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시작은 그럴 듯했으나 끝은 흐지부지했다. 거대 제작비,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시지프스'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극본 이제인·연출 진혁, 이하 '시지프스')는 우리의 세상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공학자와 그를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온 구원자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다.
첫 방송 전부터 '시지프스'를 꾸미는 수식어는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JTBC는 '10주년 특별기획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대대적으로 드라마를 홍보했다. 제작비 역시 200억 원대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고, 그간 안방극장에서 보기 힘든 SF(공상과학)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탄탄한 출연 라인업까지 더해졌다. 주연으로는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 신드롬을 일으켰던 배우 조승우와 드라마 '상속자들' '피노키오' '닥터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에서 활약했던 박신혜가 발탁됐다. 성동일, 김병철 등 연기력을 입증받은 배우들도 대거 합류했다.
그러나 기대 속 베일을 벗은 '시지프스'의 시작은 다소 아쉬웠다. 5.6%(닐슨코리아, 이하 유료가구기준)라는 첫방 시청률로 시작한 '시지프스'는 2회, 6.7%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그렸다. 그러다 지난 8일 방송된 최종회는 4.4%를 기록했다. 첫방보다 1.2%P 하락한 수치다.
수백억 대 제작비, 화려한 장르 및 배우 라인업을 내세웠던 '시지프스'는 좋은 여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연출은 어색했고, 전개와 흐름은 갈피를 잃으며 용두사미의 길을 걸었다.
가장 먼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연출이 아쉬움을 모았다. 2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됐다지만 CG는 어딘가 엉성하고 부족했다. 미래와 과거가 이어진다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그려지지만 두 시공간을 오가는 타임워프 장면은 확인할 수 없었다. 미래에 있던 인물들이 덩그라니 현재로 떨어진 모습만이 전부였다. 불꽃에 뒤덮인 대한민국의 종말을 표현한 장면 역시 그저 붉기만 했다. SF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화려한 CG다. 그러나 '시지프스'에서는 화려함을 좇기 바쁜 연출만이 담겼다.
액션 장면에서도 중요한 알맹이는 쏙 빠졌다. 단속 기관에 쫓기는 한태술(조승우), 강서해(박신혜)에게 돋보이는 건 스피드뿐이었다. 기관 요원들과 몸을 부딪쳐 맞서는 두 주인공의 액션신을 찾기란 힘들었다.
SF물을 겨냥한 '시지프스'는 생소한 소재가 가득했다. 미래에서 현재로 가는 업로더,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다운로더, 현재로 넘어오는 밀입국자의 소지품 슈트케이스, 밀입국자를 단속하는 단속국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를 설명하는 과정이 너무나 길었다. 방송 초반 슈트 케이스를 가지고 업로드를 탄 후, 현재로 떨어진 밀입국자 강서해는 "단속국에 쫓긴다"는 설명만 전한다. 그의 정체, 현재로 떨어진 이유 등 모든 설명은 작품 중후반에 접어들어서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야기의 큰 주축이 되는 핵전쟁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시그마(김병철)가 업로드를 만들고 핵전쟁을 일으킨 이유는 16부작 '시지프스'의 14회에서 공개된다. 그 전까지 시그마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힌트는 없다. 신선한 소재와 설정들은 지지부진한 전개들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고정층을 겨냥한 큰그림이었을지라도, 기존 시청자들은 이미 엉성한 연출에 등을 돌려버렸다. 이러한 상황 속 '시지프스'의 낯선 소재와 설정들은 독이 됐다. 어려운 용어와 배려 없는 전개들은 새로운 시청자 유입까지 막았다.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흐름은 더욱 시청자들을 외면하게 했다. '시지프스'의 주된 줄거리는 시공간을 오가며 대한민국에 일어났던 핵전쟁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태술, 강서해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위험한 길을 거슬러온 구원자의 여정이 아닌, 사랑하는 여성을 지키기 위한 남성만이 돋보였다. SF물을 겨냥했던 '시지프스'가 그려낸 아쉬운 로맨스다.
이처럼 '시지프스'는 10주년 특별기획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했지만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모으며 초라한 결말을 맞았다. JTBC 대작을 꿈꿨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남게 된 '시지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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