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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강' 문진승의 사생결단 [인터뷰]
작성 : 2021년 04월 15일(목) 10:31

달이 뜨는 강 문진승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안정적이고 탄탄한 길에서 다시 출발점에 서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배우 문진승은 자신의 인생이 열정으로 가득 차길 원했고, 그 해답을 연기에서 찾았다. 그렇게 그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원점에서 시작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IT 기업에 입사한 문진승의 원래 꿈은 IT 개발자였다. 그는 이를 이루기 위해 독일로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대학원을 졸업한 후 개발자가 되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그러던 중 문진승은 우연한 기회에 독일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문진승은 "친구가 대학교 게시판에서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 배우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내게 추천했다. 마침 한국에서도 취미로 연극을 해봤고, 단편 영화를 찍어 본 경험도 있어서 오디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며 "마침 대학원 들어가기 전 어학연수 기간이라 시간이 좀 남은 상태였다. 독일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보고 좋은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에서 지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에서 단편 영화를 찍은 경험이 있는 문진승은 이렇게 독일의 독립영화 '선샤인 문'에 출연하게 됐다. 문진승은 "감독님이 단편영화 클립을 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가 그 역할에 딱 맞았던 것 같다. 내가 맡은 역할은 외국으로 도피 온 한국 배우였다. 영어로 연기했고, 중간에 한국말도 섞어서 썼다. 마지막에는 독일어 시로 연기하는 장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이탈리아 분이었는데, 감독님을 통해서 좋은 경험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기할 생각은 없었다. 이후 다시 하던 공부를 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IT의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떤 그림을 갖고 이민을 결정하고 대학원 공부까지 했는데, 막상 1년 동안 공부하고 내가 원하는 곳에 가보니까 '이게 내가 원했던 게 맞나?'는 의구심이 들더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중에 뛰어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은 공부를 즐거워하고 열정도 있는데 나는 그만큼의 열정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재미는 있지만 열정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달이 뜨는 강 문진승 / 사진=방규현 기자


문진승은 자신의 열정을 연기에서 찾았다. 그는 "내가 가장 열정이 있는 게 뭘까 계속 고민하다가 연기 쪽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큰 계기가 있어서 배우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수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거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 연기할 때 일상 자체가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고민하다가 결심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런 결심을 했을 때 문진승의 나이는 31세였다. 혹자는 새로운 걸 시작하기 늦었다고, 혹은 이미 쌓은 걸 버리기 아깝다고 할 수 있으나 문진승은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문진승은 "처음에는 숨겼다. 걱정을 할 걸 알기에 어느 정도 내 앞가림을 한 다음에 말씀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더라. 이후 말씀드렸는데, 아무래도 내가 확고한 의지가 있다 보니 집에서는 믿어줬다. 걱정을 하지만 믿어준 거다. 딱히 반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온 문진승은 5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문진승은 "한국에 와서 단편 영화도 찍고 광고를 찍으면서 오디션을 계속 지원했다. 매번 오디션을 떨어지고, 그 과정에서 연기를 배우기도 했다. 연극도 한 편 올렸다. 8개월 정도 긴 호흡을 가지고 청소년극을 했다. 여기서 배운 부분도 많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까 점점 정보가 많아지더라"며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의 이메일을 알게 돼서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보조 출연을 하다가 이미지 단역을 맡고, 우연치 않게 대사를 받아서 조금 비중 있는 단역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차근차근 꿈을 향해 자신의 길을 걸은 문진승이 소속사라는 기회를 잡은 건 운명이었다. 지인 중 헤어디자이너 연습생이 있었고, 헤어 모델이 필요했던 것. 문진승은 헤어 모델을 수락했고, 그렇게 헤어디자이너와 인연을 쌓았다. 헤어디자이너의 지인 중 메이크업 실장도 소개받아 함께 일하게 됐다. 그 메이크업 실장이 지금의 소속사인 해와달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해줬다고. 문진승은 "서로 원하던 방향성을 갖고 있는 회사여서 바로 계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달이 뜨는 강 문진승 / 사진=방규현 기자


소속사를 만난 후 문진승은 KBS2 '달이 뜨는 강'(극본 한지훈·연출 윤상호)을 통해 지상파 데뷔에 성공했다. '달이 뜨는 강'은 고구려가 삶의 전부였던 공주 평강(김소현)과 사랑을 역사로 만든 장군 온달(나인우)의 운명에 굴하지 않은 순애보를 그린다. 문진승은 극 중 천주방의 살수 마태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문진승은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이 내 프로필을 보시고 마태모 역이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마태모 대사를 준비했다. 마태모라면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면서 대사를 준비했다. 감독님이 내 눈을 마음에 드셔 하시더라. 눈빛이 좋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 부분 때문에 캐스팅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마태모와 만났다. 데뷔작이고 긴 호흡으로 가는 첫 작품이기 때문에 얼떨떨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운동을 하러 갔는데, 그때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고 했다.

문진승은 마태모 역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그는 "감독님이 마태모 캐릭터를 더 살리고 싶어 하셨다. 기본 머리로 가면 악랄한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삭발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처음에는 혹시 안 어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감독님을 믿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태모는 살수기에 기본적으로 검을 잘 써야 된다. 검술을 따로 배웠다"며 "또 마냥 악랄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살수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도 현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디렉팅 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달이 뜨는 강 문진승 / 사진=방규현 기자


첫 데뷔작인 만큼 주변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문진승은 "어머니 주변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고, 어머니께 얘기한 것 같다. 정말 좋았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가 돼야겠구나 싶었다. 어머니는 아무래도 시청자로서 아쉬운 부분을 말씀하신다.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신다"며 "친구들도 자랑을 많이 하고, 주변에 홍보도 많이 해준다. 내가 나올 때마다 연락을 주는데 쑥스럽다"고 말했다.

무사히 첫 작품을 끝낸 문진승은 해보고 싶은 게 많다. 그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처럼 따뜻한 작품"이라며 "이중적이면서 입체적인 역할도 소화해보고 싶다. 선하게 보이지만 악하거나, 악인처럼 보이지만 선한 반전 있는 역할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끝으로 문진승은 배우로서 자신의 매력을 자평했다. 그는 "겉으로 차갑게 보일 수 있는데 소년미가 있는 것 같다. 세 보이지만 순수한 면이 있다. 순박한 면도 있고 여리다. 감수성도 풍부한 편"이라며 "앞으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공감 가는 마스크로 공감을 표현하는 배우가 꿈"이라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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