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영화 '스프링 송'은 스크린 안에 음악,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봄의 생명력처럼 열정적이면서 신선하다. 날 것이 주는 묘한 매력이다.
'스프링 송'(감독 유준상·제작 쥬네스엔터테인먼트)은 미완성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무작정 여행을 떠난 밴드 제이 엔 조이 20(J n joy 20), 그리고 그들과 동행하게 된 세 남녀가 봄을 기다리며 부르는 특별한 노래다.
작품은 새로운 곡을 준비하던 밴드 멤버 준화(이준화)와 프로듀서 준상(유준상)이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며 시작된다. 신곡의 멜로디는 완성됐지만, 아직 가사는 붙여지지 않았음에도 이들은 무작정 일본으로 향한다. 뮤직비디오에 누가 출연할지도 정해놓지 않은 채 그저 준화와 준상, 그리고 소수의 스태프들만이 떠난 여행이다. 심지어 무슨 내용을 촬영할지는 준상의 머릿속에만 있다. 준화와 스태프들은 영문도 모른다.
일본에 도착한 이들은 배우의 필요성을 느꼈고, 준상은 즉석에서 일본 뮤지컬 배우 아키노리(아키노리 나카가와)를 섭외한다. 아키노리와 한창 촬영을 진행하던 중 이번에는 여배우의 필요성을 느꼈고, 준상은 역시 즉석에서 한국 배우 소진(김소진)을 초대한다. 또 아키노리가 일정 상 촬영에서 빠지자 자연스럽게 한국 배우 순원(정순원)을 데리고 온다.
작품은 즉흥의 연속이다. 정해진 틀 없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모든 것은 감독 유준상만이 알고 있다. 인생이 예고 없이 흘러가듯이 작품도 예고 없이,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새 종착역에 도착한다. 즉흥적인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그 안에서 갈등도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이 느끼는 답답함, 따라오지 못하는 배우들을 보는 유준상의 심정이 대립하면서 갈등을 빚는다. 그러다가 어느새 서로를 이해하고 뮤직비디오 완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스프링 송'은 인생과 닮아 있다. 계획은 했지만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 것처럼 준상은 뮤직비디오 촬영 계획은 뜻하지 않게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품인 총을 구하지 못해 나무 막대기로 대체하고, 배우들이 해석한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모를 보인다. 또 인생은 계획에는 없었지만 운이 좋게 풀리기도 하듯 뮤직비디오 촬영도 날씨의 행운이 따라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마치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듯하다.
작품의 형식도 매우 독특하다.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데, 액자가 두 겹이다. 극 중 극 중 극인 셈이다. 스크린으로 보는 하나의 액자, 그 안에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액자, 또 그 뮤직비디오 안에서 다른 공연을 보여주는 액자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촬영이 '컷' 소리에 맞춰 끝나면서 스태프들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는 액자의 경계가 모호해져 날 것의 느낌을 준다. 이 지점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또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소진, 순원 등이 각기 다른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매력적이다. 실제 뮤직비디오에서는 노랫소리에 묻혀 배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작품은 뮤직비디오 속 배우들이 과연 무슨 말을 할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어쩌면 뮤직비디오 속 배우들은 노래나 상황과는 상관없이 다른 작품의 대사를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이다. 준상은 소진과 순원에게 각각 출연한 뮤지컬과 연극 장면을 연기하라고 지시했고, 이들은 뮤직비디오 내용과 상관없는 대사를 외운다. 이 부분이 마지막 액자다. 실험적이고 독특한 형식이다.
유준상 감독의 도전과 열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자신의 작품세계를 밀어붙이는 뚝심과 도전정신은 '스프링 송'이라는 제목처럼 울창한 숲을 이루기 위해 생명력을 뿜어내는 나무 같다.
이를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유준상, 김소진, 정순원은 공연에서 쌓은 내공을 스크린에서 마음껏 발휘한다. 작품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친다. 이 가운데 배우들은 순식간에 몰입해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이 감정이 작품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감독 겸 배우로 활약한 유준상의 세계를 담은 '스프링 송'은 2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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