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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출연료 3억원 시대" …스타 몸 값을 바라보는 두 시선 [ST취재기획]
작성 : 2021년 03월 24일(수) 11:00

사진=프리픽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회당 출연료 2억 원(+@)을 받던 탑배우 A씨는 드라마 한 편으로 소위 '대박'을 치며 한류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해 OTT 시장에 진출한 그의 몸 값은 회당 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 시작으로 A씨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톱스타들의 몸 값도 덩달아 높아진 모양새다.

천정부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 배우들의 출연료를 바라보는 제작사들의 시선은 어떨까.

출연료는 제작비에 영향을 주고, 제작 규모는 출연료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 구조를 보인다. 한 제작사 관계자 A씨는 스포츠투데이에 "제작 규모가 큰 작품, 즉 대작일수록 출연료는 올라간다. 또 출연료가 올라가면 표제비(표준제작비)가 같이 올라간다. 쌍방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 해당 사진과 관련 없음


◆ 긍정적 시선 - "출연료와 제작비는 비례, 그래야 해외 판권비 오른다"

그렇다면 배우들의 출연료 상승은 드라마 제작에 마냥 악영향만 끼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의 등장과 폭발적인 성장이 드라마 판권 수출 환경을 바꾼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가 수익을 얻는 방식은 판매 비용, OTT 판매, 해외 판권 등 여러 가지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들면 이를 방송사에 파는 편성 비용, OTT가 사 가는 판매 비용, 그리고 해외 판권이 주요 수입원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해외 판권이다. 해외에서 드라마를 사 가는 비용이 가장 크고, 이를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는 한류스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OTT가 해외 판매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어 OTT 판매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편성 판매와 OTT 판매 금액을 정하는 기준은 제작비의 퍼센티지다. 제작비가 적을 경우 판매 비용이 적고, 제작비가 높으면 판매 비용도 높아진다.

A씨는 "편성과 OTT 측은 총 제작비의 퍼센트를 주고 사 간다. 제작비 안에서 배우들의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다만 제작비가 많이 들면 포괄적으로 판매 비용도 상승한다"며 "높은 출연료의 배우를 쓰면 제작비가 오르고 제작비가 오르면 판매 비용도 오른다. 함께 상승하기에 배우 출연료를 마냥 나쁘게만은 보지 않는다. 500원 들여서 만든 건 300원에 판매할 수 있고, 1000원 들여서 만든 건 700원에 파는 셈"이라고 전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제이웍스가 발표한 '국내 OTT 앱 시장 분석'에 따르면 지난 2월 넷플릭스의 월 사용자수는 1001만3283명으로 2019년 1월 470만4524명 대비 113% 증가했다. 토종 OTT 플랫폼인 웨이브가 395만8950명, 티빙이 264만9590명, U+모바일TV가 212만6608명, 시즌이 168만3471명, 왓챠가 138만4303명 수준이다. 중복되는 시청자들을 제외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OTT의 규모가 커질수록 제작사에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 커지는 것. 특히 2016년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중국 내에서 한국이 제작한 콘텐츠 또는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이 적용된 이후 해외 수출이 어려운 요즘, OTT가 그 역할을 함께 하면서 제작비 충당에 숨통이 트였다는 설명이다. A씨는 "해외 판매 중 요즘 가장 크게 사 가는 곳이 넷플릭스다. 또 디즈니플러스도 한국 상륙을 앞두고 있지 않냐. 형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A씨는 "배우들의 출연료 증가는 제작비 상승 요인 중 하나다. 그런데 직장인들 몸값 높아지는 것과 똑같은 것 같다. 자본시장의 논리로 보면 된다. 직장인들도 이직하면서 연봉이 오르지 않냐. 배우들도 마찬가지"라며 "대작일수록 출연료는 높아지는데, 그렇다고 언제까지 적은 제작비의 드라마만 만들 수는 없다. 몇 백억짜리 드라마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프리픽



◆ 부정적 시선 - "부르면 몸 값인 줄 아는 스타들, 감당 힘들어"

그러나 너무 높은 출연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 B씨는 "일부 수요가 많은 배우 층에서는 출연료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게 맞다. 다만 조건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로 캐스팅 무산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예산이 책정된 상황, 즉 출연료와 제작비의 상호 작용이 막힌 상황에서 배우들의 출연료가 너무 세면 부담된다고. 연예 관계자 C씨는 "어쨌든 투자를 받으려면 톱스타 캐스팅이 필요하다. 그런데 협상 과정에서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부르는 배우들이 있다. 제작비는 한정돼 있는데 예상보다 센 출연료를 부르면 앞이 캄캄하다"고 밝혔다.

예정된 예산 안에서 주연들의 출연료 파이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조연과 단역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기자노동조합원의 출연료는 2015년 평균 2812만3000원에서 2016~2019년 각각 2623만8000원, 2301만1000원, 2094만3000원, 1988만2000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10명 중 8명인 79.4%가 연소득 1000만 원 미만이었다. 1억 원을 넘는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전체적으로 지출된 출연료를 놓고 보면 1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연기자가 전체 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했고 수입 1000만 원 미만 연기자에 대한 지급분은 5%에 불과했다. 그만큼 양극화는 심각하다.

중국의 경우 배우들의 과도한 출연료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TV 배우들은 회당 출연료 상한선이 100만 위안(약 1억6500만 원)으로 제한됐고, 방영 횟수와 상관없이 한 시즌당 출연료를 총 5000만 위안(약 82억 원)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배우들의 출연료는 물론, 제작비 역시 늘어날 일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A씨는 "앞으로도 쭉쭉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한 번 오른 출연료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제작비 역시 출연료가 오르면서 오를 거다. 또 주 52시간제 시행과 예술인고용보험 등 법적인 제도와 맞물려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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