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아들의 이름으로'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 마음속에 작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제작 영화사 혼)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이정국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 윤유선, 이세은이 함께했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다
이정국 감독은 "사실 데뷔작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뤘다. 그때는 영화를 막 시작하던쯤이라 만들고 오랫동안 부끄러웠다. 형식적으로도 그렇고 내용도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최근 10년 전부터 다시 광주에 관심을 갖게 됐고, 5.18 참여자의 증언을 들으면서 이걸 다시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트라우마를 다룬 현재 관점에서 광주 이야기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광주 분들이나 저나 아쉽고 부끄러운 건 왜 당시 책임자는 반성하지 않을까다. 이 영화를 위해 많은 자료를 보고 공부했다. 이전에 다큐멘터리 만든 게 토대가 돼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이번 영화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반성하지 않은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 '악행에 대한 고백은 선행의 시작이다'라는 말에 바탕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감독은 "우리 역사는 현대사에서 악행을 저지른 책임자가 제대로 반성한 게 드물다 왜 이럴까. 왜 과거를 제대로 돌아보고 해결하지 않을까. 우리 영화가 이런 걸 짚고 싶었다. 작년에 광주 5.18 관계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느데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현실 정치에서 못한 걸 영화가 해줘서 고맙다'라는 말도 하셨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
윤유선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광주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윤유선은 "광주 분들을 정말 많이 뵀다. 실제로 그분들이 그 아픔 속에 계속 살 순 없지 않냐. 그렇다고 영화에 가볍게 표현하면 어쩌나 고민도 했다. 실제로 뵈니까 많은 분들이 물처럼 흐르듯 사시더라. 자연에 순응하면서 오히려 발게 살고 계셨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픔도 분명 있었다"며 "정도 많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크신 것 같다. 나 또한 그렇게 어둡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밝게 삶을 살아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세은은 "우선 주제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스토리의 힘이 있다고 느꼈다. 인물들이 거창하기 보다는 세세한 일상을 보여주고, 이를 섬세하게 터치한다고 생각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광주에서 많은 장소들을 제공해 주셨는데, 촬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안성기는 액션도 소화했다. 이에 대해 그는 "힘든 건 없었다. 액션신은 짧지만 중요한 신이었다. 임팩트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나름 했는데, 괜찮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 강렬한 메시지
감독과 배우들은 '아들의 이름으로'를 통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안성기는 "약 40년 전 부끄럽고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찾아서 봤겠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아픈 고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건 반드시 짚고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단 기성세대의 몫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은 층도 관심을 갖고 함께 남아 있는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도록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유선은 "역사를 알고 관심을 가져야 앞으로 희망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몰라서 오해하고 미워한다. 그런 극단적인 감정을 많이 갖고 있다. 그 벽이 허물어 지려면 젊은 친구들은 기성세대가 이래서 갈라졌구나를 알게 돼야 한다.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광주 분들은 억울하실 것 같다. 우리가 왜 상처와 오해를 받고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상처를 어우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세은은 "내가 1980년 생이다. 5.18이 있던 해에 태어나 잘 알지 못하는 세대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내가 느꼈던 건 그 당시 장면의 재연이 아니라 그분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느냐다. 어떻게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서 지내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걸 보면서 우리 세대와 후배 세대가 느끼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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