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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의 따뜻한 위로 [인터뷰]
작성 : 2021년 04월 30일(금) 15:03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픽쳐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강렬한 연기로 존재감을 알린 배우 천우희는 실제 성격도 어두운 게 아니냐는 오해를 종종 받곤 했다. 그러나 천우희의 실제 성격은 따뜻하고 배려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몸에 딱 맞는 따뜻하고 잔잔한 캐릭터를 입고 관객들을 만나 행복하다는 천우희다.

2012년 영화 '써니'를 통해 이름을 알린 천우희는 2013년 영화 '한공주'로 그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이후 영화 '카트' '해어화' '곡성' '버티고', 드라마 '아르곤' '멜로가 체질'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캐릭터가 확실한 연기를 보여줬던 천우희가 이번에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제작 아지트필름)를 통해 잔잔한 일상을 보여준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돼준 영호(강하늘)와 소희(천우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 낮은 약속을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천우희는 극중 언니 소연(이설) 대신 영호와 편지를 주고받는 소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천우희는 그간 '써니'의 불량 청소년인 상미, '한공주'의 집단 성폭행 피해자 공주, '곡성'의 무명 등 무거운 캐릭터를 맡아 왔다. 필모그래피가 묵직하다 보니 실제 천우희도 무거울 거란 오해도 받았다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함께 출연한 강하늘 역시 천우희가 어두울 것 같다는 오해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우희는 "배우들조차 내가 어두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을 정도로 내가 어두운 역을 참 많이 했다. 그런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맨 처음 나를 어떤 작품을 통해 봤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한공주'나 '곡성'을 먼저 본 사람들은 내가 어둡다고 생각할 거고, '멜로가 체질'로 날 처음 본 사람은 유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날 기존에 알던 관객들에게 '비와 당신의 이야기'로 따뜻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반갑다. 아마 편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와 반대되는 점과 잔잔함에 이끌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요즘 극히 드문 장르의 영화다. 그러다 보니 이런 영화가 하나 필요하지 않나는 생각을 했다. 나도 이런 감성의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한 번쯤은 내가 연기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야리야리하고 맑은 느낌의 영화를 하고 싶었고, 보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픽쳐스 제공


힘을 많이 빼고 한 연기는 천우희에게 색다른 도전이었다. 천우희는 "그전에도 강렬한 연기를 했다고 해서 힘을 준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더 무심하게 그냥 있으려고 했다. 그냥 '있다'라는 것만으로 힘을 빼고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작품 선택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극적이고 굵직한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시각을 넓힌 느낌이다. 예전에는 인물에 대한 탐구를 깊게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라면 지금은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천우희는 소희와 닮은 점이 있어서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소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인에 대한 상상력과 이해심이 풍부한 거다. 이게 어떤 느낌인지 명확하게 알 것 같았다. 이 친구가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배려심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갔다. 내가 갖고 있는 성향도 좀 그렇다. 남을 위해서 다른 걸 엄청 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무언가를 할 때 배려하는 편이다. 소희랑 참 비슷하다. 가족들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도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극중 소희와 영호는 편지를 통해 대부분 소통한다. 천우희와 강하늘은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내레이션을 통해 연기적 호흡을 맞춘 것. 이에 대해 천우희는 "강하늘은 초반에 내 연기를 몰래 봤다고 하더라. 나도 몰래 볼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며 "대사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주고받지 않아서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았냐. 오히려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내레이션을 녹음할 때는 20대의 강단과 맑은 느낌을 실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강하늘과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영화 홍보를 하면서 '케미'가 쌓였다고. 천우희는 "강하늘은 정말 사회생활을 잘한다. 넉살도 좋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 그 안에는 또 자기가 지켜야 할 선을 그어놓고 딱 지킨다. 중심이 정확하게 있는 친구라 매력적이었다"며 "이번에 많이 호흡하지 못해 아쉽다. 만약 다음에 만난다면 계속 붙어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대신 극중 친구로 나오는 강영석과, 언니 소연 역을 맡은 이설과는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 천우희는 "강영석은 나도 처음 봤는데, 강영석이 강하늘과 대학교 선후배라 강하늘을 연결고리로 친해지게 됐다. 현장에서도 강영석이 내가 하는 연기를 받아들이려고 하더라. 그런 부분이 정말 고맙다"고 했고, "이설은 평소에 눈여겨보던 친구였다.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언니로 나온다고 해서 반가웠다. 이설도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어려운 연기일 수 있는데 잘 해줘서 고맙다"고 밝혔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픽쳐스 제공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청춘들이 편지를 통해 소통하며 서로의 위로가 되는 이야기다. 천우희는 "위로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느낌도 든다. 영화 안에서 큰 꿈을 이루려고 하는 것도 하나의 기적이고 희망일 수 있다. 또 일상적인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도 기적이다. 작고 큰 여러 가지 기적들이 있다. 이런 건 우리 생활에서도 다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살다가 보면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기다리던 버스가 바로 오는 것도 기적일 수 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그렇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은 잊고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바랐다.

천우희 역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촬영 중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같이 일하던 친구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현장은 사실 일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표현도 직접적이고 좀 쿨하다. 그런데 이 현장 속에서 이 친구가 예쁜 말을 써준 것에 대해, 배려해 준 것에 대해 위로를 받았다. 이런 위로 덕에 내가 이 일을 하고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구나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얻는 위로도 큰 울림이라고. 천우희는 "같이 일을 했든 하지 않았든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것 자체가 위로다. 어떤 조언을 받고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마음을 나누는 게 가장 크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툭 나오면 큰 울림을 받을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천우희는 다음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전했다. 천우희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전체 이야기 중심을 본다. 이 이야기가 어떤 걸 말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은 내가 맡은 역할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지가 순서"라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전했다.

이어 "평소에 새로운 영화나 캐릭터를 보면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사실 사람들이 내가 센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아직 악역을 한 번도 안 해봤다. 다음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빌런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아니면 판타지나 정통 멜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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