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새 드라마 '설강화'가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 의혹이란 거대 암초를 만났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JTBC 새 드라마 '설강화'(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의 시놉시스가 공개됐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여대생 영초(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다.
시놉시스에 따르면 수호는 지옥 같은 훈련에서 살아남은 남파 간첩이다. 대쪽같은 성격의 국가 안전기획부(안기부) 1팀장 이강무(장승조)도 등장한다. 간첩과 안기부 팀장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역사 왜곡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화 운동이 발발한 시기를 다루는 '설강화'에서 간첩, 안기부가 미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
또한 여대생 영초라는 인물의 등장도 우려를 더했다. 영초는 민주화운동가 천영초를 떠오르게 한다. 천영초는 민주화 항쟁 당시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던 실존 인물이다. '설강화'가 로맨스 장르인 만큼 간첩과 운동가, 또는 안기부 팀장과 운동가의 사랑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 왜곡 의혹이 불거지자 '설강화' 측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설강화'는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 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들의 멜로드라마기도 하다"며 "미완성 시놉시스의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남파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은 '설강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를뿐더러 제작 의도와도 전혀 무관하다"며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설강화 국민청원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설강화'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JTBC의 드라마 '설강화'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라는 청원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설강화'는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다"며 "그 외에도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지 않은 안기부의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근간을 모욕하고 먹칠하는 이 드라마의 촬영을 전부 중지시키고, 지금까지 촬영한 분량들 또한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29일 오후 3시 기준 12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방송 전부터 켜진 적신호에 한 협찬사는 손절을 선언했다. 한 가구 업체는 "협찬 담당 기획사로부터 협찬 요청 당시 해당 드라마 대본에 대한 자세한 사전 고지를 받은 바 없다"며 "'설강화' 측에 가구 협찬 관련 사항을 삭제 요청했고, 홈페이지에 기재된 협찬 드라마 목록에서 삭제할 것이며, 사전 제작으로 이뤄진 드라마이기에 100퍼센트 제품 철회는 불가능하다 해 최소한의 노출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연출 신경수)가 폐지됐다. 시청자의 비난 속 드라마계에서 퇴출을 당했던 선례가 있는 만큼 작품 속 이와 같은 논란은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과연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 의혹에 휘말린 '설강화'가 오명을 풀고 떳떳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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