이 자란 차돌은 드디어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쌈해 왔다고 생각하고 설레는 모습을 보였고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바우의 말에도 몰래 보를 열어봤다. 하지만 보를 열어본 차돌은 깜짝 놀랐고 바우에게 "이 분은 수경 옹주다. 내가 사찰에서 봤다"고 알렸다. 이에 바우는 충격에 휩싸였고 수경 옹주는 당황한 바우를 노려보며 막이 내렸다.
방송 말이 예고편에서는 수경 옹주가 사라져 큰 충격에 휩싸인 이대엽과 한편 옹주가 사라져 버리길 바랐던 세력들의 움직임이 보이며 앞으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이목이 집중됐다.
'보쌈'은 첫 회부터 인물들이 각자 처한 상황을 잘 묘사했고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인물 각각이 가진 밝혀지지 않은 사연과 이야기들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누이,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바우, 이대엽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이뤄질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옹주 수경. 그리고 수경을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한편에 공허한 마음을 가진 이대엽 세 인물의 기구한 운명은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광해군과 대북의 수장 이이첨의 세력 간 관계 역시 관심을 모았다. 또 바우와 수경 그리고 이대엽 세 인물의 각각 인연이 빠르게 맺어지며 흥미를 유발했다.
참신한 소재 역시 재미를 더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보쌈'이라는 풍습을 이용한 작품은 없었던 터, 이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특히 의외의 윤리를 지키는 보쌈꾼 바우와 춘배의 호흡은 재미를 더했다. 특히 이날 특별 출연한 라미란은 과부면서 원하는 이에게 보쌈되는 사연으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동시에 '보쌈'이란 풍습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참신한 소재를 성공적으로 이용했다.
이 밖에 말 그대로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이 빛났다. 특히 다섯 번째 사극 출연이라고 알렸던 정일우는 평소 양반이나 귀족 역으로 대중들과 만났으나 '보쌈'에서는 거친 보쌈꾼으로 등장했고 이 역시 완벽 소화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수경 역의 유리 역시 첫 사극 도전이었으나 안정적인 연기를 보였고 신현수 역시 많은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이이첩의 아들 이대엽의 섬세한 감정선을 세세한 표정으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말이 필요 없는' 사극 대가 이이첩 역의 이재용, 해인당이씨 명세빈, 광해군 김태우는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참신한 소재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보쌈'. 여기에 정일우, 유리, 신현수의 삼각 로맨스까지 예고된 가운데 앞으로 어떤 운명이 이들 앞에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