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중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배우 홍수아는 꾸준히 국내 안방극장에 대한 갈망을 표했다. 원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홍수아는 곧 기회를 얻으며 긴 호흡의 아침 드라마를 이끌었고,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됐다.
2004년 '논스톱5'을 통해 이름을 알린 홍수아는 톡톡 튀는 매력으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했다.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 '하늘만큼 땅만큼' '내사랑 금지옥엽' '남자를 믿었네' '대왕의 꿈',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쇼! 음악중심' '영웅호걸', 영화 '연애의 기술'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러던 중 홍수아는 2015년 중국 진출에 성공하며 일명 '대륙의 여신'으로 불렸다. 그는 중국 드라마 '억만계승인' '온주량가인', 영화 '원령' '목격자: 눈이 없는 아이' 등에 출연해 중국 내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이렇게 중국 활동에 전념하는 와중에도 홍수아는 한국 활동에 대한 목마름이 꾸준했다. 앞서 '목격자: 눈이 없는 아이' 국내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도 "중국에서 열심히 했으니 이제 한국에서도 알아주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조금 밝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 이번에는 조금 밝고 유쾌한 역할을 맡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홍수아의 꿈이 이루어졌다. 홍수아는 SBS 아침드라마 '불새 2020'(극본 이유진·연출 이현직)을 통해 국내 복귀에 성공했다. '불새 2020'은 사랑만으로 결혼했다가 이혼한 부잣집 여자와 가난한 남자가 경제적 상황 역전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홍수아는 극중 부친의 죽음과 이혼으로 인생이 바닥까지 추락하지만, 눈부시게 비상하는 불새 같은 여자 이지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불새 2020'은 2004년 M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드라마 '불새'가 원작이다. 원작의 집필을 맡은 이유진 작가가 참여해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홍수아는 "국내 드라마로 오랜만에 찾아뵐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 또 희대의 명작 '불새' 리메이크라 더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작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아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홍수아는 작품에 대한 매력이 부담감을 이겼다고 전했다. 그는 "부담이 있었지만 '불새 2020'의 이지은은 밝고 씩씩하다. 나와 많이 닮았다. 그런데 또 이지은은 나보다 훨씬 완벽하고 똑똑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불새' 리메이크라 좋았고, 원작을 그렸던 이유진 작가님이 직접 집필한다고 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원작의 이지은은 故 이은주가 맡았다. 홍수아는 故 이은주의 연기를 레퍼런스 삼으면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작과 비슷한 점은 장세훈(이재우), 서정민(서하준) 사이에서 각각 다른 사랑에 대한 갈등과 연민, 그리고 내면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멜로였다는 거다. 여기에 밝고 씩씩한 나의 장점을 살린 이지은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현직 감독님이 섬세하게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불새 2020 홍수아 / 사진=글로빅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지은의 인생은 3막으로 나눠져 있다. 극 초반 재벌 딸 모두의 워너비 같았던 인생, 모든 걸 잃고도 자긍심은 잃지 않았던 때, 그리고 목표 지향적인 커리어 우먼의 삶이다. 이지은의 풍파와 변화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홍수아는 "재벌 딸로 살았을 때는 말 그대로 안 될 게 없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공주님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생활고에 시달릴 때는 힘든 환경에서 내려놓는 모습에 집중했다. 전과는 다르게 누군가를 위해 나를 내려놓고,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커리어 우먼으로 삶에선 아버지의 조언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무너지지 않고, 약해지지 않기 위해 조언을 되새기며 위기의 순간을 이겨냈다. 파란만장한 이지은의 상황에 따라 의상에도 변화를 줬는데, 이 점도 숙제였다"고 덧붙였다.
극 말미 이지은은 납치, 감금, 폭행의 피해자가 돼 충격을 선사했다. 다소 수위 높은 상황을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홍수아는 "그 상황이 되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 맞고, 묶이고, 고문 당했다. 무엇보다 서럽고 슬펐던 건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다. 홀몸이 아닌 상황에서 아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모성애가 생기더라. 살아 나가야 한다는 원동력이 돼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또 홍수아는 배우 서하준과의 호흡을 전했다. 120부작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홍수아는 서하준과 가장 길게 호흡했다. 홍수아는 "서하준이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한 구석이 있다. 내가 누나지만 오히려 서하준이 나를 더 많이 챙겨준 것 같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열정이 가득하고 성실하다. 처음엔 나보다 오빠인 줄 알고 오빠라고 해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홍수아는 극중 장세훈, 서정민과 각각 멜로를 소화했다. 홍수아의 실제 이상형은 이들을 반반 섞은 남자라고. 홍수아는 "장세훈의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 서정민의 남자다운 카리스마를 모두 다 겸비한 남자면 좋겠다"며 "사실 아직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은 안 해봤다. 지금은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결혼을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끝으로 홍수아는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해보고 싶다. 전문직 드라마도 하고 싶고, 사극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좋은 기회가 닿기를 바란다"며 "하얀 도화지같이 무슨 색이든 흡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말해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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