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여진구 "싹 틔운 연기 인생, 이젠 꽃 피워야죠" [인터뷰]
작성 : 2021년 04월 16일(금) 11:43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탄탄한 연기력과 필모로 연기 인생에 뿌리를 내린 배우 여진구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양분 삼아 싹을 틔웠다. '괴물'을 통해 또 한번의 성장을 거친 여진구는 꽃이 돼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여진구는 지난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를 통해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보고싶다'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내 심장을 쏴라' '서부전선' '대립군' 등에 출연했다.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여진구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연출 심나연)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 '괴물'은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다.

가장 먼저 여진구는 "첫방 당시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봐 주실까 굉장히 떨려 했는데, 그날이 엊그제 같다"며 "이렇게 종영 후 인터뷰를 하는 게 새롭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첫방 시청률 4.5%(닐슨코리아, 이하 유료가구기준)로 시작한 '괴물'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6%를 기록했다. 여진구는 "시청률이 5%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회에서 6%를 넘어섰다"며 "시청자분들이 선물을 주신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고 전했다.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제공


여진구는 극중 경기 서부 경찰청 소속 경위에서 만양 파출소로 온 한주원 역을 맡았다.

여진구에게 한주원은 똑똑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경찰로 다가왔다. 그는 한주원의 첫인상에 대해 "경찰대에 수석 입학·졸업해 본인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법으로 스스로를 옥죄고 법에 얽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똑똑하지만 어딘가 결핍된 한주원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한 여진구다. 그는 "허투루 살지 않지만 인간미 없는 한주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괴물'은 8부를 기점으로 1막과 2막으로 나뉜다. 여진구는 1막 속 경계심 가득한 한주원과 2막 속 경계를 허물어가는 한주원의 모습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1막에서는 한주원의 외적인 모습을 신경 많이 썼다.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편견으로 인해 날카롭고 예민하게 굴기도 했다. 그래서 외적으로 반듯한 헤어스타일 같은 부분 등을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2막에서는 기존의 한주원과 너무 다르지 않고 그만의 요소를 갖추면서도 변화를 보여주려 했다"며 "어떻게서든 범인을 찾아 처벌을 해주고 싶다는게 1막의 한주원이라면 2막에서는 맞닥트리는 진실을 통해 인생이 흔들리는 모습이 있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는 데 차별을 두려고 했다"고 밝혔다.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제공


'괴물'은 여진구와 배우 신하균이 큰 주축이 돼 작품을 이끌어나간다. 신하균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만양 파출소 경사 이동식 역으로 분해 여진구와 파트너십을 선보였다.

과거 신하균의 아역 연기를 했던 여진구이기에 그와의 재회는 더욱 뜻깊다. 두 사람은 지난 2006년 '예의없는 것들'에서 성인과 아역 연기자로 만났다. 여진구는 "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신하균 선배의 아역으로 함께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같이 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며 "선배가 저를 오롯이 여진구라는 배우로 받아들여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상대역이 신하균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오! 대박! 선배랑 하다니"라고 반응했다는 여진구는 "대본을 읽었을 때 상상했던 이동식의 모습과 신하균이 연기하는 이동식의 모습이 너무 궁금했다. 신하균 선배는 제 앞에 이동식이 아닌 적이 없었다. 보면서도 배울 점이 많았던 선배였다"고 언급했다.

신하균과의 호흡 속 여진구의 연기력 역시 물이 올랐다. 그러나 살인, 실종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그는 "배우로서 연기를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 보단,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동식에게 죄책감을 털어놓으며,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려달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처음 겪는 감정을 느꼈다. 아버지 한기환(최진호)의 실체를 알게 되고, 사건의 피해자였던 이동식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장면에서도 한주원이 느끼는 감정을 헤아리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여진구 /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제공


'괴물'은 실종, 사망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사건의 잔혹성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들의 상처를 조명한다. 여진구는 이러한 '괴물'에 대해 "추적 스릴러이지만 범인에게만 포커스를 둔 작품이 아니다. 남겨진 가족들,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최종회에서는 실종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내레이션 녹음에 참여했던 여진구는 "도로를 다니다 보면 실종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괴물'이 우리의 주변에 있던 내용을 담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내레이션을 읽었을 때는 저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시청자에게 부탁을 드리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저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은 여진구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높아진 대중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의문을 던졌던 여진구는 '괴물'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그는 "영화 '화이' 이후로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게 됐다. 많은 분들의 관심 속 잘 해내고 싶고, 잘 해내가야겠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들어 연기가 어려웠다"며 "이후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제가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제가 주도적으로 인물을 해석하고 스스로 생각한 걸 펼쳐나가며 작품에 맞춰가고 적응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호텔 델루나'에서는 적응기를 끝내고 이게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던 시기였다. 작품과 관련해 시청자들에게 좋은 얘기를 들었지만 겨우 한두 작품만을 두고 '이게 맞다'는 확신을 가지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작품이 제게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괴물'은 저만의 연기를 잘 해내가고 있구나, 스스로를 믿게 된 작품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저만의 스타일도 찾게 됐다"며 "그래서 제게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괴물'을 통해 앞으로 비판을 받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며 성장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높은 기대치를 스스로의 힘으로 넘어선 여진구는 여전히 목마르다. "인생 전체를 10으로 봤을 때 저는 1~2정도인 것 같다"고 전한 여진구는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칭찬과 비난을 양분 삼아 싹을 틔웠다. 앞으로 잎도, 꽃도 피워낼 수 있도록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열정을 내비쳤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