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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만 폐지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드라마의 최후 [ST이슈]
작성 : 2021년 03월 26일(금) 16:27

조선구마사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조선구마사'가 결국 2회 만에 폐지됐다. 그야말로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초의 사태다.

26일 SBS는 공식입장을 통해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의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구마사'의 제작을 맡은 제작사도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며 제작 및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조선구마사'에 불거진 문제와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공감했고,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롯데컬처웍스는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며 조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황의 심각성을 십분 공감하며, 작품에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분들과 관계자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 '조선구마사' 해외 판권 건에 대해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선구마사 / 사진=SBS


앞서 22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연출 신경수)에서는 태종(감우성)이 악령에 씌여 백성을 학살하고 중국 소품으로 가득 찬 기생집이 등장해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뿐만 아니라 충녕대군(장동윤)이 조상인 목조가 기생에 빠져 도망 갔다고 하고, 최영을 비하하는 등 도 넘은 역사 왜곡으로 시청자들의 자탄을 받았다.

이는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우기는 일명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 서경덕 교수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준 셈"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 누리꾼들은 이미 '조선구마사' 방송 장면 속 이미지를 차용해 한국을 '도둑 국가'라고 표하고 있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는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폭주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한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20만 동의를 얻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조선구마사' 제작지원 및 광고 편성 기업들은 '손절'했다. 광고주들은 서둘러 광고 철회 사실을 알렸고, 문경시와 나주시 등 지자체도 발을 뺐다.

'조선구마사'는 첫 방송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폐지가 결정됐다. 일련의 상황들이 짧은 시간에 이뤄진 셈이다.

사실 '조선구마사'의 현 상황은 이미 예견된 것과 마찬가지다. '조선구마사'의 역사 자문을 맡은 이규철 박사는 해당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몇 안 되는 전공 역사학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원칙대로 자문했다. 현재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고, 그 외 다른 부분도 다양하게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박사의 입장은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조선구마사'의 안일함이었는지 무지였는지, 혹은 이면의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사극과 고증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마련됐다. 현재 방송을 앞두고 있는 사극, 시대극 등은 긴장을 하고 검수에 나서야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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