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솔비, '케이크 표절 논란'도 예술로 승화 [ST이슈]
작성 : 2021년 03월 18일(목) 11:24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아티스트 권지안(솔비)의 작품이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앞선 케이크 표절을 예술로 승화한 모양새다.
솔비의 작품 '저스트 어 케이크-엔젤(Just a Cake-Angel)'은 17일 종료된 서울옥션 'eBID 스페셜
by printbakery' 스페셜 경매에서 49회 경합 끝에 1010만 원(추정가 55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가나 아틀리에 입주 작가들이 스피커 오브제로 작업한 평면 작품 중 최고가로, 동시대에 주목받는 작가들보다 높은 낙찰가다.
지난해 12월 말 솔비는 '케이크 표절'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솔비는 자신의 SNS에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빵실에서 케이크 만드는 거에 푹 빠져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에는 케이크를 만드는 솔비 모습이 담겨 있다.
솔비는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빵실에서 케이크 만드는 거에 푹 빠져있어요. 이 케이크도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봤는데 어때요? 너무 실험적인가요?"라고 썼다.
해당 케이크는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솔비는 "아이들 클레이 놀이하는 걸 보다가 제프쿤스 play-doh 작품을 보고 영감받아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저만의 케익을 만들어봤다. 사실 이렇게 이슈가 될 지 몰랐다"며 "제가 만든 건 제가 먹고 실제 판매용은 전문 제빵사분들이 만든다. 제프쿤스 play-doh 작품의 개념처럼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저 역시도 이 자유로운 발상을 케이크로 전환해 봤다"고 설명을 전했다.
그러나 해명에도 비난은 지속됐고 결국 솔비는 해당 케이크를 먹는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 솔비가 논란이 됐던 케이크의 포장을 풀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먹었다. 영상 말미에는 검은 화면에 'Just a cake, Seoul'이라는 멘트가 담겼다.
또 솔비는 "화려해 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상처받고 미완성의 불안정한 케이크 모습은 2020년도를 겪은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획일화된 케이크를 보니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팝아트가 가진 경쾌하고 화려한 형태의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독이 감사와 축하의 순기능을 잃어버린 환영 받지 못한 나의 케이크에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기능을 잃어버린 세상처럼 2020년 마지막 날, 나도 케이크도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 그렇게 또 한 해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보니 샘이 떠올랐다. 제프쿤스는 찰흙을 보니 조각품이 떠올랐다. 난 그의 조각품을 보니 케이크가 떠올랐다. 앤디워홀의 영상을 보니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다시 케이크를 보니 2020년 많은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솔비는 이를 모티브 삼아 작품 작업에 매진한 뒤 '저스트 어 케이크(Just a Cake)' 시리즈를 발표한 것. 이후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열린 개인전 '저스트 어 케이크-피스 오브 호프(Just a Cake-Piece of Hope)'를 열고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개인전의 성공은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까지 이어졌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의 한 작품인 '엔젤'로, 가로 50cm·세로 70cm 사이즈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작업한 작품이다. 스피커 기능이 있는 캔버스에 순백색이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입체 부조 작품을 완성시켰고, 그 안에 자신의 신곡 '엔젤'을 삽입해 미술과 음악을 결합하며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경계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설명이다.
솔비는 낙찰자에게 '엔젤'의 음원 공개 여부 결정권, 즉 음원 유통에 대한 동의권을 같이 포함시켰다. 만약 낙찰자가 대중에게 공개를 원치 않는다면 '엔젤'은 미술 작품처럼 단 한 사람의 음악으로 소장되는 공격적인 실험이었다.
권지안은 케이크 표절 이슈로 겪은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과정을 비롯해 미술과 음악을 결합하는 새로운 예술 형태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소통했다. 이러한 독특하고 특별한 발상은 권지안만의 예술적 해프닝으로 거듭났다. 미완성의 불안정하고 상처받았던 케이크가 권지안의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로 인해 '승리의 케이크'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는 평이다.
솔비는 "이번 실험을 통해 대중음악이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예술의 한 장르로서의 귀한 가치를 더 느꼈으면 한다"며 "오디오 문화에서 비디오 문화로 변화하면서 대중음악의 가치는 점차 낮아지고 인스턴트식으로만 소비되는 획일화된 음악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 다양한 대중음악이 귀한 가치로 인정받길 바라며, 화려함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음악과 아티스트들도 진정한 가치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옥션 및 프린트베이커리 총괄 곽혜란 팀장은 "이번 'e-bid 스페셜 경매'는 최근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보여주듯 권지안 작가 작품이 높은 경쟁률과 낙찰가를 기록했다"고 운을 뗀 뒤, "음원 유통 공개에 대한 동의권을 미술 작품에 포함한 것은 권지안 작가가 최초다. 이 때문에 컬렉터의 관심을 더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케이크 논란으로 시련을 겪으며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며 스토리텔링을 전달했다는 자체만으로 이번 경매에서 기대를 모았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