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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전도 이긴 알렉스, 체면 구긴 산틸리 감독 [ST스페셜]
작성 : 2021년 04월 14일(수) 18:38

산틸리 감독과 알렉스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KOVO 제공

[장충=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는 평소와 보기 드문 사건이 벌어졌다. 1세트가 끝난 뒤 양 팀이 진영을 바꾸는 과정에서 우리카드 알렉스와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이 충돌한 것이다.

알렉스가 먼저 산틸리 감독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이에 산틸리 감독이 격하게 대응하면서 충돌은 더욱 커졌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두 사람은 이후에도 언쟁을 이어갔다. 선수와 선수, 감독과 감독 간의 충돌은 간혹 벌어지지만 서로 다른 팀의 선수와 감독이 다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주심은 2세트를 시작하기 전 양 팀에 모두 레드카드를 줬고, 2세트는 0-0이 아닌 1-1 상황에서 시작되는 진풍경이 나왔다.

산틸리 감독과 알렉스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산틸리 감독은 "(알렉스가) 내게 와서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알렉스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렉스는 "특별한 것은 없었고 (대한항공 벤치에서) 내 이름을 좀 그만 부르라고 이야기했다. 항상 서브를 때리러 가면 한국말로 내 이름을 불러서 그만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극히 사소한 이유의 충돌이었다.

하지만 충돌의 여파는 양 팀에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쳤다. 알렉스는 경기 내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양 팀 최다인 20점을 기록, 우리카드의 세트스코어 3-0(26-24 25-20 25-19) 완승을 이끌었다. 반면 산틸리 감독은 시리즈의 분수령인 3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알렉스는 "(산틸리 감독이) 다들 알다시피 쉽게 흥분한다"면서 "나는 흥분하면 더 집중해서 잘하는데 상대팀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경기에 들어가면 아드레날린이 생기다보니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여유를 보였다.

산틸리 감독은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배구를 해야 한다. (충돌의) 영향은 없었다. 배구인생 35년 동안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고,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3차전에서는 알렉스의 심리전이 산틸리 감독보다 훨씬 위에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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