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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이제훈, 카타르시스란 이런 것 ['모범택시' 첫방]
작성 : 2021년 04월 10일(토) 11:26

모범택시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다크히어로물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악을 단죄하는 방식이 마냥 선하지 않기에 카타르시스는 극대화된다. 여기에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회 문제를 배치해 시청자들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모범택시'다.

9일 밤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연출 박준우)가 첫 방송됐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이날 방송은 성 범죄자 조도철(조현우) 출소하면서 시작됐다. 무지개 운수 택시 기사인 김도기(이제훈)는 자신의 모범 택시에 조도철을 태워 빠져나왔으며, 무지개 운수 팀과 협업해 조도철의 전자발찌를 끊고 그를 지하금융계 큰손인 대모로 불리는 백성미(차지연)에게 넘겼디. 심신미약으로 양형된 조도철을 대신 단죄한 것.

이후 김도기는 한강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하려는 지적 장애 3급 강마리아(조인)를 만나 그의 사연을 들었다. 강마리아는 보육원에서 나와 젓갈회사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그는 노동 착취 및 폭행, 인권 유린 성폭행 등을 당했다. 이에 강마리아는 무지개 운수에 복수를 요청했고, 이들은 이를 수락했다.

치킨 배달부로 변신한 최주임(장혁진)이 악덕 고용주 박주찬(태항호)와 오른팔인 조종근(송덕호)에게 수면제 섞인 치킨을 배달하고, 이들이 감든 사이 김도기가 침입하면서 마무리됐다.

모범택시 / 사진=SBS


이처럼 '모범택시'는 다크 히어로 액션물의 탄생을 알렸다. 우선 오프닝 시퀀스의 강렬함이 인상적이었다. 개조된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김도기가 카체이싱을 펼치는 모습은 드라마의 정체성을 보여준 것. 여기에 조도철을 택시에 태우고 무지개 운수 팀과 협업해 전자발찌를 끊는 장면은 앞으로 팀플레이를 맛보는 듯하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사회적 문제들도 눈길을 끈다. 실제 인물을 연상시키는 성범죄자 조도철, 유가족에게 발차기를 하는 경찰, 복지원에서 나와 노동 착취를 당하는 지적 장애인 등은 뉴스를 통해 접한 이야기다. 해당 사건을 봤을 때 시청자들은 답답함과 분노를 느꼈을 터. '모범택시'는 이 부분을 영리하게 건들면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극 중 캐릭터의 복수임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복수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또 그간의 히어로물과는 다르다는 점도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요소다. 대게 히어로물의 주인공은 선하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고, 때론 너무 선한 탓에 악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것이 시청자들의 탄식을 자아내는 지점이다.

그러나 '모범택시'는 다크 히어로물이다. 주인공 김도기는 선하지만 악을 단죄할 때는 마냥 선하지 않다. 악에는 악으로 대갚음해 주는 것. 보복 운전을 하는 차량에게는 보복 운전으로 갚아주고, 성범죄자는 가차 없이 대부업체에 넘겨버린다. 이 과정에서 교통법을 위반하는 일도 있다. 통쾌하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때문에 김도기와 대립하는 인물은 검사 강하나(이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하나는 법을 준수하고 악을 벌하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보통의 히어로물이었으면 주인공 편에 서서 함께 악을 무찌르는 조력자쯤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범택시'는 이를 비틀었다. 강하나가 계속해서 법을 위반하는 무지개 운수의 뒤를 쫓고, 이 과정에서 대립하게 될 전망이다.

작품을 이끄는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우선 이제훈은 차가운 모습부터 오열하는 유가족의 모습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역시 이제훈이었다. 담담하고 차갑게 악을 벌하는 모습에서는 카타르시스를, 유가족이 돼 오열할 때는 먹먹함을 자아냈다. 영리한 완급 조절이다. 여기에 카체이싱, 맨몸 액션 등 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제훈의 무르익은 연기가 작품의 중심을 잡을 예정이다.

이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부터 김의정, 표예진, 장혁진, 배유람 등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합도 좋다. 표예진은 논란으로 하차한 이나은 대신 투입돼 일각에서는 연기 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우려에 불과했다. 표예진은 능숙하게 캐릭터에 녹아들어 무지개 운수 팀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표예진이 아닌 안고은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모범택시'는 첫 발을 순조롭게 뗐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 여기에 익숙한 사회 사건을 배치해 밸런스를 맞췄다. 앞으로 '모범택시'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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