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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대중문화 경제손실로…제작사들 "아이돌 주의령" [ST취재기획]
작성 : 2021년 03월 19일(금) 00:47

달이뜨는강, 디어엠 /사진=KBS2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상반기 연예계는 학폭 논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는 연예인들의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논란은 단순히 피해자들과 연예인 당사자들만의 논쟁이 아니다. 해당 여파는 개인과 개인의 손해를 넘어 연예계 전반에 걸쳐 소속사, 제작사, 방송사의 손해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배우들의 학폭 논란으로 흔들린 방송계

최근 학폭 논란으로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된 건 단연 KBS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달이 뜨는 강' '디어엠'의 주연 배우 지수와 박혜수가 나란히 같은 시기 학폭 가해자라는 의혹이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달이 뜨는 강'은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스토리로 첫 방송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가뭄과 같았던 KBS 드라마 업계도 오랜만에 대작의 등장이라는 기대가 모이며 다시 빛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6회 차까지 방송이 전파를 탄 상황 극 중 온달로 등장하는 주연 배우 지수의 학폭 의혹이 제기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수가 중학교 시절 일진으로 군림하며 폭행, 언어폭력, 물품 갈취 등의 학폭을 저질렀다는 글이 확산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한 둘이 아니었으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소속사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며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입장들을 제보받고 이를 취합해서 배우에게 확인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달이 뜨는 강'에 출연을 하고 있던 상황, 논란을 접한 이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하차 요구를 하기 시작했고 소속사 측의 대응에도 큰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지수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학폭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시했고 '달이 뜨는 강' 측은 지수의 하차를 결정하며 논란을 수습했다.

하지만 '달이 뜨는 강' 제작사 측과 방송사 측의 문제는 심각했다.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새로운 주연 배우를 내세워야 했고 이미 95% 촬영이 끝난 '달이 뜨는 강'은 재촬영에 돌입해야 했다. 많은 분량을 재촬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작사 측의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도 해당 작품 배우 일부가 돈을 받지 않고 재촬영에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피해는 불가피했다.

이에 대해 '달이 뜨는 강' 관계자 측은 지수 학폭 논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당시 상황이 정말 심각했다. 논란이 막 터졌을 때는 300여 통의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근데 다른 관계자들도 '회의 중'이라고 대책을 논의하는 상황이라 3, 4일은 그렇게 정신없이 버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18부까지 찍어 놓은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온달이 나오는 부분만 재촬영을 하면 됐지만 그래도 재촬영인 만큼 힘든 상황이긴 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장면을 끌어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작가님이 그런 부분들은 다시 대본을 쓰셔야 했다"고 덧붙여 심각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 '피해액 추산 불가능 할 정도"

더군다나 '달이 뜨는 강' 회당 제작비는 10억 원, 총 200억 원이 투입된 된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14회를 다시 찍어야 하는 만큼 제작비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피해 금액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출연 배우들이 회당 돈을 받고 있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 배우들의 회차 정리도 다 안 된 상황이다. 그 부분이 논의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알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달이 뜨는 강' 측은 주연 배우를 교체하는 과감한 선택으로 논란을 빨리 수습했고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수습은 정말 감독님의 힘이 컸다. 현장 분위기도 좋아졌고 스태프들도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알렸다. 그는 "모두가 윤상호 감독님을 무한 신뢰한다.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도 감독님이 의연한 태도를 보이셔서 빨리 수습이 됐던 게 아닐까 싶다. 당시 감독님이 '나는 괜찮다. 다시 하면 되니까'라고 말씀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님도 상황을 긍정적이게 생각하려고 하시는 것 같다. 재촬영에 돌입하는 만큼 더욱 풍성하게 신경을 써서 대본을 만들게 되는 점도 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나인우 씨도 주변 배우분들이 정말 많이 챙긴다"며 "앞으로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알렸다.

이처럼 '달이 뜨는 강' 측은 논란을 빨리 수습해 그나마의 피해를 줄였지만 지난달 26일 첫 방송을 앞뒀던 '디어엠' 측은 여전히 상황이 정리되지 않고 오리무중이다.

지난달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박혜수로부터 중학교 시절 학폭을 당했다는 피해자 A 씨가 등장했다. 그는 박혜수가 금전 갈취 및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래방 폭행 사건' 등 구체적인 폭로를 이어갔고 이는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소속사 산타클로스 스튜디오 측은 논란에 대해 곧바로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냈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폭로를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소속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기도 하며 여론을 사로잡았다.

