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지금같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대중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배우 한보름, '오!삼광빌라'에서 매력적인 악역으로 주말 저녁을 꽉 채우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런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이지 않을 수 없다.
KBS2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는 다양한 사연을 안고 삼광빌라에 모여들었으나 이순정(전인화)의 집밥 냄새에 눌러 안제 된 사람들이 서로에게 정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왁자지껄 신개념 가족드라마로 한보름은 장서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해 9월 큰 관심 속 시작된 '오! 삼광빌라'가 6개월 여 간의 긴 여정을 마쳤다.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32.9%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 속 막을 내렸다. 이에 한보름은 홀가분한 모습으로 "8개월 정도 촬영을 했던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종방연이 없어져서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긴 시간 동안 잘 마무리가 돼서 너무 다행이다. 너무 감사한 작품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오! 삼광 빌라'에서 늘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장서아, 한보름은 작품에서 악역이었다. 어떤 배우나 작품에서 악역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한보름 역시 연기에 어려움도 있었다고 알렸다. 그는 "서아가 늘 갈등의 축에 있었다. 화가 나면 물건을 쓸어 뜨리거나 소리를 계속 질러야 했다. 그런 부분들은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장면들이기 때문에 꽤 힘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나쁜' 캐릭터를 구현하려 했다기보다 장서아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아 자체가 늘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이었지만 저는 이 친구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이해를 하려고 애썼다. 또 서아도 사람이기 때문에 마냥 나쁜 면만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표현도 확실하고 그렇지만 일을 하거나 해야 할 일 앞에서는 똑 부러지고 카레 우먼답게 냉철한 매력을 지닌 친구였다. 그런 부분에서만큼은 매력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다각도로 장서아를 분석해 표현했던 덕인지 악역이었지만 밉지많은 않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극 중 황나로와 러브라인을 이뤘던 지점에 대해 언급하며 "말한 대로 장서아는 많은 결핍이 있던 친구였다. 나로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도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지만 서로에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던 사이여서 서로에게 스며든 것 같다"며 "이러한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응원 아닌 응원을 받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장서아는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었지만 어딘가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한 인물로서 시청자들의 마음에 스며든 듯했다.
그는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받는 역할이었지만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좋은 케미 덕에 그래도 그래도 행복한 악역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파트너였던 전성우 씨도 굉장히 섬세한 면이 있었다. 늘 대본을 분석하는 심도가 깊었다며 많은 걸 배웠고 또 덕분에 호흡도 좋았던 것 같다"고 알렸다.
이 밖에 그는 주말드라마 황태자로 불렸던 이장우를 언급하며 "아무래도 경험이 많이 있으셔서 그런지 흐름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아셨다. 또 정말 연기를 할 때 배려가 많으셔서 상대 배우가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끔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전인화, 정보석 등 대선배들은 정말 어디서 배울 수 없는 노하우들을 알려주셨다. 그때그때 휴대폰에 찍어서 남겨두기도 했다"며 "경력과 연륜은 무시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으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낸 한보름은 작품을 하면서 무엇보다 뿌듯한 점은 가족들의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이 주말 드라마에 제가 나오는 걸 정말 좋아하더라. 직접적인 효도는 아니었지만 가족들이 저를 보고 한 두 번 웃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2011년 데뷔해 어느덧 연기 경력도 10년인 한보름에게 '어떤 배우로서 성장을 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저는 사실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하고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며 "제가 골라서 한다기보다는 늘 임하는 입장이다. 어떤 작품이 오던 내가 선택했다면 최선을 다하는 게 제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저는 아주 큰 욕심은 없다. 10년이 되던, 20년이 되던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제 모습 그대로이고 싶다. 남들보다 빠르게 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할 자신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역시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다는 게 머물러 있겠다는 뜻이 아닌 만큼 멈춰있지 않고 현장에 나가서 주어진 일을 감사해하면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지만 또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며 "'오! 삼광빌라'를 사랑해주신 많은 시청자분들께 너무나 큰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활동 많이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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