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를 장악했다. 유쾌하면서도 의미 있는 수상소감으로 현장의 박수 갈채를 자아낸 윤여정이다.
26일 오전 9시 미국 LA의 유니온 스테이션, 돌비극장에서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현장에서는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제작 플랜B)의 주역인 윤여정, 한예리, 스티븐 연, 앨런 김, 노엘 조, 정이삭 감독이 참석했다.
윤여정 아카데미 / 사진=Gettyimages 제공
이날 '미나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1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을 선택한 한국인 가족의 따뜻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 시상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샤론 최와 함께 등장한 봉준호는 후보에 오른 다섯 감독들을 언급하며 영화 제작에 대한 가치관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을 수상한 바 있다. 감독상으로 정이삭 감독이 후보로 올랐으나 불발됐다.
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이 시각효과상 시상에 나서며 의미를 더했다.
이윽고 모두가 기다렸던 윤여정의 수상이 전파를 탔다. 이날 공교롭게도 지난해 남우조연상을 탔던 브래드 피트가 윤여정을 호명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 제작사 플랜비 소속으로 자신이 제작한 영화의 배우에게 상을 시상했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배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로는 1957년 일본 여배우 우메키 미요시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상이다.
이에 윤여정은 수상소감으로 브래드 피트를 언급하면서 유머러스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 "저는 한국에서 왔다. 유럽 분들은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여여, 정이라고 부르는데 여러분 모두 용서하겠다. 보통 제가 사실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TV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다니 믿을 수 없다"고 벅찬 소감을 드러냈다.
그간 현지 언론들이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압도적으로 유력하다고 바라봤던 만큼 이번 수상은 더욱 뜻깊은 의미를 갖는다.
윤여정 아카데미 / 사진=Gettyimages 제공
윤여정은 함께 후보로 지명된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 에이미 아담스 등을 언급하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 모두 다른 역할을 다른 영화에서 해냈다. 사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이 자리에서 그냥 운이 더 좋아서 서 있다. 또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환대를 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족들을 향한 애정도 두드러졌다. 윤여정은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두 아들이 제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을 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두 아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면서 "故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드린다. 제 첫 감독이다. 첫 영화를 함께 만들었는데 살아 계셨다면 축하해주셨을 것 같다"고 마랬다.
이미 윤여정은 '미나리'로 해외 영화제에서 통상 37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그는 미국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 Award, SAG),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연기상 등을 수상, 통상 38번째 여우조연상 영예를 안게 됐다.
다만 올해 유일한 한국 제작 작품으로 오스카 후보에 올랐던 에릭오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신작 '오페라'는 수상에 실패 했다. 하지만 올해 오스카 전체 부문에서 유일한 한국 제작 작품으로 경쟁한 '오페라'는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 경쟁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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