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내일의 기억'은 퍼즐 게임처럼 단서와 진실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퍼즐 게임의 묘미는 완성본을 볼 때의 뿌듯함도 있겠지만 과정이 주는 즐거움도 분명하다. 9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확실한 매력으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21일 개봉하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제작 아이필름 코퍼레이션 토리픽쳐스)은 기억을 잃고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수진이 혼란스러운 기억의 퍼즐을 맞춰갈수록 남편 지훈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 중 김강우는 수진의 남편이자 그를 둘러싼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지훈을 맡았다. 서예지는 사고 이후 타인의 미래를 보게 되는 인물이자, 지훈을 살인자로 의심하는 수진을 연기했다.
작품은 병원에 입원한 수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남편 지훈은 의사에게 수진이 홀로 등산하던 중 낙하 사고로 기억을 모두 잃게 됐다고 말한다. 수진은 지훈을 의지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수진은 자신을 과보호하는 지훈을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찜찜한 기분을 지우지 못한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 집 밖에 나선 수진은 어린아이, 여고생 등 가까운 이웃의 미래를 보게 된다. 착각이라 믿지만 실제로 자신의 눈 앞에 앞서의 일들이 고스란히 벌어지면서 수진은 혼돈에 빠진다. 지훈은 수진의 혼란이 사고의 후유증이라 단정 지으며 서둘러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고 수진은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낀다. 앞으로 일어날 사고를 막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던 수진은 우연히 옛 직장 동료를 만나고 과거의 자신이 이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점차 지훈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일의 기억 / 사진=영화 내일의 기억 스틸컷
이후 사건은 두 가지 양상으로 흘러간다. 지훈의 수상한 행적을 추적하는 것과 동시에 수진이 보는 불행한 미래를 막기 위한 고군분투. 이 두 갈래는 극 후반부에 자연스럽게 한 갈래로 합쳐진다. 이 과정에서 서유민 감독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실력이 돋보인다. 서 감독은 앞서 '덕혜옹주'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행복' 등의 각색, 각본가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서 감독은 쌓은 내공을 한껏 발휘하며 몰입감이 넘치는 서스펜스를 완성시킨다.
'내일의 기억'의 주 관전 포인트는 퍼즐을 맞추는 과정 속 카타르시스다. 초반 인물들의 관계 밑에 깔린 묘한 긴장감, 낯섦 등이 장르적 매력을 뽐낸다면 후반부에서는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고 보는 이들에게 느낌표를 선사한다.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며 인물의 행동들이 서서히 이해가 가기 시작하며 시원함마저 느껴진다. 이른바 '떡밥 회수'가 주는 쾌감이다.
특히 김강우와 서예지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극을 홀로 이끄는 서예지의 캐릭터 소화력과 한껏 끌어올린 몰입력은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그의 스캔들이 더욱 아쉬운 지점이다. 이어 김강우가 만드는 야누스적인 얼굴도 좋다. 장르에서 더욱 빛을 내는 김강우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강점을 드러낸다.
다만 느닷없는 멜로 한 스푼이 작품의 담백한 맛을 흩트려놓는다. 클라이맥스에서 서사와 감성을 폭발케 하려는 기능이었지만 되려 개운하지 않은 결말이 됐다. 정교하게 켜켜이 쌓인 서사가 멜로로 마무리되면서 역효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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