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연기, 연출, 음악을 사랑하는 배우 유준상은 하고 싶은 게 많다. 때로는 배우가 됐다가, 감독이 되고 또 가수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를 열정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그는 꾸준히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유준상은 어느덧 3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간 유준상은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여우와 솜사탕' '어사 박문수' '결혼하고 싶은 여자' '토지' '넝쿨째 굴러온 당신' '풍문으로 들었소' '왜그래 풍상씨' '우아한 친구들' '경이로운 소문', 영화 '이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전설의 주먹'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뮤지컬 '삼총사' '잭 더 리퍼'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그날들'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런 그가 영화감독으로 변신해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영화 '스프링 송'(감독 유준상·제작 쥬네스엔터테인먼트)는 유준상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스프링 송'은 미완성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 밴드 제이 앤 조이 20, 그들과 동행하게 된 세 남녀가 봄을 기다리며 부르는 특별한 노래다. 극중 유준상은 뮤직비디오 제작자 준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준상이 영화 연출을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의 나이 47세 때였다. 유준상은 "사실 내 전공이 영화 연출이다. 동국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그때 영화학도다 보니 많이 탐구하고 연구했다. 그때의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었고, 언젠간 꼭 연출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세상엔 훌륭한 영화감독님이 정말 많이 계시지 않냐. 그중 차별화를 두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했을 때 음악을 생각했다. 음악을 소재로 삼고, 그 음악을 내가 직접 만들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47세였고,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내가 말로는 70세까지 영화 연출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많아야 10작품 정도 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천천히 내가 생각하는 게 잘 담길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는 뮤직비디오에서 힌트를 얻었다. 유준상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저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노래가 나와서 배우들의 대사가 안 들리지 않냐. 그런데 입모양은 뭐라고 하길래 도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욕을 해도 되겠는데 싶더라. 그럼 내가 뮤지컬을 했으니까 뮤지컬 대사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서로 사랑하는 대사면 더 재밌겠다는 게 '스프링 송'을 기획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준상은 뮤직비디오를 염두에 두고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극 말미 영화의 전체적인 장면이 실제 뮤직비디오로 등장하는 연출이다. 오히려 마지막 뮤직비디오 장면 때문에 퍼즐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유준상은 "시나리오에 전체적인 줄거리는 있지만,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만들까가 중요했다. 내 머릿속에 300가지 이미지가 있었다. 찍을 때는 여기서 이걸 찍고 저걸 찍고 했지만, 이걸 다시 붙이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후반 작업에 더욱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스프링 송'에서 가장 재밌는 요소는 즉흥성이다. 실제 극 중에서도 즉흥적인 장면이 있었다. 소진(김소진)이 오열하는 신이다. 유준상은 "이 장면은 즉흥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는 장면은 뮤직비디오 사이에 연결되면서 여자의 감정을 보여주는 거다. 내가 그냥 김소진에게 갑자기 울라고 했다. 작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김소진이 실제로 자기가 왜 울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레디 액션'을 외치자 김소진이 순간 몰입해 울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바라던 색깔이었다. 김소진이 멋지게 연기해 줘서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며 "배우들이 즉흥이란 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고, 대본에도 나와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즉흥으로 해보라고 하면 당황해한다. 그 당혹감은 본인들의 계산에 없어서 그런 거다. 그게 화면에 담기는 순간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나 진심으로 전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흥 연기는 감독이 배우를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준상은 "원래 정순원, 김소진 등은 무대에서 연기를 많이 하는 배우들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하는 연기를 직접 봤기에 더 확신이 들었다. 무대에서 이들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친구들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배우들이 정말 많은데, 무대에서 빛나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나도 이들의 연기를 보면서 빠져들었다. '스프링 송'의 또 다른 재미는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거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 '스프링 송'은 '봄'이란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봄은 기다림의 의미라고. 유준상은 "전작을 연출하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걸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 건 계절이 지나는 건데, 내가 지금까지 과연 몇 개의 계절을 지났을까 생각했다. 정말 많지 않냐. 이렇게 많은 순간의 계절을 나는 인식하지 못하고 '세월이 빠르다'는 말로만 넘어갔다. 내가 생각하는 계절의 하나쯤은 힘든 시기에서 다시 일어나는 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봄 하나쯤은 내 기억에서 정확하게 남겨 두고자 '스프링 송'을 찍게 됐다. 영화 속에서 봄은 잘 보이지 않는데, 봄을 기다리는 이야기면 어떨까 싶어서 그렇게 만든 거다. 나이듦을 투영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계절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때의 감정을 느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봄을 기다리는 소재기에 화면의 색감도 달랐다. 유준상은 "우리 이야기는 기다리는 봄이기에 색감을 좀 감추려고 했다. 일부러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았고, 뮤직비디오 속 과거 상황은 흑백과 비슷한 정도로 가려고 했다. 이렇게 감추고 있다가 봄이 됐을 때의 선명함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유준상은 연예계 대표 '열정맨'이다. '스프링 송'에서는 배우와 연출의 몫을 온전히 소화했다. 유준상은 "좋은 점은 편집 포인트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연기가 수월했다는 거다. 순간 머리가 움직이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 단점은 체크가 잘 안되는 거다. 많은 양을 찍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후반 작업이 좀 힘들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전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공연까지 유준상은 참 다재다능하다. 이에 대해 유준상은 "내가 아무리 열정이 많다고 한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런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래서 자칫 다른 것들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온전히 나를 좋은 그릇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고민 속에서 유준상은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결국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기본에 대한 이야기다. 기초를 지키는 게 참 어렵다. 여태껏 난 기본이 내 몸에 항상 베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나를 리셋하려고 한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쳐야 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며 "이 과정이 힘들지만 스스로 해법을 찾는 기분이다. 인생은 쉽지 않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노력 안에는 자기관리도 포함된다. 유준상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하면서 체지방 3%대의 몸을 만들고, 액션까지 소화해 귀감이 된 바 있다. 유준상은 "오랫동안 배우 일지를 썼다. 아마 30권쯤 쓴 것 같다. 내가 어떤 상태고 어떤 것들이 부족하고, 왜 두려워하는지 또 이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적혀 있다.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더 좋은 내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일 거다.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내 이야기를 보는 분들이 행복하면, 내가 에너지를 더 얻는다. 그래서 노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준상은 "앞으로도 연출을 하고 싶다. 이번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나는 곡을 먼저 만드는 스타일이라 곡을 먼저 만들 거다. 음악이 먼저 만들어지는 영화다. 그래야지 나의 온전한 모습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