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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알을 깨고 만난 새로운 세상 [인터뷰]
작성 : 2021년 04월 16일(금) 14:00

안희연 어른들은 몰라요 /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안희연(EXID 하니)이 연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치며 당당히 성장을 입증해냈다.

15일 개봉한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이환 감독·제작 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는 가출 팸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 '박화영'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으로, 온갖 위험에 노출된 10대들의 현실 그 이상의 현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극 중 안희연은 방황하는 청소년 주영을 그리며 거친 연기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먼저 안희연은 데뷔작을 감상한 소감에 대해 쑥스러워하면서도 "먹먹했다. 처음에는 제 연기가 보여서 화끈거렸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보였다. 메시지가 보이고 마지막에 엔딩크레딧 OST이 들렸다. 촬영할 때 크레딧 노래를 듣고 다녔다. 노래가 계속 질문을 한다. 이걸 본 당신들의 심정은 어떠냐. 당신들은 좋은 어른인지 그쪽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먹먹해지더라. 완성본을 보고 눈물이 났는데 (상대배우) 이유미도 같이 울고 있더라. 이런 질문을 갖게 하는 영화에 함께 했다는 게 영광스러웠다. 이런 영화가 세상에 나와 고마웠다"고 진심 어린 소회를 전했다.

안희연에게 '어른들은 몰라요'는 특별한 작품이다. 단순히 스크린 데뷔작이 아니라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지점이다. 안희연은 2019년,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되게 재밌고 짙은 시기였다. 무언가에 몰입하며 사는 게 참 드물고 희귀한 경우다. 이환 감독이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연기를 처음 접했다. 작품을 하기 전에는 잠깐 정체됐었다. 계속 달리다가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났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었다. 28살, 계약이 끝난 후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선택의 제약을 내게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대답이 나오지 않아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많이 삐쳐있었다. 나랑 많이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회사와의 계약이 끝날 때 다른 회사와 미팅을 하고 공백 없이 넘어가기 마련이지만 안희연은 자신을 제대로 아는 시간을 갖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전 소속사와 계약을 끝낸 안희연은 곧장 그리스 편도 티켓을 끊었다. 그에게는 하고 싶은 것과 알아야 하는 것을 알고 싶은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급함 역시 있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때 찾아온 게 이환 감독의 연락이었다. 당시 이환 감독은 안희연의 연락처를 알지 못해 무작정 SNS 메시지로 출연을 제안한다는 후문이다. 안희연은 당시를 두고 "배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거나 다음을 바라봤으면 '어른들은 몰라요'를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야기, 캐릭터에 대해 많은 것을 따졌을 것 같다. 그때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중요했다. 감독님의 전작을 봤는데 설레고 두근거렸다"고 회상했다.

안희연 어른들은 몰라요 / 사진=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물론 첫 연기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쉬이 서지 않았다고. 특히 '어른들은 몰라요'의 소재가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잘 해내리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단다. 안희연은 "사실 이야기가 너무 세게 느껴졌고 연기 경험이 없어 고사하려고 했다. 잘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나 혼자 판단할 데이터도 없었다. 회사도 없는 상황에서 크랭크인이 얼마 안 남았는데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이 실례가 될 것 같았다"면서 "그러자 이환 감독이 '한국에 언제 오냐,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막상 만나니 이환 감독과 함께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엇을 하는데 두근거림 하나면 충분한 동기"라면서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많은 우려와 함께 시작했던 작품이지만 안희연과 주영은 서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초반 대본에서 더 날카롭고 뾰족했던 주영 캐릭터는 안희연을 만나 더 따스한 면모를 갖게 됐고 안희연은 주영을 만나 연기의 길을 제대로 알아가게 됐다. 극 중 안희연이 분한 주영은 가정,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보호 받지 못하고 유기된 인물이다. 온몸에 타투를 하고 전자담배를 늘상 쥐고 다닌다. 범죄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대범한 성격이지만 여리고 또 다정한 면모를 갖는다.

그렇다면 인간 안희연과 주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를 두고 안희연은 "나 역시 주영처럼 관계에서 오는 아픔, 좌절을 느꼈다. 주영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 내 과거와 상처를 뒤적거렸다. 부정했던 내 잘못, 실수들을 계속 들여다보는 작업을 했다. (돌아보니)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굴레 속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했던 안희연은 주영을 만나 스스로의 껍질을 깰 수 있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에 익숙했던 터. 안희연은 이번 작품을 통해 '무너져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무너지는 연기를 정말 많이 했다. 깨질 걸 알면서도 매일 부딪혔다. 이런 작업 속에서 이유미는 제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모두 함께 했다. 이유미와 이환 감독은 제가 부딪힐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엄청나게 고마운 존재"라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안희연은 내면적으로 한층 더 성장했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더욱 커졌다. 스스로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무엇이든 계속 열심히 배우고 경험하고 알고 싶다. 연기를 통해 세상과 관계, 타인, 그리고 나를 배운다.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확장된다. 배우는 과정이 너무 좋다. 앞으로 계속 배우고 싶다. 제 꿈을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사랑, 앎, 자유다. '앎'을 향해 살고 싶다. 자유를 잃지 않으면서 사랑 안에서 살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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