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서구적인 외모에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소유한 배우 전수경이 화려함을 벗고 남편의 불륜에도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는 지고지순한 이시은 역을 소화했다. 중년의 나이에 또 다른 이미지로 완벽 변신, 화려한 주연으로 거듭난 전수경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전수경은 지난 14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극본 phoebe·연출 유정준) 인터뷰를 진행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잘 나가는 30대, 40대, 50대 매력적인 세 명의 여주인공에게 닥친 상상도 못 했던 불행에 관한 이야기로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다. 전수경은 라디오 방송의 메인작가이자 박해륜(전노민)의 아내 이시은 역을 맡아 열연했다.
30대, 40대, 50대 등 다양한 연령대가 공감할만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결사곡', 전수경은 주인공 이시은 역으로 외도를 하는 남편에게 버려진 아내 역으로로 많은 여성들의 동정과 사랑을 한꺼번에 받았다. 이에 전수경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서 드라마를 하기 시작한 지는 어느새 13년이 되어간다. 첫 주연 작품이었고 소중한 기회였는데 참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응원을 받은 것 같다 감사할 뿐"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전수경은 남편 박해륜의 외도에도 가정을 지키고자 수동적인 자세로 모든 것을 안고 인내하는 이시은 역, 동정을 유발하는 지고지순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큰 키에 서구적인 외모의 소유자인 그는 평소 이미지와 달리 맨 얼굴에 수수한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했다. 평소와 다른 이미지의 역할, 그리고 중년의 나이에 맡은 첫 주연이었던 만큼 전수경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제가 배우 데뷔를 했던 시절만 해도 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다. 제가 유독 키가 크기도 했고 여성스러운 역을 맡기엔 그런 이미직 아니었다. 저를 캐스팅하는 분들 입장에선 저의 서구적인 모습과 리더쉽이 강해보이는 모습들을 보고 싶어했다"며 "그러다보니까 사실 제 실제 성격보다는 늘 강렬했고 더욱 거칠어야했던 것 같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그런 모습들이 발전했고 그런 모습들을 표현하다보니 제 이미지는 그런 강한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소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시대도 많이 변했고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제 어떤 모습을 보고 이시은 역을 주신 지 모르겠지만 선택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며 "제가 실제로는 보기와 다르게 소녀소녀 하고 수수한 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좀처럼 자신에게 이시은 역과 같은 배역이 오지 않는 만큼 자신을 믿고 캐스팅 해준 임성한 작가와 감독을 위해 전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했다고 알렸다.
그는 "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늘 핸드폰으로 나를 찍어서 연기하고 반복해서 봤다"며 "그렇게 해서 시은이와 가장 어울리고 잘 맞는 말투와 몸짓들을 찾아갔다. 그런 과정이 연기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평소 화려했던 모습을 벗고 과감하게 노메이크 사실 업도 불사했다고 알렸다. 그는 "시은 역은 제가 맡았던 평소 이미지와도 정말 달랐기 때문에 파격적이게 다가가고 싶었다. 여배우로서 화장기 없는 얼굴로 화면에 나온다는 게 사실은 정말 부담스러웠다"며 "제가 제 얼굴이지만 꼴 보기가 싫을 때가 있었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어 그는 "근데 제 남편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화장기 없는 얼굴도 예뻐해 줬고. 또 나이가 들다 보니까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 꼭 예쁜 얼굴이 아니더라도 나이 듦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윤여정 선배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존경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도 제 나이 든 얼굴이 좋아지더라, 그늘지고 처진 모습들이 역할을 좀 더 실감 나게 하는 면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해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감정 소모가 많았던 배역이었던 만큼 꽤 긴 호흡으로 이시은 역을 분한 전수경은 확실히 힘든 부분들도 많았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여러 상황들이 늘 몰아쳤다가 평온해졌다고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니까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다. 차 안에서 스타일리스트랑 연기를 맞춰볼 때도 워낙 해륜한테 아픈 말들을 들을 때가 많아서 같이 운 적도 많았다. 또 촬영을 할 때만 이시은 역으로 있는 게 아니라 그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평소에도 몰입하고 있어서 조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세심한 노력과 몰입이 있어서인지 전수경은 배우로서 첫 주연도, 첫 이미지 변신도 완벽하게 해냈다. 데뷔한 지 33년 차인 전수경은 "드라마 중에서 인생 캐릭터 터였음은 확실한 것 같다"며 "제 배우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희열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배우로서 한 발자국 나아간 전수경은 중년의 나이에도 남다른 포부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저는 어려서부터 꿈꾸던 제 모습이 영화제 무대에 올라보는 거였다. 윤여정 선배님처럼 17년 뒤에 영화제에 올라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다른 또래 배우들보다 늦을 수도 있지만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어서 그런 날이 오게끔 하겠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혀 더욱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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