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따뜻함을 가득 담은 '기적'을 향한 배우들의 애정은 크다. 따뜻함에 끌려 주저없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 포근함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6일 오후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제작 블러썸픽쳐스) 제작보고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이장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이 함께했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이장훈 감독은 "우리 영화는 기찻길은 있는데 역이 없어서 기찻길을 걸어서 마을을 나갈 수 있는 곳에 사는 아이가 기차역을 만들고 싶어서 온갖 애를 쓰며 꿈을 찾는 이야기다. 솔직히 이렇게 들었을 때 재밌을 것 같다는 마음은 안 들지 않냐. 그런데 후반 작업 하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일을 하려고 편집본을 틀어놓으면 영화에 빠져서 일을 못하겠더라'고 입을 모으더라. 의외로 재밌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실제 있는 역이 배경이다. 나도 이 영화를 준비하기 전까지는 존재를 모를 정도로 정말 작은 간이역이다. 1988년 마을 분들께서 직접 건물을 지으시고 역을 만들어서 우리나라 최초 민사 역사로 기록된 곳"이라고 덧붙였다.
◆ 배우들의 애정이 담긴 작품
배우들은 입을 모아 '기적'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따뜻함에서 비롯된 아름다움이 있기에 더욱 애정이 갔다고. 이성민은 "나에게 '기적'은 특별하다. 시나리오 첫 장부터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읽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따뜻한 이야기라서 이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잽싸게 참여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대본을 읽었지만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 같고 내가 해야할 것 같은 사명감과 의무가 생겼다. 내 고향 이야기고, 내가 알고 있는 곳이 배경이라 공감이 됐다. 내가 주인공처럼 통학했던 학생이기에 시나리오를 읽을 수록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공간들이 대입되더라. 이 영화는 무조건 해야겠구나. 감독님이 내 고향을 알고 보냈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공감되는 부분과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다. 이 시나리오를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이 역할을 해도 되는지. 나는 하고 싶은데 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하면 공감을 못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 고민이 되는 지점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감독님과 첫 만남 이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임윤아는 "감독님의 전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정말 좋아했다. 따뜻하게 봤던 영화다. '기적'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도 이런 따뜻함이 느껴졌다. 감독님이 이 작품을 얼마나 예쁘게 그려주실까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애정이 많이 갔다"고 했다.
◆ 각양각색 캐릭터
'기적'은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자랑한다. 우선 박정민은 다소 어리바리해 보이는 준경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이 친구가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무대포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예의가 없지는 않은데 자기가 원하는 꿈을 향해 직진하는, 그것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허당미가 넘치는 아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박정민에게 흰쌀밥 같은 연기를 하라고 요구했다고. 이 감독은 "박정민은 그간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화려한 요리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흰쌀밥같은 연기를 하라고 했다.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박정민 연기 잘한다는 마음보다는 그 인물 자체로 보길 바랐다. 굉장히 힘들고 중요한 연기인데, 아마 관객들은 잘 몰라줄 거다. 배우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을 텐데 못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박정민은 "나도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명강의를 들은 느낌이었다. 이 말을 들으니 한결 가벼워졌다. 신기하게도 그 다음날부터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연기가 나와 걱정 없이 재밌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임윤아는 라희 역을 맡았다. 그는 "라희는 자칭 뮤지라고 할 만큼 자신감 넘치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며 "라희는 비범한 소녀다. 준경이를 그만큼 알아차려 보려면 비범함이 있어야 한다. 라희에게는 비범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이성민은 "내가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를 하게 돼 좋았다. 입고 싶던 옷을 입게 된 것도 좋았다. 다만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은 나랑은 달랐다. 그래서 이해하려고 애쓴 부분이 많다. 속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은 나랑 다르다"고 전했다.
이수경은 "똑단발 스타일에 도전했다. 전작과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단발도 좋았지만 보경과 내가 어울릴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감독님이 보경 같다고 해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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