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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연우진, 멈춤의 미학을 깨닫다 [인터뷰]
작성 : 2021년 03월 26일(금) 17:00

연우진 / 사진=앳나인필름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앞만 보고 질주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다. 목표를 향해 달려오기만 했던 배우 연우진에게 '아무도 없는 곳'은 멈춤의 미학을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잠시 자리에서 멈춰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연우진이다.

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제작 볼미디어)를 통해 김종관 감독과 다시 만났다. 지난 2016년 '더 테이블'에서 김종관 감독과 호흡했던 연우진은 "감독님의 작품은 글로 봤을 때와 영화적으로 완성됐을 때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 사실 이 작품을 하기 전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한테 뭔가를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오히려 작품이라는 선물을 받아 빚이 늘어난 느낌"이라며 김종관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다. 극중 연우진이 맡은 창석 역은 맡아 미영(아이유), 유진(윤혜리), 성하(김성호), 주은(이주영)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창석이라는 인물은 '아무도 없는 곳'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서 있다. 연우진은 그런 창석에 대해 "창석과 대화하는 분들이 영화적인 색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저는 도화지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다가갔다"며 "창석의 소설 속에서 네 명의 소설이 있는 느낌이었다. 소설을 빛내주는 그림자 같은 역할로 나오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연우진 / 사진=앳나인필름 제공


연우진은 자신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창석 역에 빠져들어 연기에 임했다. 그는 "창석이 가진 고민과는 다르지만 뭔가를 창조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하는 것이 비슷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창석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것 같았다"고 전한 그는 "저는 고민을 혼자 하고 스스로 감내하는 편인데 저도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부분들이 공감이 됐다"고 덧붙였다. 창석을 통해 인생의 해답을 찾기도 한 연우진이다.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적으로 고민을 하지만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정답이 아닐 때가 많다. 그래도 책임감 있게 노력을 했다는 게 중요한 거 같다"며 "오히려 경계선에서 서 선을 짓지 않고 답을 짓지 않으니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도 없는 곳'은 함께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에피소드의 주축을 담당한 아이유, 윤혜리, 김성호, 이주영은 시간, 상실, 죽음 등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연우진은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성하(김상호)의 사연에 가장 공감했다. 그는 "현장에서 김상호 선배의 눈을 보고 있으니 감정이 복받쳤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 시간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건강에 대한 소중함, 건강했을 때의 그리움, 추억 등을 상기시키게 됐다"며 "제 나이 때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라 감정을 많이 억눌렀다. 영화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아이유, 윤혜리, 이주영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연우진은 미영을 연기한 아이유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처음 만나자마자 미영으로 다가와서 너무 놀랐다. 그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부순 첫인상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에게서 풍기는 내재적인 힘,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연기 호흡은 처음이었는데 원 펀치를 맞은 느낌에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혜리에 대해서는 "제가 '더 테이블' 때 했던 고민이 있는데 윤혜리도 같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배와 리딩을 안 해 본 입장에서 현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다 쏟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윤혜리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 오해를 깨부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주영에 대해서 "이주영과 리딩을 제일 많이 했다. 리딩에서 오는 익숙함이 있을 수 있는데 현장에서는 리딩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가장 현장의 공기가 잘 담겼다"고 칭찬했다.

연우진 / 사진=앳나인필름 제공


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을 통해 비워내는 과정을 배웠다. 그는 "연기자로서 지내다 보니 바쁘게 지내왔다.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만 가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고개를 돌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관 감독님은 순간을 멈추는 힘이 있다. 시간과 공간을 멈추고 응시하는 묘한 기분이 든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가까운 곳을 챙기게 되고 본질을 챙기게 되고, 다른 것들을 잊고 지금의 이 순간에 멈춰 서서 생각을 한다"며 "생각의 변화, 변곡점을 맞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꿈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던 연우진은 자리에 멈추는 여유를 갖게 됐다. 그는 "처음 이 일을 하게 됐을 땐 잘해야지, 돈도 많이 벌어야지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때는 막연하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니까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목적과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주춤하게 되면서 무엇을 위해 하게 됐는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간들이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우진에게 '아무도 없는 곳'은 여유를 가지고 삶에 대한 물음표를 갖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연우지는 "창석의 이야기들이 내 삶을 만져준 것 같다"며 "'아무도 없는 곳'은 지금 제가 느끼고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물음을 던져 주는 영화"였다며 애정을 표했다.

연우진 / 사진=앳나인필름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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