소속사 측도 박혜수를 옹호하며 고소를 진행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로 사건은 수사로 넘어가게 됐고 여전히 진실공방 중이다. 이에 '디어 엠' 측은 박혜수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있었던 만큼 24일 결국 첫 방을 연기했다. 이후 '디어 엠'의 편성은 표류 중이다.

벌써 논란이 있고 한 달 여 시간이 흐른 지난 17일 조현아 CP 측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디어 엠'의 편성은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해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고 해당 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객관적인 정황으로 밝혀지기까지 지켜보기로 했다"며 "결과에 따라 편성 및 재촬영 등을 포함한 제반 사항에 대한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실공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디어 엠' 측은 사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크 피해가 막심한 듯 보인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 역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디어엠'은 이미 모든 촬영을 끝냈기 때문에 주요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의 스케줄을 고려한다면 제작비가 2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디어엠' 역시도 '달이 뜨는 강'과 마찬가지, 막심한 피해는 추산 불가하다.

4월 첫 방송되는 KBS2 예능프로그램 '컴백홈'의 경우도 조병규의 학폭 논란에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컴백홈'은 다행히도 사전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던 상황 논란이 생겼기에 큰 피해는 막은 듯싶었다. 관계자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로 "저희가 사실 조병규 씨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 수사가 진행이 되고 누가 피해자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고 할 말은 없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지수, 박혜수 / 사진=DB


◆비상 걸린 제작사 "대중문화예술 산업구조상 또 다른 피해" 고민

1차원 적으로 보았을 때 학폭 논란에 떠오르는 건 연예인 당사자와 피해자 다. 하지만 이 피해는 고스란히 복잡한 구조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대중문화 예술 산업에 큰 피해로 전해졌다. 제작사 측은 지뢰같이 터져버린 '학폭' 논란에 당황스러운 입장이었다.

한국드라마협회 측은 스포츠투데이에 최근 음주운전 문제로 하차를 했던 배우 배성우를 언급하며 "사실 배우 개인이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본인 과실 문제를 일으키는 건 손해배상도 법적으로 쉽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근데 청소년 시절 학교 폭력 문제는 과거에 발생한 일들이고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과거의 과실에 대한 내용들이 계약서 조항에도 세부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며 "예측 가능한 일들이 아니었기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소속사에 배상을 청구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이 뜨는 강' 지수 배우처럼 인정을 하는 게 아니라면 법적 판정을 받아야 맞지만 사실 출연 계약은 배우를 넘어 소속사와 이뤄지기 때문에 그 과정이 복잡하다"고 난감한 상황을 알렸다. 또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연예인에게 있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소요된 엄청난 비용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는 기업과 업체들에게 막대한 손실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드라마제작협회 관계자 측은 논란의 대비책과 대응책에도 깊은 고민을 보였다. 그는 "사실 일차적으로 제작사 측에서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소속사들이 소속 연기자와 계약을 할 때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게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고 알렸다.

이어 "사실 불특정 다수들을 상대로 배역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학폭'과 과거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런 걸 할 수가 없다"며 심난한 입장을 토로했다. 또 방송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터지니까 앞으로 어떻게 캐스팅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마 최대한 할 수 있는 노력이 문제의 소지가 보일만한 사항들에 대해 디테일하게 계약적으로 조항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사태들은 결국 제작사 측으로 돌아오고 아무리 손해 배상 금액으로 해결을 하려 해도 금전적 보상으로 끝날 문제들이 아니다. 사실 막막하기도 하다"고 알렸다.

◆ 연령대가 낮은 아이돌, '학폭' 사태로 재정비

배우들도 배우들이지만 사실 연령대가 낮은 아이돌들이 '학폭' 논란 구설에 오르기엔 가장 가까운 환경이다. 실제 (여자)아이들 수진, 세븐틴 민규, TOO 차웅기, 스트레이 키즈 현진 등 수많은 아이돌들 역시 상반기 학폭 논란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에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가요업계도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알렸다. 그는 "저희 회사에도 젊은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많다. 이번 학폭 논란이 뜨거운 이슈가 된 만큼 저희도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사실 학폭을 대처하기가 쉽지는 않다. 아티스트들이 어린 만큼 학창 시절 기록부를 검토하고 아티스트들과의 면담을 하며 관리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학폭 논란이 일어나면 활동 등 막대한 피해가 오기 때문에 계약 조항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토록 상반기 연예계, 더 나아가 대중문화예술 전반을 덮친 학폭 논란에 연예계는 긴장 상태다. 앞으로 더 나아진 환경과 관계 속에서 문화예술업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바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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