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전여빈의 성장세가 뜨겁다. 데뷔 3년 만에 원톱 주연 영화를 차지한 데다 드라마 흥행까지 이어지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전여빈이다. 특히 극과 극에 서 있는 캐릭터들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무서운 도약을 펼쳐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여빈은 극 중 재연으로 분했다. 재연은 제주도에서 무기상을 하는 삼촌과 함께 살지만 삶에 대한 아무런 애착이 없는 인물이다.
먼저 전여빈은 작품 공개 후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작품 리뷰를 거의 다 봤다. 많은 분들이 재연과 누아르에 대해 언급하시더라. 너무 기쁜 마음으로 글들을 읽었다. 지금 드라마 '빈센조'를 촬영하느라 반응을 면밀하게 보지 못했지만 '낙원의 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동료들을 포함, 주변 지인들에게도 수많은 연락이 왔다고. '총격신을 맡을 수 있어 참 부럽다'는 여자배우들의 연락도 있었다. 특히 문소리는 "드라마 '빈센조'와 '낙원의 밤' 모두 잘 봤다, 수고했다"고 연락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봤던 정통 누아르였다면 안 했을 것이다. 다른 지점이 있어서 꼭 하고 싶었다. 극 후반 마지막 10분이 제가 재연과 '낙원의 밤'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어렸을 적 홍콩 영화에 대한 환상이 컸다. 그 당시 영화들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동료와 전우애를 나눈다. 그걸 보며 나도 저런 영화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꿨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 꿈이 생각나서 결정을 하게 됐다"면서 '낙원의 밤' 출연 계기를 말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 이후 드라마 '멜로가 체질' '빈센조'까지 꾸준히 작품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전여빈. 사뭇 시나리오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지기도. 이에 대해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 작품 선택할 때 오히려 단순해진다. 글을 읽고 내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들은 다음에는 바로 마음이 반응한다. 동물적인 반응으로 결정이 난다"고 밝혔다. 다만 전작들과 차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스스로 많은 고민으로 캐릭터에 접근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멜로가 체질'을 마치고 나서 3주 뒤 바로 '낙원의 밤' 촬영에 돌입해야 했기에 전여빈은 제주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재연을 담았다. 재연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제주도의 풍경은 큰 도움이 됐다. 당시를 두고 전여빈은 "바람 소리가 유독 귀에 많이 들려 소리가 참 기억이 난다. 야자수가 흔들리고 비가 내렸다가도 화창하게 개는 풍경이 주는 쓸쓸함이 있다. 재연의 마음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떠올렸다.
재연은 기존의 누아르 영화에서 드문 여성 캐릭터다. 희생으로 소모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며 자신의 끝을 마무리한다. 영화의 한 축을 이끌어가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다. 애착이 큰 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심리 상태를 헤아리면서도 꾸준히 사격, 액션, 기초 체력 운동이 요구됐기 때문. 그는 "재연이 갖고 있는 심리상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싶었다. 많은 것을 잃었고 삶에 애착이 없기에 두려울 게 없는 상황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마음을 이해한 후에는 캐릭터 설정상 총을 잘 쏘도록 연습을 하려 했다"고 전했다.
박훈정 감독은 전여빈이 사격 자세를 능숙히 해내길 원했고 전여빈 역시 재연이 규격화되지 않지만 사격을 잘 하는 아이처럼 보이길 바랐다. 하지만 전여빈에게 사격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당시를 두고 전여빈은 "처음에는 너무 큰 반동 소리에 너무 놀라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팔 다리가 너무 후들거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까 걱정했지만 운동 실력이 좋은 편이라 연습한 만큼 늘었다. 박훈정 감독의 이전 작품 '마녀'에서 김다미가 총을 멋지게 쐈다. 저 역시 쏠 때 멋있도록,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체구가 작은 만큼 눈빛이 제일 중요했다. 가장 격한 감정을 터트리는 신이기에 마음도 몸도 힘들었던 것 같다"고 고충을 드러냈다.
극 중 어떤 상황에서도 초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 재연은 서울에서 쫓기듯 내려온 태구(엄태구)가 못마땅하고, 그에게 불편한 기색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두 사람의 불협화음은 작품의 또 다른 재미다. 이야기 후반부, 주변 모두를 잃은 재연과 태구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의지하며 삶에 대한 애착을 보인다. 전여빈은 이야기 속 태구와 재연의 관계성을 두고 "애증이라 생각했던 삼촌이 떠나고 곁에 있는 태구를 보며 친구이자 동료, 가족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리라 생각했다. 태구와 재연은 동병상련, 서로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다. 연애는 아니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랑"이라며 느낀 바를 밝혔다.
그렇다면 '낙원의 밤'은 전여빈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이에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함께 했던 엄태구와 차승원을 바라보면서 각기 그들의 장점을 봤다. 그들의 장점을 내게 하나씩 심어놓고 싶었다. 차승원의 재치, 엄태구의 집중력,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배우고 싶었다. '(이들의 장점을) 느끼면서 흡수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저 스스로 한 발자국 나아갔다. 또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영화로 남았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전여빈은 작품을 마치고 나서는 이야기와 인물들을 완전히 마음 속에서 떠나보낸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배우로서 그의 목표는 항상 진행형이다. 기회를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는 것. 연기라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것만이 전여빈의 작은 소망이다.
"저는 제가 살아 있는 한 좋은 배우로 잘 가고 싶다. 매일 매 순간 작품을 만날 때마다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 그 전 작품보다 조금 더 태도나 연기에 대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지금껏 맡았던 역할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이에 다음에는 또 다른 결을 갖는 역할을 맡고 싶다. 앞으로 항상 어떤 시도에도 주저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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