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우여곡절이 많았던 '달이 뜨는 강'이었지만 배우 이지훈은 흔들림이 없었다. 역할처럼 굳건한 모습으로 배우로서 또 한 번의 성숙을 거쳤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가 돼 가고 있다.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이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 운명에 굴하지 않은 순애보를 그린 드라마다. 이지훈은 극 중 평강공주를 사랑하지만 계루부 고추가 고원표의 장남으로서 평강의 사랑을 얻지 못한 고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달이 뜨는 강'은 지난 2월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으나 주연 배우 온달 역을 맡았던 지수의 중도하차로 약 한 달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주연 배우는 나은우로 교체됐고 배우들은 모두 재촬영에 돌입해야 했다. 다행히도 배우와 제작진은 합심해 위기를 이겨내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이지훈은 멋쩍은 모습으로 종영소감을 전했다. 그는 "여러모로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90% 사전 녹화돼 있던 분량을 다시 재촬영했던 만큼 이지훈은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솔직히 안 힘들었다고 얘기하면 거짓말이다. 체력적으로 정말 너무 힘들었다. 정말 촬영 현장에 와보셨어야 한다"며 "그야말로 휘몰아쳤다. 인우같은 경우는 하루에 40장면을 찍었고 소현이는 주연인 만큼 거의 두 작품을 찍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이지훈은 "좋은 사람들, 그리고 좋은 배우들 덕분에 빨리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알렸다. 그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서로 그냥 작게 '힘들다' 말할 뿐이었지 나머지는 장면들에 대한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서로 격려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분위기도 좋아지고 돈독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을 사모하는 역으로 등장했던 최유화(해모용 역)와의 호흡을 언급하며 "안 그래도 안쓰러운 역할인데 현장에서 볼 때 더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저한테는 해모용이 아픈 손가락인 만큼 진심으로 대하다 보니 연기에서도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그는 뒤늦게 합류한 나인우에 대해서는 "인우가 정말 친화력이 좋았다. 현장에서 말수도 별로 없는데 형들한테는 애교가 많더라. 첫 촬영이었는데도 정말 열심히 하고 빨리 동화됐다"며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극 중 고건은 부친의 반대 세력으로 결국 평강공주(김소현)와의 사랑에서 좌절을 한다. 이지훈은 김소현과의 연기 호흡 역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이상하게 소현이의 눈을 보면 눈물이 너무 나더라. 마지막에 목숨을 잃는 장면에서 소현이가 제 손을 잡아주는 데 그때 정말 너무 슬펐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고 알려 눈길을 끌었다.
이지훈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고건처럼 심도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녹아들었다. 그는 "사실 작품이 끝나고는 어떤 부분이 성장했다고 뚜렷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근데 확실한 건 다음 작품을 할 때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라든지 태도들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매 작품마다 한층 깊어진다는 이지훈은 차기작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근데 대표님께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8년 동안 안 쉬고 드라마를 14-15개 정도 한 것 같다. 이번에는 영화에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달이 뜨는 강'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을 향해 "정말 제 필모그래피에서 여러모로 잊지 못할 작품이었다"며 "고건을 연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많았지만 너무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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