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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아닌 배우' 진지희, 성장에서 온 여유 [인터뷰]
작성 : 2021년 04월 10일(토) 07:00

펜트하우스2 진지희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아역으로 데뷔해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 배우 진지희가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같은 캐릭터지만 전혀 다른 결이다. 깊이 있고 진한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만하다.

2003년 드라마 '노란 손수건'으로 데뷔한 진지희는 '연애시대' '자명고' '지붕 뚫고 하이킥' '인수대비' '해를 품은 달' '불의 여신 정이' '선암여고 탐정단' '백희가 돌아왔다' 영화 '고령화 가족' '사도' '국가대표2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그가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에 출연해 안방극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펜트하우스2'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에서 벌이는 서스펜스 복수극.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다. 진지희는 극 중 청아예고 유아독존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유제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제니는 '펜트하우스1'에서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가 시즌2로 넘어오면서 피해자가 되는 인물이다. 감정의 폭은 물론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진지희의 성장한 모습이 보였다는 평이다.

우선 진지희는 외적인 변화로 헤어스타일과 목소리 톤을 꼽았다. 그는 "대본 봤을 때 제니가 많이 성장한 걸 느꼈다. 뒤에서 배로나(김현수)를 계속 도와줄 만큼, 제니에게도 친구들이 필요했을 텐데 그럼에도 도와줄 만큼 생각이 생겼구나 싶었다. 그래서 성숙해 보일 수 있도록 머리도 중단발로 자르고, 톤도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기에 제니가 시즌2에서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내적으로는 넓어진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진지희는 "시즌1 엔딩에서 로나를 챙겨주는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다정한 사람)' 면모가 있다. 그 연장선으로 시즌2에서도 로나를 도와주다가 도리어 왕따를 당했다. 통통 튀고 발랄했던 제니가 수차례 고난을 겪으며 성숙해지더라. 가장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그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시즌2에서는 감정적인 소모가 굉장히 큰 신들이 많았다. 감정을 전달하는 걸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2 진지희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즌2에서 유제니의 감정이 폭발한 신은 아무래도 엄마 강마리(신은경)에게 자신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임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진지희 역시 해당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잘 소화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 장면에는 제니의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로나를 도와준 것부터 시작해서 주석경(한지현)과 하은별(최예빈)의 협박에 다시 로나를 괴롭혔고 그 안에서 고뇌가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마음과 내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충돌하고 부딪히면서 결국 마지막에 터진 거다. 그게 사람들 앞에서 용기 내 왕따를 당한다는 걸 고백하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 장면을 찍는 날은 감정을 다 소비할 정도였다. 계속 울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이렇게 모든 감정을 다 끄집어 낼 수 있었던 건 신은경 선배님 덕이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감정이 터지더라. 선배님이 그런 눈빛을 하고 그런 말로 대사를 하니 감정이 안 나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도 이 신을 보고 많이 우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학교 폭력 관련한 상황들은 요즘 현실 사회와 맞닿아 있다. 최근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 폭로가 연예계까지 번지는 등 곳곳에서 학교 폭력의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진지희는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심각한 사항이고 예민한 부분인지라 우리도 학교 폭력의 단적인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모든 배우들은 물론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제니에 더 집중했다. 제니라면 어떤 감정일까. 제니라면 어떻게 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제니의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자 했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뀐 제니의 모습이 속 시원하다는 분도 있고, 제니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제니가 피해자가 되면서 로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데 그 부분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2 진지희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순옥 작가의 대본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진지희 역시 시즌2 대본을 받기 전 예측했던 게 다 틀렸다고. 진지희는 "시즌2 때 엄마가 세신사인 걸 알면 제니와 사이가 안 좋을 거라고 예측했다. 엄마에게 배신감이 들어서 뭐라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정반대로 가더라.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딸이 됐다"고 전했다.

때문에 시즌3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진지희는 유제니가 배로나와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진지희는 "희망사항인데 다시 로나와 잘 됐으면 좋겠다. 시즌2 마지막에서 제니가 로나를 싫어한다. 그런데 난 이게 로나를 너무 좋아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감옥에 간 것에 대한 원망이다. 그런데 이 원망이 너무 좋아서 생긴 거다. 제니가 이걸 이해한다면 로나와 다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예쁜 대학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시즌3에서는 유제니의 아버지인 유동필 역에 박호산이 등장한다. 유제니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부는 것. 진지희 역시 아버지가 생긴 점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그는 "내게도 드디어 아빠가 생겼다. 항상 엄마만 찾았는데, 이제는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게 됐다. 제니는 외동딸이지 않냐. 그러다 보니 정말 사랑을 많이 받은 캐릭터다. 다만 걱정되는 건 제니가 너무 사랑을 받아서 아빠한테 다 해결해 달라고 할까 봐다. 그냥 엄마가 빨리 감옥에서 나와 세 명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2 진지희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긴 호흡의 드라마를 통해 배운 점도 많다고. 특히 '펜트하우스'는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돼 더욱 의미가 깊다는 설명이다. 진지희는 "'펜트하우스'를 통해 진지희가 이런 연기도 되고 저런 연기도 된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시즌3라는 장기전이라서 가능한 일"이라며 "선배님들을 통해서는 현장에서의 센스, 호흡, 상대방과의 소통, 깊이 등을 배웠다. 또 또래 동료들에게는 자극을 많이 받았다. 또래 배우들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표현을 많이 한다. 그렇게 함께 호흡하니 좋은 제니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 가족이 된 것 같다. 오랜만에 가도 항상 있는 것 같다. 시즌2 마지막 촬영장에서는 '어차피 우리 시즌3에서 또 볼 거잖아'라는 안도감이 있었다. 그래서 시즌3 마지막 날이 벌써 걱정되기도 한다. 이제 정말 못 보는 거니까. 섭섭함이 클 것 같다"며 "긴 호흡의 작품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되고 시즌 별로 변화해 가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야 됐다. 이런 매력이 크다. 1년 반 정도를 제니로 살면서 내 안에 두 가지 모습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인간 진지희도 함께 성장했다. 진지희는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빨리 진행하고 얼른 해야 됐는데, 이제는 살짝 여유가 생겼다. 각자의 속도가 있는 거고, 나는 내가 하는 거에 있어서 행복하면 된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 성숙해졌다는 걸 느낀다.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하는 게 많아지고, 마음에 와닿는 것도 달라지는 것 같다. 이게 연기로 연결돼 표현 방식도 달라진다. 인간적으로나 연기적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진지희는 대중들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다. 내 연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받고, 에너지도 받고, 또 힐링 되셨으면 한다"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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