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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가 밝히는 디즈니 [인터뷰]
작성 : 2021년 03월 08일(월) 21:56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13년 전 디즈니에 문을 두드린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는 굵직한 작품을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났다. 그런 그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으로 돌아왔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홀·제작 월트 디즈니 픽처스)은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사로 거듭난 라야가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 시수를 찾아 위대한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액션 어디벤처다. '겨울왕국2' 이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오리지널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황홀한 비주얼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위에 소개했던 스태프들 외에도 드림팀이라 할 수 있는 450명의 디즈니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겨울왕국' '모아나' '주토피아'를 탄생시킨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도 참여했다.

최영재는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에 근육과 관절을 조절해 표정과 움직임으로 스토리와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터는 화면 속에 보이는 캐릭터들의 모든 움직임을 담당한다. 이펙트는 제외다. 물, 불, 폭발, 머리카락 등은 이펙트에 해당한다. 또 디즈니 애니메이터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과 디즈니랜드 속 애니메이션을 담당한다"고 소개했다.

최영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작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프로덕션이 집에서 이뤄졌다. 450명의 아티스트가 각각 집으로 흩어져서 작업한 거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한 건 아닌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빠른 전환이 가능했던 것 같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극장과 디즈니 플랫폼에서 동시 개봉한다. 세계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같은 날 동시에 볼 수 있게 된 거다. 그 점이 참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슬로우하다고 생각했던 미래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집에서 일하면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장점은 출퇴근이 편해졌다는 거고 단점은 출근해서 동료들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거다. 회사에서 일하면 옆에 동료를 불러서 화면을 보여주고 잘 된 것 같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러지 못한다. 또 장점은 캐릭터에 더 집중하고 파고들 수 있다는 거다. 집이라는 조그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회사에서 지원을 받는데, 인터넷 접속 등은 알아서 해결해야 됐다. 또 야근까지 집에서 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져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최영재 애니메이터 /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물, 드래곤의 털 등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기 힘든 부분들이 정교하게 그려졌다. 이에 대해 최영재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비주얼이 다이내믹한 비결은 업그레이드다. 2023년은 디즈니 100주년이다. 이 세월 동안 지금의 위치를 지키고 있을 수 있던 건 새로운 영화를 준비할 때마다 스토리 팀이 리서치를 하고 툴과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영상미를 표현하려고 하는 자세다. 기술자들이 준비를 잘 하면, 애니메이터는 이걸 잘 활용해서 구현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심한 캐릭터 묘사도 돋보였다. 최영재는 "동물을 포함해 화면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배경인 동남아시아의 정서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을 방문해 현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최대한 협력해서 영화의 스토리와 건축 양식의 영감을 받았다. 무술도 동남아시아 실제 무술을 참고했다. 실제 무술 하시는 분들이 스튜디오에 오셔서 신 별로 연기해 주고 카메라로 촬영해서 레퍼런스로 활용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런 세심한 덕분에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탄생했다. '겨울왕국'의 여성 캐릭터와는 또 다른 결이다. 최영재는 "라야는 족장의 딸이자 전사다. 나마리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실제 동남아시아의 무술을 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강인한 전사이자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캐릭터다. 공주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약의 세력은 형체가 없다. 이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최영재는 "작품의 주네는 신뢰와 공생이다. 공교롭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연상할 수 있었다. 이건 관객들에게 비중 있는 질문이 될 것 같았다. 악의 세력인 드룬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이고 불화 등으로 번식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영혼을 흡수해서 번식하는 다른 세상의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 최영재는 만족스러웠던 장면으로 무술을 꼽았다. 그는 "라야가 백플립을 두 번 해서 나마리하고 칼싸움을 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백플립을 하면서 단상 위에 오르는 장면이다. 그 신을 내가 진행했는데, 칼끝으로 땅을 짚고 한 손으로 단상 위에 올라간다. 칼의 움직임과 캐릭터의 움직임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끝으로 최영재는 디즈니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전했다. 그는 "과거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역시 2D에서 3D로 바뀐 거다. 13년 전에 내가 디즈니에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2D 애니메이터들이 많았다. 그분들에게서 2D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이젠 그런 분들이 안 계시고 3D 아티스트들로 포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즈니가 다양해진다. '겨울왕국'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북쪽에 사는 원주민이 모티브고, '모아나'는 남태평양의 소수민족 이야기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도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런 분들을 오해 없이 진정성이 느껴지게 그리도록 한다"며 "곧 디즈니 100주년이다. 나도 애니메이터로서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는 작품의 기억에 남을 만한 신들을 만들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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