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비했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이야기다.
오타니는 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021 메이저리그 홈경기에 선발투수 겸 2번 타자로 나섰다.
이날 오타니는 빅리그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903년 9월 8일 잭 던리비(당시 세인트루이스) 이후 118년 만에 '이도류' 출장이라는 진기록을 새웠다.
당시 던리비는 선발 겸 2번으로 출장했는데 마운드에서는 12피안타 7실점,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고전했다.
그러나 오타니의 시작은 던리비와 달랐다. 1회 100마일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92마일 스플리터 등을 던지며 화이트삭스 타선을 압도했다.
1회초 선두 팀 앤더슨을 2루수 땅볼, 애덤 이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오타니는 호세 아브레유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던졌다. 다음 몬카다를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다.
오타니는 곧바로 이어진 1회말 1사 후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서 화이트삭스의 선발투수 다일런 시즈의 초구를 공략해 중간 담장 넘어가는 솔로포를 뽑아냈다. 이는 오타니의 시즌 2호 홈런이자 빅리그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쓴 순간이었다.
오타니는 이후 타석에서는 범타에 그쳤지만, 선발로는 4회까지 순항을 이어갔다.
그러나 악몽은 5회에 시작됐다. 2사 1루에서 이튼과 아브레유에게 연속 볼넷을 던져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요안 몬카타를 상대로 폭투를 던져 1실점했고, 몬카타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치는 듯했으나 포수 맥스 스태시가 공을 놓쳐 3루주자 이튼이 홈을 밟았고, 악송구까지 터지며 2루주자 아브레유마저 홈으로 파고들어 3-3 동점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오타니는 부상까지 입었다. 홈으로 백업을 들어온 오타니는 1루수 자레드 월시의 송구를 잡으려고 점프했다가 슬라이딩 해 들어오는 아브레유와 충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상황은 세이프. 고통을 호소하며 누운 오타니는 결국 스티브 시섹과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